시민들은 이런 지역 언론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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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이런 지역 언론을 원한다
  • 이병기
  • 승인 2009.12.22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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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체성을 담아내야"

 
 잠재적 독자, 청소년 참여 공간 만들어야

 
 최향숙(43.남구청 소식지 '나이스 미추' 시민기자)


 "같은 기자의 입장에서 지역언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특별할 게 있나요. 다들 엉망인데."

 그의 첫 마디부터 부정적인 뉘앙스가 풍긴다. 무려 10년 동안 남구 소식지 '나이스 미추'를 만들며 쌓아온 연륜이 나타난다. 

 - 많은 신문들이 처음에는 서민 지향적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시작하죠. 하지만 차차 시간이 지나면 매너리즘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해요. 구성원들도 자신의 위치를 잃어버리고 우월의식에 젖어들죠. 그러다 보면 소수만이 보는 신문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우리(나이스 미추)도 10년이나 이어졌지만 소식지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어요.

 기관에서 발행하는 소식지의 시민기자라면 항상 좋은 이야기만 전할 법한데, 그 내면엔 누구보다도 예리한 시각을 지니고 있다. 지역언론에 할 말이 많았던 것일까, 그녀의 바람은 계속된다.

 - 요즘은 여성의 사회 활동이 많아졌어요. 따라서 지역 언론도 어느 정도는 생활지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봐요. 신문이 너무 딱딱하면 부담스럽거든요. 재미나고 읽을거리가 있고,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곳을 긁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가 생각하는 지역 언론은 한겨레, 조선, 중앙, 경향 등 전국지처럼 무거운 소식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주부들이 편하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생활지의 모습이다.

 - 이제까지 발간됐던 나이스 미추를 돌아보니 3년 단위로 소재가 되풀이되더라구요. 미담도 다시 소개되고, 소재가 고갈되니 단체 위주로 행사 소식만 전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문화예술 분야만큼은 남구를 벗어나 인천을 보자고 결정했죠. 정치나 경제는 지역 안에서 가능하지만 문화예술에는 한계가 있어요.

 최씨가 <인천in>에 바라는 점도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전국의 소식을 들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인천을 벗어나 기자가 직접 특별한 문화예술 영역을 소개해 줬으면 하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 지역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이슈도 종이신문이 다루지 않은 방향으로 보여졌으면 좋겠어요. 계양산 골프장 문제만 해도 언론에선 '인천 사람들은 다 알겠지' 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알지 못해요. 밥 먹고 살기도 힘든데…. 일부 지식인들(활동가들)만 알죠. 그런 울림이 얼마나 가겠어요. 정작 시민들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통반장들이거든요. 지역 언론도 구나 동별로 통반장처럼 체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합니다.

 따끔한 지적이다. 많은 지역의 언론인들이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부분을 그가 꼬집는다.

 - 아무리 인터넷 시대라고 하지만, 아직도 컴퓨터를 하지 않는 어른들이 부지기수예요. 그러면 인터넷을 다루는 주 계층은 누굴까요? 바로 청소년들입니다. 우등생 10%를 빼고는 80~90%의 학생들은 하루 1번은 컴퓨터 앞에 앉아요. 잠재적 독자죠. 학생들이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는 코너가 있었으면 해요.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야자(야간자율학습), 0교시 수업, 두발, 시험 등 그들이 터놓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공간. 댓글 토론회도 좋겠죠.

 정체성과 지방분권에 도움을 주어야
 
 김송원(43.인천경실련 사무처장) 

 크게 두가지만 부탁하고 싶습니다. 정체성과 지방분권인데요.

 첫째로 지역 현안에 대한 해결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천이 발전하는 데 개발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변화를 만들어 가는 데 주민과의 의사소통을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관건인 거죠.

 올바른 발전 방안에서 소통의 역할은 지역민심, 바닥민심을 대변하는 것입니다. 현재 인천은 굵직굵직한 개발이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민심을 반영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대규모 사업에서 시민사회의 동의도 없을 뿐더러 시장이 개발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데, 지역 담론은커녕 외부인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어요.

 많은 지역 언론들이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광고주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인천in>이 창간하게 된 이유도 어려움 속에서 정체성을 지켜나가고 지역을 바탕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함이라고 알고 있어요. 정체성에 근거한 바닥민심을 형성하는 지역언론이 돼야 합니다.

 둘째로는 지방분권입니다.

