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바닥에 따라 닻혀도 다르게 만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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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바닥에 따라 닻혀도 다르게 만들어야죠."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12.02 0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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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부두에서 닻을 만들어 전국으로 내보내는 한현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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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이 없으면 고기를 잡을 수 없어요. 광어, 쭈구미 잡는 데 쓰는 닻도 있고, 꽃게 잡는 닻도 있죠. 닻에 따라 잡는 게 달라요. 또 바다 바닥에 따라 닻혀가 달라지죠. 갯벌 같은 데서는 넓적하고 얇은 혀를 쓰고, 돌이 섞인 바닥에는 혀가 좀 굵고 뾰족합니다.” 동구 화수동 화수부두에서 '남광 닻 공장'을 운영하면서 닻을 만들고 있는 한현수씨(70) 말이다. 한씨는 소래에서 통발닻을 만들다 13년 전 화수부두로 옮겨와 닻을 만들고 있다. 선주들이 많이 찾는 탓에 전국구로 물건을 대고 있다. 그에게 닻을 어떻게 만드는지 들어봤다.

“축구네트 같이 돼있는 그물에 닻을 달아 던져놓고서 계속 그물을 내리는 거예요. 그물이 다 내려가면 이쪽에다 깃발을 딱 꽂아두면 물속에 배구네트식으로 가라앉는 거예요. 그물 양쪽 끝에다 하루를 놔둘 수도 있고, 몇 시간 놔둘 수도 있고… 건지면 거기에 게도 걸려 있고 우럭도 걸려 있고 모든 고기가 그물에 걸리는 거예요. 그물을 건져 올리면 거기에 따라서 고기를 잡는 거죠. 이건 광어, 쭈꾸미 잡는 닻이에요. 이건 대자가 있고 소자가 있어요. 큰 닻은 물살이 세고 깊은 데 쓰죠. 요건 광어, 쭈꾸미 잡는 데 많이 쓰는 닻이에요. 닻 종류가 참 많아요. 이건 통발닻이라고 해서 5관짜리인데, 꽃게 잡을 때 써요. 체같이 둥근 거 있잖아요. 고등어 미끼 넣어서 던지면 이거 두 개에 80개도 달고, 100개도 달고. 그래서 가라앉히는 거예요. 통발 안으로 고기가 들어가는 거죠. 자망 닻이라고 역시 똑같은 역할을 하는 거죠. 조금 덜 깊은 바다에는 자망 닻을 쓰고, 깊은 데는 큰 닻을 쓰고. 3관짜리, 2관짜리… 고기에 따라서 다른 걸 써요.”

-닻 만드는 공정이 복잡한가요.
“먼저 여기서 쇠를 달구어요. 이걸 달궈서 불가마에 달구어진 쇠를 기계식 망치로 두드리죠. 옛날에는 풍구질을 했어요. 물레질하고. 근데 지금은 후항을 돌려서 해요. 쇠가 달궈지면 때리는 거예요. 때려서는 유압기에 넣고 똑같이 치수 맞춰서 구부려요. 그런 다음 용접을 해요. 언젠가 사진작가 선생님이 주말마다 3년을 와서 사진을 찍어 갔어요. 지금도 어딘가 전시장에 걸려 있을 거예요. 닻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찍은 거죠.”

“닻 만들면서 할 이야기는 참 많죠. 말로 다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내 물건을 가져가서 “야, 물건 좋다!” 하면 기분이 참 좋아요. 내 물건이 다른 데로 가서 쓰는 사람이 물건 좋다, 좋다 이러면서 가져가고, 그 소문이 천천히 도는 거예요. 전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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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자른 철근을 불가마에서 달구고 있는 한현수씨.
 

-일하신 지는 얼마나 됐나요.
“이 자리에서만 올해로 딱 13년 됐어요. 전에는 소래포구에서 통발을 했어요. 꽃게 잡는 통발, 그러다가 여러 가지 상황이 나빠져서 이쪽으로 왔어요. 그때부터 아는 선주님들이 많았고, 선주들을 도와줄 방법을 찾다보니까 이걸 하게 됐죠.”

