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양대홍 사무장의 의로운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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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양대홍 사무장의 의로운 죽음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5.1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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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기 손에 쥔 채 발견, 서구 ‘의사자’ 추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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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병원 빈소의 장례는 평소 검소했던 고인의 뜻을 받들어 조의금을 받지 않고 치러졌다. ⓒ 이재은



지난 15일 진도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283번째 희생자 양대홍(45) 사무장의 주검이 발견됐다. 양 사무장의 시신은 헬기로 수송돼 인천 길병원에 안치, 18일 부평승화원에 봉안됐다.


한 달간 실종 상태에 있던 양대홍 씨의 손에는 무전기가 쥐어져 있었다. 그는 배가 90도까지 기운 상태에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수협에 모아둔 돈을 큰 아이 등록금으로 사용하라. 길게 통화하지 못한다. 아이들을 구하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고인이 된 양 사무장은 고3, 중2 아들 둘을 두고 있다.


자기만의 안위를 위해 승객의 안전을 저버린 선박직 승무원과 달리 양대홍 사무장은 의(義)를 지킨 사람이었다. 식당칸에 있던 아르바이트생 송모 씨가 충격에 빠져 있자 “빨리 나가야 한다”며 싱크대를 밟고 창문을 열어줬다. 조리 담당 승무원 이모 씨도 양 사무장의 도움으로 탈출했다.


양대홍 씨는 4년 전부터 청해진해운에 근무했다. 처음에는 오하마나호를 탔는데 세월호가 들어온 뒤 부사무장에서 사무장으로 승진하면서 배를 옮겼다.


양 사무장의 큰 형 양대환(57) 씨는 “평소 검소했던 동생의 뜻을 따라 장례도 최대한 검소하게 치르기도 했다”고 밝혔다. “동생네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조의금으로 생활비라도 보태면 어떨까도 생각했지만 동생 뜻이 아닐 것 같아 제수씨와 가족들이 고민 끝에 조의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이어 “동생은 평소에도 책임감이 강했던 터라 그 상황에서 뭐라도 했을 것”이라면서 “가족들도 동생이 의사자로 인정받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서구는 양대홍 사무장을 의사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구 관계자는 “의사자 선정 추진을 위해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유족의 동의와 목격자 진술이 확보되는대로 다음 주에 의사자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의사자란 직무 외 행위로 타인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의 급박한 위험을 구하다가 사망한 사람을 일컫는다.


의사자 지정을 위해서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보건복지부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이후 의사상자 심의위원회에서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 의사자 여부를 결정한다. 의사자로 지정되면 보상금을 비롯해 의료급여, 교육보호, 취업보호, 장제보호, 국립묘지 안장 의뢰 등의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


승객의 탈출을 돕다가 숨진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22), 김기웅(28), 정현선(28) 씨 등 3명은 지난 12일, 보건복지부가 의사자로 인정했다. 이들은 혼란에 빠진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주고 구조선에 오를 수 있도록 돕다가 본인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국민들은 온라인을 통해 먼저 승무원 박씨의 의사자 지정을 추진했고, 연이어 선상커플 고 김기웅, 정현선 씨의 의로운 죽음을 알렸다.


세월호 침몰 33일째인 18일, 탑승자 476명(추정) 중 구조자 172명, 희생자는 28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신을 찾지 못한 실종자 18명이 아직 컴컴한 바다 속에 갇혀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오전 9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이 19일 오전 9시 세월호 관련 대국민 사과와 함께 새로운 국가운영 방안에 대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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