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데로 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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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데로 임하소서~'
  • 김도연
  • 승인 2010.01.06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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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사람 된이웃> 이정훈 구세군인천교회 사관

매년 12월이면 길거리에 등장하는 빨간색 냄비가 있다. 겨울을 맞아 추위에 떨고 있을 주위의 불우한 이웃들을 돕기 위해 구세군교회에서 마련한 자선냄비다.

지난 12월 1일 서울에서 가장 먼저 등장했고, 인천은 그로부터 열흘 뒤 동인천과 주안 등 7개 지역에 마련됐다.

구세군인천교회 이정훈 사관(구세군은 군대식 조직이어서 여타 다른 교회와는 달리 목사라는 칭호 대신 사관을 사용한다)은 올 해로 7년째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동인천역 지하상가에 빨간색 모금함 냄비를 들고 나선다.

 

39년째 자선냄비 봉사활동 이어와

 

올 해로 39년째 자선냄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구세군 인천교회 이정훈 사관

이정훈 사관이 자선냄비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다.

원래는 장로교회를 다녔는데 당시 구세군 교회를 다니며 한창 봉사활동을 펼쳐 오던 이 사관의 형수님과 친척들을 따라 자선냄비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 것이 39년이라는 인연의 고리를 만들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3~4주 동안 지속된 것이 아니라 2주 동안 진행했어요. 아마 날씨도 지금보다는 추웠을 텐데 어른들과 함께 얇은 조끼를 입고 내내 서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 인연으로 대학을 구세군사관학교로 진학하게 된 이 사관은 매년 이맘때면 하루 8시간의 자선냄비 봉사활동을 빠짐없이 참여했다.

1982년 학교를 졸업하며 첫 담임사관으로 부임한 곳이 전라도의 내장교회이다.

이후 서울 강동교회, 충청남도 홍성교회를 거치며 1997년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교회들이 한창 진출하기 시작한 러시아로 가게 된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첫 발을 디딘 이 사관은 현지인들에게 구세군 교회를 알리고 어려운 현지인들을 돕기 위해 러시아어를 배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해 구세군 대한본영의 총사령관에게 직접 부탁을 했다.

"현지에 도착해서 여러 상황을 조사하다 보니 봉사활동을 제대로 하려면 러시아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그래서 총사령관님께 단도직입적으로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요."

그렇게 러시아 극동대학에 진학한 이 사관은 학업을 하며 현지의 복지상황과 다른 종교가 진출하기 어려웠던 당시의 러시아 상황에서 구세군 교회 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점검해 나갔다.

1년여가 지난 뒤 본격적으로 러시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하나 둘씩 마련해 지원활동을 하게 됐고, 러시아 정교회와의 부딪힘 속에 어렵게 우리나라 구세군 교회의 터전을 마련했다.

"지금도 기억이 또렷합니다. 두 다리를 잃은 뒤 단 한 번도 바깥출입을 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우리나라에서 휠체어를 마련해 지원했더니 그 사람의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고마움을 표시했어요. 그 순간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이 사관은 2000년, 서울 서대문 교회로 옮겨오기 전 4년 동안을 현지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며 우리나라 구세군 교회의 참 봉사 정신을 알렸다. 그리고 우리나라로 발령을 받으며 교회건물이나 봉사활동 프로그램 등 그 때까지 일궈놓은 모든 것을 현지인들에게 넘겨주고 돌아왔다.

"돌아오기 전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러시아 종교회의 임원이 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처음에 현지에 도착해서 한국의 구세군 교회에 대해 반대의견을 던져 어려움을 줬던 러시아 정교회가 토지문제로 제가 임원으로 참석한 회의에서 도움을 요청하더군요. 잠깐 괘씸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예수님과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도와주고 돌아왔습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봉사 활동가로

 

우리나라로 돌아온 이 사관은 서대문과 과천을 거쳐 2003년 인천시 중구 율목동에 위치한 구세군 인천교회의 담임사관을 맞게 된다.

인천에서 이 사관이 가장 역점을 두고 하는 일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봉사활동이다.

구세군 인천교회에서는 매주 수요일이면 네 팀으로 나누어 지역민들을 위한 선교 및 봉사활동을 한다.

한 팀은 동사무소 앞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한 팀은 지역민을 대상으로 발맛사지 봉사를 하고, 또 다른 팀은 몸이 안좋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부황을 떠주는 봉사활동을, 나머지 한 팀은 식사 봉사를 한다.

올 해로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지역사회 나눔 봉사활동은 구세군 인천교회를 지역에 알리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구호활동의 밑바탕이다.

"지금도 매주 봉사활동을 할 때면 지역의 노인들 60여분이 꼬박꼬박 찾아오십니다. 구세군의 영혼 구원 정신을 바탕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구원 활동을 하는 셈이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지만 그들에게 교회에 나오시라는 부탁을 단 한 차례도 한 적은 없어요. 믿음은 권유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니까요."

이 사관이 말하는 선교와 구원은 믿음에서 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믿음을 강요하거나 권유하는 것보다 그들이 스스로 믿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3년 동안 단 한 번도 교회에 나오시라고 부탁드린 적이 없는데, 어느 할머니께서 최근에 가족들과 함께 교회 신도로 등록을 하셨어요. 그분이 원래는 독실한 불교 신자셨는데 그동안 저희 교회에서 지역에 봉사활동을 한 것에 대해 믿음을 가지셨는지 교회에 나오시더라고요. 믿음은 그런 것이 아닌가 싶네요."

이 사관은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39년째 자선냄비 봉사활동도 빠짐없이 이어오고 있다.

"인천은 제가 경험한 다른 지역보다 인심이 좋은 것 같아요. 2007년까지는 매년 자선냄비에 100만원을 넣은 봉투를 넣고 가시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어요. 지난해부터는 오시지 않아 돌아가셨지 않나 싶은 생각에 가슴이 아프지만, 그래도 인천은 타 지역보다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자선냄비 활동을 할 때보다 금액이 많지는 않지만 냄비에 돈을 넣는 손길은 인천이 더 많다는 것이다.

"나눔은 작은 정성이 모여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의 액수와는 상관이 없지요. 오히려 작은 정성을 더 많이 모을 수 있는 데가 더 따뜻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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