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하의 코치, 상상 이상의 바르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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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하의 코치, 상상 이상의 바르깔라
  • 김유철
  • 승인 2014.01.26 21: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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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무작정 배낭여행] (2)코치~바르깔라~폰디체리
바르깔라.jpg
바르깔라 해변의 풍경이다. 절벽 아래는 바다가 펼쳐져 있고 절벽 위에는 숙소와 멋드러진 레스토랑들이 줄지어 있다.


2014년 1월 14일! 드디어 대망의 그 날이 밝았다. 인도로 떠나는 날인 것이다. 
아침 9시 30분에 출발하는 쿠알라룸푸르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공항으로 향했다. 아침 일찍이라 그런지 내가 본 인천공항 중 가장 한적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여유있게 도착한 탓인지 수속을 모두 밟았는데도 시간이 꽤나 남아서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비행기를 탔다. 오랜만에 타는 비행기라 그런지 살짝 긴장도 되었다. 내가 그토록 다시 가고 싶어하던 인도에 다시 간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났다.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약 7시간을 날아 쿠알라룸푸르에 현지시간 3시 30분에 도착한 후, 약 5시간정도를 대기하고 다시 인도 남부의 코치로 출발하여 인도 현지시간으로 10시 30분경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이번에 타고 가는 비행기는 저가항공사였는데, 기내식도 따로 사 먹어야 했고 음료도 따로 사 먹어야 했다. 음료 카트가 지나갈 때 사람들이 돈을 내고 먹는 모습은 새롭기만 했다. 
 
쿠알라룸푸르에 내려 5시간을 더 대기한 후, 코치에 도착하니 벌써 현지시간으로 22시 30분이었다. 한국시간으로는 다음 날 새별 2시였다. 밤 늦게 도착한 터라 공항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는데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두명이나 만나서 같이 밤을 지새운 후, 코치로 향했다. 

 
코치의 중국식어망.jpg

코치의 명물인 중국식 어망이다. 개인적으로 생각만큼 멋있진 않았다.


 코치
 
생각보다 코치의 첫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중국식 어망이 있는 코치의 해질녘 무렵을 상당히 매력적으로 표현을 해놨는데, 막상 보니 사진처럼 그리 멋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해산물이 싸고 맛있기로 유명하다고 되어 있었는데, 물가가 생각보다 많이 세서 거의 먹어보지도 못했다.
생각보다 높은 물가에 도시에 대한 별 매력까지 느끼지 못햇는데, 결정적으로 이 도시를 빨리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던 때는 수로유람을 할 때였다. 
수로유람은 작은 배를 타고 이곳저곳 수로를 다니는 투어였는데, 어찌하다보니 반나절이 아닌 한나절 코스로 하게 되었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배를타고 좁은 물길을 지나다니며 여유롭게 쉴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참여했지만 한마디로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배는 불편했고 강한 햇볕 때문에 오히려 피곤함만 잔뜩 안게 되었다. 
결국 생각보다 높은 물가와 또 생각보다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한 필자는 당초 계획보다 더 일찍 코치를 떠나기로 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코치에서 여유롭게 쉰 후, 다음 도시인 '바르깔라'로 넘어갈 생각이었지만 코치에 온지 2박3일만에 그곳을 떠나게 되었다.

그 다음으로 가려는 바르깔라는 해안가 마을이다. 해변과 백사장이 있고 바로 그 뒤에 절벽이 있고 그 위에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동네였다. 
코치에서 바르깔라를 가기 위해 알아보니, 코치와는 기차로 4시간정도면 가는 거리였다. 그래서 기차표를 미리 예매하지 않고 가기로 했다. 
인도의 기차는 예약을 해야되는 좌석과 예약을 할 필요가 없는 자유석의 개념으로 나뉜다. 밤 기차를 타거나 오랜 시간 기차를 타야 할 때는 누워서 잘 수 있는 sleeper칸을 타야 하는데 이 칸은 좌석이 아예 정해져 있어서 예약을 해야만 탈 수가 있다. 그러나 그냥 의자칸은 자리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서 미리 예약을 할 필요가 없다.

