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면 아주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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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면 아주 행복해요!"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12.25 21:4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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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찾아서 미술공부 하는 박경재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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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면서 사는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더욱이 어린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그게 쉬운 일일까. 학교에 다녀와서 여러 학원을 한 바퀴 도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여기 자기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마음껏 그리는 어린이가 있다.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는 일은 정말 행복하다고 한다. 그림이 좋아서, 그릴 때가 행복해서 예술의 전당 어린이 미술아카데미에 4년째 다니고 있는 박경재 군(박문초 4)을 만나봤다.
 
평일 오후 3시, 경재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에 맞춰 경재네 집을 찾았다. 경재는 거실 한쪽에 마련된 자신의 그림들을 씩씩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건 ‘잃어버린 천국’인데요, 고고학자들과 탐험가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들이 절대 찾지 못한 물건을 찾기 위해서 나서거든요. 손전등에서 나오는 빛은 지금은 위험하지만 열심히 하면 나중에는 언젠가 평화가 있을 것이라는 뜻이에요. 이건 상상해서 그렸어요. 모네가 자기만의 공간에서 그림을 그리는 거예요. 바다에서 배 타고 그림을 그리는 거죠. 제가 <모네와 함께하는 하루>라는 책을 읽고 영감이 떠올랐어요. 그 떠오르는 영감을 캔버스에 유화로 표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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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는 글라스데코에요. 전혀 쓰지 않는 방식으로 제가 손으로 문질러서 격정적인 머리, 이 악성들이 여기서 파도치면서 생각이 튀어나오기 직전의 모습을 표현했어요. 이건 <악몽>이라는 작품이에요. 말을 빨아들이려는 얘도 이것과 비슷하게 제 악성인데, 여기서 베토벤이 살살 보이면서 손으로 무언가를 빨아들이고 싶은 느낌을 여기다 표현했어요. 저는 음악도 미술도 아주 좋아해요.”
 
“이건 ‘해바라기’하고 ‘별이 빛나는 밤’하고, 반 고흐가 자기가 되돌아보는 인생이라고 보면 돼요. 이것도 자기 젊었을 때 인생을 되돌아본다는 걸 표현한 거고, 물감이 다 짜져서 밤을 만든다는 거구요. 이건 액션페인팅화 기법으로 그린 거거든요. 제가 예수님을 믿는다는 표현을 표현했고, 여기 제 생각 아주 생각을 네임펜으로 표현했어요. 제 고민, 제가 고민하는 모습을 그렸어요. 무엇을 그릴까, 무엇이 떠오르나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락을 좋아하거든요. 락 공연장에서 사람들이 아주 많이 모여서 재미있게 놀고 신나게 노는 모습을 그렸어요. 네임펜으로 그렸어요. 여기는 약간 특별한 사람들이에요. 이 사람들과 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VIP로 해놓고, 스크린도 나오고 있어요. 친한 사람은 컬러로 표현했어요. 여기 경찰도 있고. 가보지는 못했고 상상으로 그렸어요. 제가 이 그림을 그리면서 아주 많은 생각을 쏟아냈어요. 사람 한 명 한 명 그릴 때마다 생각이 다 달랐어요. 사람들이 콘서트장에 와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생각했어요.”
 
