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장현정 / 공감미술치료센터 상담팀장
최근 아빠들의 예능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저도 주말마다 “아빠, 어디가”를 즐겨봅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하던 성동일씨가 자녀와 점차 친밀해지고 정이 깊은 부자관계를 맺는 과정은 감동적이기도 했습니다. 윤민수씨의 양육태도는 많은 아빠들이 배워야 할 훌륭한 지침이 됩니다.
지난 추석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새로운 파일럿 프로그램이 선보였는데요, 엄마가 없는 동안 아빠와 시간을 보내는 여러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휘재씨가 갓난쟁이 쌍둥이를 돌보느라 울고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은 재미와 감동을 모두 안겨주었습니다.
EBS에서 올해초 방영했던 “파더쇼크”라는 다큐멘터리도 있었습니다. 아빠의 양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리고 엄마와는 또 다른 아빠의 양육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아빠들이 자신들의 아빠로부터 받았던 상처를 치유하고 현재 가정에서 아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가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었습니다.
과거에 우리 아버지들 세대만 해도 양육의 책임은 전적으로 엄마에게 있었습니다. 아빠는 무게감 있고 존재감 있는 가장으로 때때로 규범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지만, 친밀하고 편안한 존재라기보다는 무섭고 먼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빠의 양육참여는 더욱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필요성은 더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것입니다. 아빠의 양육은 엄마의 양육과는 다른 의미로 중요합니다. 아빠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사회성과 언어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특히, 아빠는 규율과 규범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울타리 역할을 합니다. 남자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중요한 역할 모델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뇌가 다르고 이로 인한 정보처리와 행동방식의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때론 엄마들이 이해할 수 없는 남자아이들의 특성을 아빠들은 잘 이해하고 공감하여 줄 수 있습니다.
상담센터에 아빠와 엄마가 함께 방문하는 경우는 무척 드뭅니다. 이는 부모가 양육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거나 한쪽만 전적으로 양육의 책임을 지고 있는 가정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보통 엄마들이 아이를 데려 오시는데, 간혹 아빠 몰래 데려 오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빠가 아이의 문제를 공감하지 못하고 “어릴 때는 다들 그렇다”고 하여 엄마 혼자 데려 오시는 것입니다. 때론 전문가적 입장에서 보더라도 절실히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인데도 아이의 문제를 느끼지 못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아빠들도 있습니다.
아빠와 자녀가 친밀하지 못한 가정은 사춘기 이후에 본격적인 진통을 겪기도 합니다. 아동기에 아빠와 자녀가 추억을 공유하고 대화의 기초를 마련하는 것은 사춘기 이후에 발생할 자녀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사춘기의 아이들과 새삼스럽게 관계를 맺기에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빠의 양육은 단순히 엄마를 돕는 차원이 아닙니다. 이제는 양육의 주체가 엄마와 아빠, 부부 모두가 되어가고 있고 시대적 요구와 흐름이기도 합니다. 부부가 함께 자녀를 양육하고 이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고 공유할 때 가정은 더욱 견고하고 단단하게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킬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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