-지금 만드시는 닻과 통발닻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통발도 체같이 둥근 것을 가라앉히면 저걸 써야 하고, 그러기 때문에 다 연관되죠. 선주하고 배하고는 아주 밀접한 사이예요. 소래에서 통발을 만들었어요. 그것도 쇠하고 그물이죠. 이 공장이 없으면 배가 고기를 잡을 수도 없고, 배가 없으면 내가 필요도 없고 그래요.”

-닻 만드는 공장이 인천에 또 있나요.
“정확한 건 모르는데, 연안부두에 다시 생긴 걸로 알아요. 어떤 사람이 문 닫았다가 다시 하는 걸로 알아요. 지방에는 몇 군데가 있어요.”

“쇠를 이렇게 달궈놨잖아요. 달궈진 쇠를 여기에다 두고 모양을 만들어요. 이렇게 때리는 건, 여기저기 때려서 넓이를 맞추면서 때리는 거예요. 때릴 때 잘 해야 돼요. 빨리 꺾어지지 말라고 굵기 조절을 잘 해야 되죠. 닻혀를 보면, 두껍고, 두껍고, 얇잖아요. 갑자기 얇아져서도 안 돼요. 그런데 잘못 때리면 얇아서 끝이 바닥에 닿으면 자빠져버려요. 두께도 여유있게끔 맞춰져야 돼요.”

-닻 종류가 많은가요.
“바다 바닥은 무르고 단단하고, 여러 질이 있잖아요. 수렁처럼 빠지는 데도 있고. 뻘이라고 하는 데는 닻혓바닥을 넓게 해줘야 합니다. 바닥이 자갈밭도 있어요. 그런 데는 요 좁게 때리면서 약간 두껍게 때려주고, 뾰족하게 잘 박히게 뻐드러지지 않게 해야 해요. 거기에 따라 단단한 데 쓰는 분들은 단단한 데 쓴다고 말해요. 거기에 맞춰서 용도에 맞춰서 만들어 드려요. 기성으로 그냥 만들어 놔요. 요즘엔 바닥에 아는 분은 이렇게 해 달라, 저렇게 해 달라 주문을 해요. 제가 거기에 맞춰서 물건을 해드려요. 우리는 주문생산을 많이 하죠. 일부는 주문하고, 일부는 재고를 만들어 놔요.” 

“닻 만드는 데는 공정 수가 참 많아요. 공정 수가 많은 데 비해 인건비가 너무 싸요. 우리는 완전 수동으로 하죠. 손으로 직접 두드리고, 구부리고, 땜질하고… 고리 달고. 내가 나이가 일흔인데, 앞으로 10년만 더 봉사하려고 해요. 이것 봐요, 기계로 다 구부린 거예요. 고리죠. 여기다 끈을 매야 잃어버리지 않고 쓰는 거죠.”

-닻은 주로 어느 지역으로 나가나요.
“포구마다 안 들어가는 데가 없어요. 강화에도 물건이 들어가죠. 강화, 소래, 연안부두…. 이렇게 휘는 거예요. 그런 다음 양쪽에 고리를 붙여서 용접하죠. 이 과정을 아는 분들은 그거 받아서 되냐, 더 받아야지 한다고 합니다. 근데 값 올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쇠 달굴 때 쓰는 탄은 어디에서 가져오나요.
“(석)탄은 베트남산이에요. 연안부두까지 와서 하역하고, 대리점에서 이걸 가져가서, 우리는 거기 가서 사오는 거죠. 자 봐요, 고리가 이렇게 들어가게 되죠. 철근 기장(길이)이 6미터 되는데, 그걸 1미터로 잘라서 치수 맞춰서 잘려서 단열로 때려가지고 유압으로 휘어서 용접까지 해서 완제품으로 나온 거예요. 이건 4만 5천원이에요. 이건 1만1천원, 관반짜리. 다 만들어놓고 여기가 복잡하니까 창고로 갖다 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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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이 일을 하셨나요.
“원래 직종이 금속이에요. 잘 안 돼서 이걸로 돌린 거예요. 방위산업체에서 일하면서 시작한 거죠. 서울 구로에서도 일하고, 창원에서도 일했어요. 그러다가 서울에 일이 많아 올라와서 또 하게 됐어요. 그러다 회사가 부도 맞는 바람에 한동안 고전을 했어요. 그러다가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친구가 이걸 하고 있었어요. 그러면서 하게 됐죠. 소래에서도 몇 년 했죠. 남들이 보기에 쉬어도 꾸려가는 게 싶지 않아요. 재료값이 올라갔을 때 제품값을 올려받지 못하고 그냥 가야죠. 그게 힘든 거죠.”