“이건 아크릴판에다 스테인글라스로 그렸어요. 얘는 앞면 뒷면 다 작품이에요. 다 무지개색으로 있죠? 그냥 보면 그냥 그림이지만, 여기에 뜻이 엄청 많이 있어요. 파도 몰아치고 햇볕이 언젠가 평화가 올 것이고, 어둠도 다 표현했어요. 이건 독일 뮌헨을 그렸어요. 가보진 않았는데요, 사진 몇 장을 참고해서 그렸어요. 이 부분은 상상해서 그렸어요. 뮌헨은 꼭 가보고 싶어요. 뮌헨하고 베를린이 음악과 다 관련돼서 궁금해요. 비엔나도 가보고 싶구요. 음악 듣고서 그리는 게 재미있어요. 이건 아르누보 양식으로 그렸어요. ‘얼음에 갇힌 여인’ 이거든요. 생김새가 다양하고, 눈송이 같은 게 엄청 크게 보이면서 다 춤추고 있는 거예요. 이 여자를 보호하려고, 다 춤추면서 놀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어요. 4차원 세계라고 보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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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둘이 세트예요. 배가 휘몰아치면서 폭풍과 비가 오고, 이 그림에서 뭐가 느껴지세요? 맞아요, 위험하고 두려워요. 제가 언젠가 우울할 때 그림으로 표현했어요. 뭉크처럼. 뭉크도 ‘절규’를 그렸고, 친구들한테 왕따 당할 때 슬픔을 그림에 표현했잖아요. 저도 우울함을 폭풍우, 바다로 표현했어요. 이 그림은 그 상황 전을 그렸어요. 이 그림 두 개를 이어서 이야기가 되는 거예요. 해가 질 저녁에 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치면서 위험이 딱 닥치는 모습을 여기에 표현했어요. 색은 다르게 썼어요. 여기는 약간 어두운데, 죽음의 여신을 표현했어요. 죽음의 여신이 막 들이닥치면서 딱 폭풍우를 내리고 파도를 더 높이 하고, 다 세상을 조종하는 거죠.”
 
경재는 ‘척 클로스’라는 화가를 좋아한다. 작가의 화집 열 권을 보고 또 본다. “사실주의 극사실주의 느낌이에요. 여기 보세요, 진짜 같잖아요. 사진 같기도 하고요. 여기서 사람의 마음, 감정을 잘 표현돼서 좋아요. 그냥 대충 봤을 때는 기쁜 것 같으면서도 우울한 느낌이고요. 눈을 보면 우울한 느낌이 들잖아요. 그러고 여기서 입을 보면 뭘 뱉어내고 싶은 느낌이 들어요. 이 사람이 그걸 표현하려고 그림을 그린 것 같아요. 옷깃 하나도 대개 섬세해요. 이건 ‘키스’라는 작품이에요. 제가 이 그림을 봤을 때 충격 먹었어요. 정말 이렇게 사람이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저도 이렇게 그리게 됐거든요. 제가 이 사람에 대해서 연구하고, 이 그림을 계속 그리면서 이 사람에게 관심을 더 갖게 됐어요. 사진부터 l작해서, 이게 다 있는 책을 사게 됐어요. 이 사람이 어렸을 때부터 현재까지 그린 그림을 다 모아서 챕터 10까지 있어요. 이걸 읽으면 많은 걸 느낄 수 있어요. 이 사람은 다양한 감정, 행복함, 슬픔, 우울함, 열정도 표현했거든요. 여기 이 그림은 웃으면서 뭔가 하고 싶은 느낌을 주잖아요. 모습이 다 다르잖아요. 얘는 안정적인 모습이면서, 얘는 얼굴이 약간 뭐라고 할까 기분인 안 좋은 것, 얘는 뭐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 얘는 뭐를 하고 싶은 걸 열정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어요. 뭘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이 사람이 웃고 있는 걸 보면 이 사람이 자기 인생이 이렇게 행복해질까 하면서 웃는 모습을 표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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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재는 화가의 그림을 따라서 많이 그려본다고 한다. 사진처럼 섬세하고 사실적인 그림을 그려보면서 여러 감정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면 그냥 그림에 빠져 그리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화가를 정말 좋아하고 배워보려는 자세가 진지하기만 하다. “이건 젊었을 때 작품이에요. 따라서 그리면서, 거기서 배우는 거죠. 수염 하나하나 그릴 때 생각이 복잡해져요. 수염 하나를 그리면서 이거 보면 대개 용암 같은 게 몰려오는 것 같고, 파도가 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거 보면 저도 웃게 돼요. 스마일 같잖아요. 이 작가를 제일 좋아해요. 올해 초부터 좋아했어요. 1년 됐어요.”
 
