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부? 가정부? '가정관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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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부? 가정부? '가정관리사'입니다!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1.16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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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관리사협회 '해피타임' 심옥섭 대표를 만나다
 
집안일을 도와주고 보수를 받는 사람을 뭐라고 부를까? 파출부? 가정부? 오래 전에는 식모라 불리기도 했으나 편견을 버리고 완곡어법을 권장하는 사회 움직임 속에서 ‘가사 도우미’라는 명칭이 생겨났다.
‘가정관리사’라는 이름은 어떨까? 전문 직업교육과 인성교육을 받고, 소정의 실습을 거친 분이 정성껏 내 집을 돌보고 관리해준다면? 그런 직업을 가진 분을 가정관리사라고 부른다면?
 
부평구 십정동에 위치한 ‘해피타임’은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을 덜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천여성노동자회 부설 가정관리사 협회다.
 
‘해피타임’ 심옥섭(59)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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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옥섭 대표      ⓒ 이재은 기자
 

- ‘해피타임’은 어떤 기관이고 무슨 일을 하나요?

인천여성노동자회 부설기관으로, ‘해피타임’은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인천지부 이름이에요.
가정관리사협회는 전국에 12개 지부가 있는데 인천지부는 2004년 11월에 탄생했어요. 올해로 10년 됐습니다.
그동안은 회원들이 참여하는 공동체 협동조합으로 운영해왔는데 아무래도 어려운 점이 많아서 올해는 작게나마 지원받을 수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 인가 신청을 냈어요.
 

- 회원은 얼마나 되나요?

42명인데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요. 노동 조건이 열악하고 노동자로서 권리를 누릴 수 없다는 게 문제예요. 가사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서 고용보험이나 산업재해 혜택을 받을 수 없거든요.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여성노동자회가 지난 한 해 동안 300명이 넘는 회원에게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했고, 그 통계를 바탕으로 책을 만들었어요. 지난해 국회에서 열렸던 토론회도 가사노동자 노동권 인정을 위한 거였고요.
 
 
- 가정관리사로 일하려면 어떤 교육을, 얼마나 받아야 하나요?

작년까지는 1년에 4차례 교육을 했어요. 인성교육, 고객관리, 소통, 여성으로서 갖춰야 할 소양, 이주여성에 대한 이해 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여성운동을 왜 하는지, 왜 이 협회가 있어야 하는지에 관한 거죠. 3일간의 교육 외에 두 차례 현장 실습도 해요. 이미 일을 하고 있는 선배를 따라 현장에 가서 직접 일을 배우는 거죠.
 
고객의 집을 둘이서 방문할 때는 허락을 받아야 해요. 신입교육이 있는데, 하루 같이 일해도 되냐고 물어보죠. 이해심 많은 분들은 그러라고 해요. 하지만 꺼려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고정 관리사 말고 낯선 사람이 오는 게 싫은 거죠. 현관 비밀번호가 노출될까 봐 불안해하기도 하고요.
 
허락을 받아서 함께 하게 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주의할 점, 반짝반짝 청소하는 법, 마무리하는 법 등을 선배가 가르쳐줘요. 그 후에 저와 상담을 하고 회원이 되는 거죠.
 
올해는 교육을 6차례로 늘렸어요. 시기를 한 번 놓치면 3개월을 기다려야 하니 그 기간에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정작 교육하려고 보면 대상자가 없는 거죠.
 
회원 사정에 맞게 미리 상담을 하고, 실습을 끝낸 뒤에 교육 받을 수 있게 하려고 해요. 교육 일수도 하루로 줄였어요. 수도권 지역에 계시는 분들은 모두 구로에 있는 서울지부에서 교육을 받습니다.
 
 
- 가정관리사는 주로 무슨 일을 하나요?

세탁기를 돌리거나, 마른 빨래를 개고 다림질, 청소, 부엌 싱크대, 화장실, 쓰레기까지 집안일 전반을 담당해요. 그걸 4시간 안에 해야 하니 정말 쉴 틈이 없죠. 보통 가정을 생각하시면 안 돼요. 회원들은 매번 대청소하는 기분이라고 말해요.
 
보통은 일주일에 한 번 관리사를 부르니까, 일주일 치 일을 하고 온다고 보면 맞을 거예요. 운동화를 빨아 달라, 베란다를 청소해 달라, 그때그때 요구가 다르죠. 노동 강도가 셀 수밖에 없어요. 쉴 틈이 없는 거예요.
 
가정관리사를 내 돈 주고 고용한 사람이라며 만만하게 보시는 분도 있어요. 고객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해고될 수도 있고, 하루아침에 해고를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으니 참는 경우가 많아요. 노동 강도뿐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많은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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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도 9차 총회 모습 ⓒ 해피타임 제공
                               
 
가정관리사로 일하는 분들은 보통 40대에서 60대까지다.
“50대의 비율이 가장 많아요. 힘들어도 견디는 거죠.” 심 대표의 말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지난해 서울지역에 거주하는 가사노동자 320여명을 대상으로 노동환경과 건강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가정관리사는 50대가 52.2%로 가장 많았고, 60.3%가 평균 2~4가구의 고객 집을 방문했다. 하는 일의 종류는 하루 평균 29.2가지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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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례회 모습. “회원들 얼굴에 활짝 핀 미소처럼 밝은 앞날을 기대합니다” ⓒ 해피타임 제공   


- 보통 일주일에 몇 회 고객의 집을 방문하게 되나요?

1주에 1회 방문을 원하는 고객이 가장 많아요. 2회 방문은 드물죠.
오전 오후로 나눠 4시간씩 일해요. 9시부터 1시까지 일을 마치고 이동해서 2시부터 6시까지 또 일하는 거예요. 하루 한 집만 해서는 돈이 안 되거든요. 점심은 거의 김밥으로 때우세요. 이동 시간이 걸리는 탓도 있지만 일을 제시간에 못 마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죠. 하다 말고 나올 수는 없잖아요. 관리사들은 ‘빨리빨리, 흠없이, 깨끗하게’ 해야 한다는 압박을 많이 받아요.
 
 
- 회원 중에 외국인도 있나요?

외국인은 없어요. 처음에는 있었는데, 자기집을 다 맡겨야하는 특성상 이주여성이나 새터민을 꺼리는 분들이 많아서 아직은 회원으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 가정관리사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서비스 요금을 공개해 주세요.

(집)평수에 따라, 지속 방문이냐, 1회 방문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어요.
기본 4시간 기준 4만-4만5천원 정도예요. 김장도우미나 이사청소 같은 특별한 경우에는 5만원을 받고요. 연회원은 특별 할인이 적용됩니다.
  
심 대표는 좀 더 많은 고객이 ‘해피타임’을 이용해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회원들이 모두 성실하게 일하고 있고, 한번 이용한 고객들이 다시 찾는 일이 많아요. 절대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해피타임’ 문의전화 : 032-524-8832 / 017-230-8825
기타 정보는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www.homeo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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