-소래에서 화수부두로 옮기신 지 13년 되셨다고요.
“선주님들을 많이 아니까, 여기까지 온 거죠. 전혀 모르는 상태면 어떻게 됐는지 모르죠. 소래에서 통발을 하다가, 연줄로 사람을 많이 알게 되고 여기까지 온 거죠. 예전에는 쫓아다니면서 영업을 했는데 요즘에 찾아와서 주문하는 것만 해요. 또 다른 봉사활동도 해야 하니까.”

-닻이 많이 팔릴 때가 있나요.
“3월 하순부터 나가기 시작해서 오월 중순까지, 구월부터 10월까지 많이 나가요. 두 달 반 팔고, 쉬었다, 두 달 반 팔고, 1년에 5개월 장사죠. 그 나머지는 다 공작이에요. 만들어 둬요. 주문 들어오면 팔구요. 철근 값도 많이 올랐어요. 1킬로그램에 700, 800원, 내려갈 때는 400, 450원… 재료값이 들쭉날쭉해요.”

-닻 만드는 일 말고 또 다른 활동을 하시나요.
“지금은 해양환경지킴이를 하고 있어요. 월남전에도 66년도 말에 갔어요. 이렇게 콩이 있잖아요. 이걸 막 볶는 것처럼 총알이 쏟아져요.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온 거죠. 힘들 땐, 아, 내가 그런 데서도 살아왔는데 이까짓 것쯤이야 하면서, 극복해야지 하면서 참아요. 일이라는 게 잘 나갈 땐 모르다가도 잘 안 되면 후유증이 말도 못해요. 그나마 주위 분들이 내 물건을 갖다 쓰고, 인정하니까 꾸려나가는 거예요.”

-큰 닻도 많은데, 이런 닻은 주문이 오면 어떻게 배달하나요.
“연천, 파주 쪽으로도 다 나가요. 목포도 가죠, 전북 격포항도 가요. 영광, 진도까지 보내니까. 그러니까 놀지 않고 꾸려 나가요. 연락 오면 어디나 가요. 작은 건 고속화물로 보내고, 양이 많으면 내가 내려가요. 왜냐면 사람을 보고 직접 대화를 해요. 사람은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눠야 그 사람을 아는 거예요. 소량은 화물로 부치고.”

“가게 하나를 꾸려가는 게 참 어려워요. 한 사람 데리고 일하나, 열 사람 데리고 일하나 룰은 같거든요. 나는 한 사람 데리고 일하는데 그것도 참 힘듭니다. 때 되면 월급도 맞춰져야 하고, 끼니때가 되면 밥도 먹으러 같이 가야 하고. 열 사람을 데리고 한다고 해서 걱정이 많은 게 아니고, 한 사람 데리고 한다고 해서 걱정이 없는 게 아니에요. 봉급 주고 돌아서서 어찌어찌 하면 열흘 넘어가죠, 수금해서 봉급 준비해 놔야죠. 이게 참 힘들어요. 봉급자는 한 달에 하루 보고 다니는 거예요. 회사가 운영이 안 돼서 미뤄 봐요, 얼마나 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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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특히 힘든 점은요.
“쇳가루도 많이 날리는 일이죠. 그래서 돼지고기 비계 종류를 많이 먹어요. 또 탄을 때니까, 탄 가스도 많이 먹어요. 내 가게가 7평이지만, 나는 항상 100평에서 일한다고 생각해요. 누구한테 좁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가게 바닥에 널려 있는 게 다 재료에요. 집어 쓰고, 없으면 안에서 꺼내 쓰죠. 철근은 모두 대리점에 가서 사오는 거예요. 규모는 이래도 집게부터 망치, 함마… 없는 게 없어요.”