경재하고 말하다 보니 초등학교 4학년이 쓰는 낱말치고는 상당히 수준이(?) 높다. ‘격정적’이거나 ‘몽환적’이거나… 제대로 알고 쓰는 낱말이 참 많다. 책도 많이 읽는다고 한다. 경재 어머니는 경재가 책을 많이 읽는다고 전한다. “4년째 예술의 전당 미술 영재 반에 다니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 가는데, 갈 때마다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전시를 꼭 봅니다. 전시회를 보고 나면 경재는 작가를 검색해서 공부하고 있어요. 자기 마음에 드는 작가가 있으면 책을 사달라고 해요.” 엄마 옆에서 경재가 자신이 공부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아이패드에서 ‘우울’을 치면 제2차세계대전이 나오거든요. 그때 나오는 사진이 참 많아요. 그림을 보면 제 스타일하고 맞는 거예요. 그러면 그 작가를 관심있게 보게 돼요. 갑자기 외울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공부가 돼서 좋아요.”
 
어린이치고는 공부하는 자세가 잡힌 듯하다. 혹시 부모님 직업이 화가일까. 경재 엄마가 그 답을 알려주었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두 분이 다 화가세요. 진주에서 화실을 하고 계세요. 어머니는 형편상 대학은 못 가셨지만 동양화를 하셨고, 아버님은 서양화를 전공하셨어요. 피아노 위에 아버님 작품이 있어요. 경재 작품은 그 앞에 있어요. 경재 고모도 미술 선생님이고요. 경재 아빠는 건축을 하려다 못하고, 공대 가서 중국에서 일하고 있어요. 저는 음악을 전공했어요. 경재를 임신했을 때 피아노학원을 했는데, 열 달 내내 음악을 들어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요. 집에서 피아노를 많이 쳐서 경재가 음악에 관심이 많았어요. 경재는 초등학교 때 베토벤에 빠져 있었어요. 종류별로 책을 사서 봤습니다. 출판사별로 사진이 다르고 특징이 있잖아요. 그걸 다 사서 보고 CD를 사서 봐요. 하나 꽂히면 몇 개월에서 1년은 가요. 온통 머릿속에 그게 꽉 찼어요.”
 
경재는 최근에 성남 쪽에 있는 화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내놓고 경매하는 행사에 참여했다. 수익금은 어려운 사람돕는 행사다. 또 개인전도 열 계획이다. 경재가 설명한 그림 가운데 좀 어두운 작품이 있어 물어봤다. 경재는 자신의 그림을 설명해주었다. “자신을 리드하고 있는 죽음의 신, 부제는 자화상이에요.” 엄마가 다시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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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재가 학교에서 지내는 일이 힘들어요. 그림에만 빠져서 그런 것도 같고, 어려서부터 좀 독특했어요. 아이들과 많이 부딪쳤어요. 아이들도 개성이 강하니까 튀는 아이를 인정하게 되지 않나봐요. 체험활동으로 한 달을 아파서 쉬기도 했어요. 이런 그림을 그리면 아이들이 와서 뭐라고 하는 거죠. 좀 걱정이 됐는데, 어떤 작가 선생님은 경재가 힘든 학교 생활을 내면에서 치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림이 이상해 보여도 엄마가 의도하지 말고 그냥 두라고 하셨어요. 경재가 너무 힘들 때는 그림이 우울하게 나오더라구요. 아이들이 너무 따돌리고 괴롭혀서, 단순한 다툼을 넘어선 경우도 있었어요.”
 
경재 엄마는 경재가 애기 때부터 특성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래서 일반학교 가면 힘들 수도 있으니까 차라리 한 아이 한 아이 잘 돌보고 이해하는 사립학교를 보냈는데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아이들이 적은 학교다 보니까, 서로 너무 잘 알아서 그런 것도 같다고 했다. “방학 때는 하루 종일 그림만 그려요. 어릴 때 미술학원을 보냈더니 스케치북을 다 찢어놨더라구요. 적응을 못한 거죠. 틀에 갇힌 공부를 하는 게 힘들었나봐요. 누가 예술의 전당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데가 있다고 해서 가게 됐어요. 거기는 해마다 오디션을 봐요. 주제를 주지 않고 재료만 주세요. 그걸로 맘대로 그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경재가 적응을 잘 하더라구요. 시험도 음악을 듣고 표현한다든지, 재료만 주고 그리라고 하니까 경재가 힘들어하지 않더라구요. 경재는 학교 가면 칭찬 받을 것같지만 많이 혼나거든요. 여러 애들이 있는 데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니까요. 선생님 입장에서는 여러 애들을 하다보니 힘드시죠.”
 