 똑같은 사안이라도 중앙적 시각과 지방적 시각이 있어요. 예를 들어 중앙에서 감세 정책을 발표했어요.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들은 상황이 더욱 나빠집니다. 송도 경제자유구역도 마찬가지죠. 별도로 독립된 기구를 운영하면서 인천 일은 지역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추진해야 합니다.

 중앙은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컨트롤 하는 정도죠. 지역은 재정분권을 목표로, 시민사회와 언론은 정체성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지방분권적 관점을 갖고 대안적 측면에서 과제를 발굴하거나 시민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이런 지역사회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지역 언론과 시민단체가 쌍두마차로 나아가야 하는 거죠. <인천in>도 처음 정신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지역의 정론지로서 자리매김하기를 바랍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은 없어야 

 김영미(50. 천주섭리수녀회)


 용산참사 현장, 촛불문화제 등 사회의 현안이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는 김영미씨. 그는 자신이 무언가 큰 일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시민들과 함께 그 자리에 있겠다는 마음으로 자리에 참석한다고 한다. 금요일 저녁 미사를 앞두고 산곡성당에서 만나 지역 언론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 인천이 다른 지역에 비해 연대감이 부족한 것 같아요. 잠시 머물다 간다는 느낌이죠. 지역성이 있으면 시민들이 뭉쳐서 많은 일들을 함께 할 텐데 제가 볼 때는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계양산 살리기도 많은 시민들이 알지 못한답니다. 지역 언론이라면 이런 시민들의 연대감을 이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가 만나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인천의 지역 정체성 부족이다. 김씨도 시민들의 연대감 부족을 인천의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 등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언론들은 일부 사람들만 봐요. 조·중·동과는 논조가 다르죠. 일각에서는 양쪽 다 편중된 보도라고도 합니다. 지역 언론이라면 한쪽으로 치우치기 보다는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며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외였다. 용산참사 현장이나 촛불집회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던 그이라면 더 진보적인 매체를 원할 법도 할 텐데, 그렇지 않았다.

 - 인천에서만 유일하게 나타낼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요. 부두에서 일하는 노동자 이야기도 있지요. 중국의 한 언론을 보니 노동자 중심의 보도를 하는 곳이 있었어요. 그들의 이야기, 의료에 대한 것 등 정부 정책이지만 시민들이 알지 못하는 내용들을 소개하는 거죠.

 김영미씨는 이어 비판을 위한 비판을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씨는 좋은 것도 함께, 궂은 일도 함께하는 지역 언론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구가 투명하게 운영이 잘 되고 있는지 알려주면 좋겠다고.

 - 인천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지역입니다. 개항과 더불어 흘러온 역사 속에서 인천이라는 지역이 어떻게 재평가되고 있는지 알려줄 필요가 있어요. 제물포에 사는 사람들도 동네의 역사를 잘 몰라요. 많은 사람들이 인천을 더 알고 사랑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소신 있는 지역언론 돼야

 홍선미(39. 동구 청소년수련관 교육사업팀장)


 예전에는 인천일보가 공정하다고 들었는데, 조금 지나니 인천신문이 괜찮다고 그러더라구요. 요즘은 경향신문이 다른 언론에 비해 공정성에서 낫다고 말해요. 

 경향신문이 낫다고 한 것은 언론의 시각이 독립돼 보였기 때문이에요. 다른 언론들은 신문 광고에 따라 기사가 광고주에 편승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또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과 친밀한 기사들이 보도되기도 합니다.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소신 있는 지역 언론이 돼야 합니다.

 요즘은 '소신있는 언론' 하면 진보적인 언론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조·중·동을 보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진보적인 매체에 괴리감이 느껴질 수 있어요. 중도라는 것이 있을까. 재개발을 하더라도 많은 의견들이 있죠. 4대강이나 미디어법도 마찬가지구요. 이런 다양한 의견들을 어떻게 소신껏 전할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복지, 공동체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소식 전해주세요

 수련관에서 일하다 보니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아요. 복지와 관련된 기사들은 단발성이고 관심 있는 사람들만 보며 지나가는 것 같아요. 일반 시민들도 복지 정책에 대한 소식들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도됐으면 좋겠습니다.

 또 일반적인 미담 기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내용이 나타났으면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내 자녀', '나 하나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들에게 사회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일깨울 수 있는 소식을 전했으면 합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란 말이 있죠. 꼭 단체 소식이 아니더라도 동네 별로 작은 모임들이 많이 있거든요. 공부하는 모임도 있고, 취미생활을 함께하는 동아리도 있구요. 여러 지역 소모임들을 소개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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