-화수부두를 찾는 사람이 많은가요.
“주차장이 생기면서 공장 6개가 이전했어요. 저쪽 안쪽엔 어판장이 생겼어요. 그래서 활성화했는데, 앞으로 손님이 많이 와서 직접 잡아오는 생선을 많이 사가야 되죠. 오월이면 많이 오시겠죠. 새우젓배도 들어오니까 사람들이 많이 찾았으면 좋겠어요.”

-일은 언제부터 하게 되셨나요.
“나는 마포구 공덕동에서 태어났어요. 왜정 때 세 살 먹어서 경기도 광주 할아버지댁에서 지냈고, 그후 한국전쟁 만났어요. 그 당시에는 먹고 살기가 참 힘들었어요. 아버지를 일찍 잃는 바람에 초등학교를 4학년 1학기 4월에 중퇴했어요. 학업을 중단하고 생계를 책임져야 했어요. 그래서 올라와 직장생활을 하고, 방위산업체 공장장까지 해봤어요. 그래도 보람 있죠. 이렇게 생존하고 있으니까.”

-소래에서 화수부두로 옮겨와서 일이 잘 되셨나요.
“처음 할 때는 일이 바빠서 밤잠을 못 잤어요. 그래서 막걸리 한 잔 먹고 일하고. 일어나서 일하고. 그래서 이 동네서는 ‘깜둥이 아저씨’가 이 동네서 돈 가장 많이 번다고 했어요. 근데 모든 건 그래요. 내가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노력이 날 살려주는 거예요. 내가 노력 안 하면 뭐든지 얻을 수가 없어요. 누구든지 좋은 직장만 찾을 게 아니라, 내가 봐서 몸담을 곳이다 싶으면 무조건 몸담아야 해요. 일자리, 무궁무진해요. 돌아서면 일자리예요. 근데, 보수가 적다는 거죠. 펜대 잡고, 대기업 가려고 하고, 지저분한 거 안 하려니까 일할 데가 없는 거죠. 무수히 깔려있죠. 외국 노동자들 다 되돌아가면 공장들 다 문 닫아야 돼요. 우리 나이에는 최저가 무학이에요. 지금은 최저가 전문대예요. 학부 수준이 그렇게 차이 나요. 그러다 샛간에 고졸이 있고. 대학을 졸업하면 자기 생존을 끌고 나갈 줄 알아야 해요. 근데 부모가 용돈 주지, 어디 갔다 왔냐, 우우 해주는 거죠. 배부르니까 일 안 하는 거예요. 우리 일할 때, 잔업을 100시간 120시간 했어요. 요샌 4,50시간 안 하잖아요. 좋은 데는 다 다니면서. 외국들 많이 나가잖아요. 제주도도 못 가서 발버둥치는 사람도 많은데. 우리나라도 다닐 때 많아요. 허파에 바람 들어서 외국에나 가려고 하고. 잘못된 거예요. 내가 바쁘게 움직이다보면 좋은 자리가 다 나오게 돼있어요.”

-마지막으로 좋은 닻은 어떤 건지 말씀해주세요.
“잘 만들어야 해요. 닻을 잘 만들어야 고기도 잘 잡히고, 가져가는 사람도 좋고. 각도, 치수가 잘 맞아야죠. 잡는 고기에 따라, 바다 바닥에 따라 맞춰서 만들어야죠. 근데 점점 고기 잡는 배가 줄어들어 큰일이에요.”


공장 안은 내내 쿵쿵쿵, 땅땅땅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망치 소리가 요란했다. 때마침 물이 들어와 화수부두에는 물이 찰랑거렸다. 화수부두 주변에는 연신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공장들이 돌아가고 있었고, 그 사이로 화수부두에 묶인 배들은 출렁거리고 있었다. 한현수씨는 철근을 한 주먹 불가마에 올려놓고 다시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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