경재는 일주일에 한 번 예술의 전당에 가서 그림을 마음껏 그리는 일이 즐겁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거기에 가서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편하다. 엄마랑 가거나 외할아버지가 데리고 다니다. 4년 동안 다니다 보니 몸에 배여 예술의 전당을 가는 일도 재미있다. 더욱이 그곳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보고, 작가들을 공부할 수 있어 좋다. 좋아서 하는 공부, 찾아서 하는 공부가 저절로 되는 셈이다. 하지만 경재가 학교에서 열리는 상을 모두 받는 건 아니다. 아니, 올해 초에 딱 한 번 받았다. 경재는 처음에는 상을 못 받아 슬펐다. 하지만 상을 받는다고 다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많이 성장하기도 했다. 친구들이 괴롭혀도 그러려니 할 때가 많아졌다. 경재 엄마는 그런 경재를 바라보면서 대견하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걱정도 된다고 전했다. “경재가 많이 큰 것 같아요. 사람마다 각자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너무 괴롭혀도 신경을 덜 쓰게 됐죠. 선생님께서는 예중을 보내라고 하지만, 어떤 선생님은 오히려 해가 될지도 모른다고 하세요. 또 어떤 분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힘들고, 외국에서 공부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자유로운 걸 봐줄 수 있는 데가 맞을 것 같다면서요. 기회가 되면 외국에 나갈까 생각하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있어요. 근데, 외국에서는 아이가 작가활동을 했는지, 엄마가 시켜서 했는지 그런 걸 본대요. 얼마 전부터 페이스북 활동을 하고 있어요. 경재를 알리자, 해서 3월 말게 전시회를 열려고 합니다. 문래동 갤러리에서 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경재가 자신이 전철에서 그린 그림을 보여주었다. 항상 스케치북을 가방에 가지고 다니면서 그때 그때 그림을 그리는 경재는 전철에서는 상대방이 기분나빠할까 봐 몰래 그린다. 체험학습이나 생일잔치, 놀러갔다와서는 그냥 본 대로 그리기보다는 스스로 재해석해서 그릴 때가 많다. 경재 엄마가 설명을 덧붙였다. “어떤 선생님은 경재를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하세요. 이건 전시회 갔다가 여러 장면을 모아서 그렸고, 이 그림은 친구 생일잔치에 가서 배경을 그린 거구, 이건 월미도에 갔다가 풍경을 재해석해서 그렸어요. 항상 접이식 의자를 다 가지고 다녀요. 알퐁스 모어, 지난여름에 예술의전당에서 전시회 했는데 똑같이 안 그리고, 자기가 재해석해서 그렸어요. 이건 고갱 전시회 가서 그렸구요. 3,40분 넘어도 서서 그대로 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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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재가 좋아하는 단어는 ‘격정적’이라는 단어다. 베토벤을 좋아한다. “삶이 힘들다보니 강한 걸 찾는지도 몰라요. 초현실주의 화가를 좋아하고, 주로 검색하고, 자료도 모아요. 경재가 어리지만 자기만의 드로잉선을 찾았다고 하는 분도 계세요. 일주일에 한 번 가는 화실 선생님도 주제를 주지 않으세요. 재료만 늘어놓고 맘대로 그리라고 하시죠. 그리고 경재가 음악을 좋아하는 걸 아시니까, 음악을 틀어주세요. 이건 베토벤 음악 듣고 그렸어요. 주로 음악을 듣고 많이 그려요. 경재는 자신의 모습을 많이 그려요. 자기를 많이 표현하는 것 같아요. 남들이 보면 애들이 왜 이리 격한가 하고 오해하는 분도 계세요.”
 