커피집.jpg
기품있는 복장이 특징인 인도의 커피집이다. 사진찍는걸 좋아하는 종업원과 필자가 어색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바르깔라

바르깔라의 첫 느낌은 상상 이상이었다. 절벽위에서 내려다보는 백사장과 바다는 아름다웠고 바닷물도 깨끗했다. 그리고 코치보다 물가가 더 비쌀 줄 알았는데 비슷한 수준이었고 물가에 비해 훨씬 예쁘고 매력적인 동네였다. 
게다가 숙소도 생각보다 싸게 잡았다. 아무래도 바닷가 휴양지다보니 싼방을 찾기가 힘들어 보였는데, 지나가던 포르투갈 친구의 도움으로 싼 방을 잡을 수 있었다. 또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동행도 하게 되었고 방을 같이 쓸 사람도 구해서 방값도 절반이 되니 훨씬 여유가 생겼다.
이러한 이유로 총 4박 5일을 있었는데 주로 한 일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해수욕을 하며 몸을 태우는 것이었다.  또한, 시원한 그늘에 앉아 쉬기도하며 제대 후 제대로 쉬지 못한 피로를 풀었다. 그 결과, 온 몸이 햇볕에 그을려 갈색이 되었다. 
또 혼자 온 서양인들과도 많이 친해졌다. 숙소를 소개해준 포르투갈인 이외에도 혼자 맥주마시다가 친해진 동독출신의 독일인, 해수욕하다가 친해진 남아공사람도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물가도 비싸지 않고 편안한 이곳에서 며칠 더 있고 싶었지만 또 너무 오래 있으면 늘어질 것 같아서 다른 도시로 넘어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이름도 예쁜 '폰디체리'였다. 
 
원래는 더 남쪽으로 내려가서 가장 남쪽인 '깐야꾸마리'를 찍고 올라올 생각이었는데 순례객들이 너무 많아서 숙소 잡기도 힘들고 별로라는 말에 '폰디체리'로 급 선회했다. 
 
폰디체리로 가는 길에는 신기한 일도 하나 있었다. 바르깔라에서 만나 며칠을 같이 다닌 부모님 연배의 부부가 계셨다. 그러다가 먼저 다른 도시로 떠나신다 하셔서 작별을 했었다. 그랬는데 기차를 갈아타기 위해 새벽에 잠깐 내렸던 '빌루뿌람'이라는 역에서 그분들을 정말 우연히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 새벽에, 그것도 바르깔라에서부터 열시간이 훨씬 넘는 거리에서 다시 만났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했다. 우리는 이 넓은 인도땅에서 어떻게 이럴수 있냐며 반가워했다. 때마침, 폰디체리로 가시는 길이라 같이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방도 하루 같이 썼다.

폰디체리.jpg
폰디체리 '프렌치쿼터'의 길거리이다. 거리를 걷다보면 여기가 인도인지 프랑스인지 헷갈린다.


폰디체리
 
폰디체리는 처음 본 모습과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본 모습과 차이점이 있었다. 영국 식민지배 시절 유일하게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지방이라 프랑스 풍으로 된 동네가 있어서 예쁘고 한적하다고 했는데, 처음엔 별로 그런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폰디체리에 하루나 이틀만 머물지 아니면 조금 더 있을지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하루정도 있다보니 프랑스인들이 거주하던 '프렌치 쿼터'쪽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있어볼 수록 매력이 있는 도시였다. 폰디체리에 있으면서 근교에 '오로빌'이라는 곳에 가보기도 했지만 거의 프렌치쿼터와 그 옆의 해변가에서 시간을 보냈다. 

남인도에 대한 첫 느낌은 북인도와는 사뭇 달랐다. 우선 물가가 북인도보다 비쌌고 음식도 북쪽과는 다른 것들이 많았다. 사람들의 생김새도 조금은 달랐고 때문에 인도같지 않다는 느낌도 받았었다. 그러다가 남인도는 남인도만의 매력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니 조금씩 매력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마말라뿌람'이라는 곳에 잠깐 머물러 있다. 지금의 계획으로는 교통이 편한 '첸나이'에서 남인도의 하이라이트라고 불리우는 '함피'로 갈 생각이다. 그리고 '고아'로 가려고 하는데 관건은 '함피'에서 얼마나 머무느냐에 달려있을 듯하다. 그러나 여행의 계획은 언제나 바뀌는 법! 결국 어디로 가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201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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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2014-02-03 02:11:54
혼자서 배낭여행도하고 대단하다ㅎㅎ얼굴에 즐겁다고 써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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