경재가 거실에 걸려 있는 그림을 설명해 주었다. “이 그림은 <천국과 지옥> 그림이에요. 경재가 힘들 때 그린 그림이에요. 목걸이는 천국과 지옥의 경계선이라고 보는 거죠. 여기에 있는 진주목걸이가 자신을 심판하는 거죠. 불타오는 밧줄, 운명의 여신… 불타오르는 밧줄이 언젠가 끊어진다는 걸 알려주는 거죠. 천국과 지옥을 심판하는 여신으로 봤어요.”
 
경재가 설명하는 걸 듣던 엄마는 좀 안쓰러운 표정이다. “학교 다닐 때는 저런 그림이 많이 나오구요. 방학 때는 그림이 상당히 밝아져요. 중국에 있는 아빠한테 다녀올 때는 밝고 경쾌한 그림이 많이 나와요. 시인 두보의 생가에 가서도 그렸어요.”
 
경재 부모는 경재가 그림으로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어리고 시간이 있으니까 하던 대로 지켜봐야죠. 앞으로 장래를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모르지만 일단 지켜봐야죠. 예술의전당에서 4년 동안 수업 들으면서 전시회를 많이 봤어요. 어느 분이 그러시더라구요. 그렇게 해서 안 되면 어떻게 하냐. 하지만 상관없어요. 이만큼 한 건 후회도 없을 거구, 취미로도 할 수 있고, 이걸 바탕으로 다른 일을 해도 자유롭고 행복할 것 같아요. 그동안 경재가 힘든 때가 많아서 다 필요없고요, 정신적으로 행복하고 자유로우면 된다고 봐요. 아빠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편하고 자유로운 게 최고지요.”
 
경재 엄마는 경재가 쓴 시에는 아이답지 않은 단어가 많다고 전했다. 책을 많이 보면 어휘를 많이 아니까, 어느 순간부터 단어의 뜻을 알게 됐어요. ‘몽환적’이나 ‘격정적’이라는 단어를 이해하거든요. 어른이 시켜서 하는 말이 아닌데, 어른들은 누가 시켜서 하는 말들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다행히(?) 올해 건축물그리기대회에 나가서 최우수상이라는 걸 처음 받았어요. 어느 기자분이 경재가 그리는 걸 쭉 보고서는 “잘 그리는데” 하더라구요. 결국 그게 1회였고, 기회가 돼서 상을 받았어요.”
 
상을 처음 받으니까 어땠냐고 경재한테 물었다. 씩씩하게 한마디. “상쾌했죠.” 그림 그릴 때 정말 좋냐고 어리석은 질문을 다시 해봤다. 경재는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림을 그린다는 건 피아니스트로 치자면 음악작품 하나를 연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봐요.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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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 독자 2014-01-02 19:58:35
평이한 일상에 젖어 남들과 같은 길로만 걷는 사람은 일상을 뛰어넘은 값진 창조를 해내기 어렵겠지요. 길 밖으로 벗어나 자기만의 새 길을 내는 개척자에겐 당연히 가시덤불을 헤치는 고통이 따를 것입니다. 편한 길로 가는 사람들은 개척자에게 쓸데없는 짓을 한다며 손가락질할 테고요. 하지만 그 고통을 이겨내고 새 길을 내는 데 성공한다면, 결국 사람들은 새 길에 발을 들여놓으며 개척자의 정신을 칭송할 것입니다. 박경재 작가가 지금 겪는 고통은 바로 자기만의 길을 내는 개척자로서 겪는 고통일 것이니, 모쪼록 그 고통에 굴하지 말고 자기의 길을 탄탄히 다져나가길 바랍니다. 어린 예술가, 박경재 작가의 남다른 예술혼을 응원합니다!

김현정 2013-12-31 18:37:48
기사를 읽는 내내 감탄과 감동이 끊이질 않네요~ 경재가 지금처럼 아름답게 성장해 가기를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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