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이 바라보는 6.4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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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이 바라보는 6.4지방선거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4.05.31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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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지 아는 사람 뽑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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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가장 잘 되는 장사는 간판업이라고 한다. 그만큼 가게가 자주 바뀐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무슨 일을 시작할까 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을 이용한 가게나, 그도 저도 아니면 분식집 등 음식점을 많이 낸다. 치킨집, 분식집, 미용실 등이 수없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건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버티고 있다는 얘기다.

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은 그들의 장사에 결정적이고 치명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6.4지방선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28일과 29일, 역시 ‘무작위’로 자영업을 하는 가게에 들어가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간됨됨이 다음에 학식, 인물을 따져야
더 이상 지역감정을 내세우지 말아야

① 카페에서(60대 후반 주인과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손님 대화)

주인: “우선 인성이 좋아야 한다. 사람이 돼야 한다. 그 다음이 학식이고 가정교육이다. 사람이 되지 않으면 다 소용없다. 내가 예전에 유치원을 운영할 때도 아이들한테 먼저 사람이 되라고 했다.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이 된 다음에 학식도 인물도 따진다. 못된 것들은 배우나 마나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

“눈빛을 보면 정직성이 보인다. 말할 때 잘 보면 가식도 보이고 진실성도 보인다. 사람을 많이 보면 유리처럼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누구든 뽑아야 하는데 아직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누가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는지, 장사하는 사람이 얼마나 힘든지 아는 사람을 뽑을 거다.”

손님: “지역감정 있는 사람하고 얘기하면 조심스럽다. 주관이 있어도 남에게 강요하면 안 된다. 난 인천사람이다. 소외된 사람을 생각하는 정치인이 정말 있을까 싶다. 시장도, 구청장도, 교육감도 다 중요하다. 현재 누구를 찍을지 다 생각하고는 있다.”

주인: “대장이 문제가 아니고, 주변 인물들 때문에 뜻이 엇나갈 수 있다. 옆에서 부추기면서 다른 말만 하면, 대장은 여론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 밑에 있는 놈들이 지 목 잘릴까봐 지 생각은 접어두고 잘 보이려고만 한다. 스펙을 만들고 영리를 취하느라, 바른 말을 못한다. 대통령 옆에도 그런 사람이 수두룩하다.”

손님: “인성이 된 사람을 찾기 힘들다. 공약을 내세울 때는 당연히 할 것같지만, 조금만 지나면 지 욕심만 차린다. 다 그렇다. 공약한 건 모두 뒷전이다. 우리 서민은 늘 배신당하고만 산다. 인천을 위해, 내 아이들을 위해 일할 사람이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그동안 사람보다 당을 보고 찍었다
인천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후보 찍을 것

② 중학교 앞 문방구에서

“난 당을 보고 찍는다. 당이 괜찮으면 찍는다. 그래도 후보들 정보를 알아야 하는데 아직 벽보도 안 봤다. 내 고향인 충청도에서는 전통적으로 여당이 많다. 하지만 인천 살림이 어렵다고 하니까, 인천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근데 누가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다. 참, 3번은 누구지?”

“사실, 난 후보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관심이 없는 편이다. 그 사람이 어떤 공약을 내세웠는지 관심도 없다. 당만 보고 찍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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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일까지 접고 투표할 필요성 못 느껴

③ 동인천역 지하상가 옷가게

“선거에 관심 없다. 선거할 때마다 뭐가 달라질 것같지만, 결국 달라지지 않았다. 설문전화도 많이 오는데 받지도 않는다. 아마 이번에도 누가 돼도 똑같을 것이다. 벽보에 써 붙인 건 아예 관심도 없다. 뭐, 어떤 놈이 하든 변하지 않는 건 똑같다. 지난번 선거에는 투표는 했지만, 이번엔 하지 않을 거다.”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들하고 얘길 해봐도 생각이 비슷하다. 일까지 접고 투표하러 가진 않을 거다. 일찍 서둘러 할 필요도 못 느끼고. 그리고 세월호 참사 사건을 끝까지 수습해야 하는 것도 맞는 일인데, 너무 오래 가니까 힘들다. 장사가 통 안 된다. 사람들이 아예 지하상가엘 나오질 않는다. 유가족은 목숨보다 소중한 새끼들을 잃어버렸으니 얼마나 슬프겠나. 나도 자식 키워본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프지만, 한편으론 장사가 안 돼 막막하다. 도매상들은 더하다. 더욱이 우리처럼 중구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더 안 된다. 전에는 누가 연설하러 오면 잠깐 나가서 보고 왔지만, 지금은 누가 선거 종이를 나눠주면 바로 찢어버린다.”
 

시민을 어려워하는 정치인이 뽑혀야
없는 사람이 살게끔 만드는 사람으로

④ 아파트단지 앞 미용실

“겉으로 보기에 똑똑해 보이는 사람도 선거에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이 인천과 인천 사람을 위해 일할 것인지 관심이 없다. 그저 예전처럼 찍어온 대로 찍는다고 한다. 없는 사람이 살게끔 만드는 시장이나 구청장을 뽑아야 하는 거 아닌가. 자기가 사는 인천, 자기가 사는 남동구에 관심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엄마들이 많이 흥분한다. 애들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 남 일같지 않아서 그렇다. 정부에서는 해결을 제대로 하지 않고, 빨리 묻으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그걸 알면서도 휩쓸리는 것 같다. 무슨 일이 터지면 끝까지 잘잘못을 따지고 책임 질 사람이 책임 져야 다시 그런 일이 안 생긴다. 그 점에 대해서는 엄마들도 동의한다.”

“나는 서울이 고향이고, 결혼하고 인천으로 와서 미용실을 한다.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점점 인천에 정이 간다. 뭔가, 거칠고 부족한 느낌이 많아 나랑 비슷하다. 인천토박이가 얼마 안 되고, 나처럼 다른 데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아무리 애향심이 없다고 해도 나는 인천이 잘 됐으면 좋겠다. 인천 사람을 만만하게 보는 사람이 정치를 하면 안 된다. 시민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난 투표는 꼭 하고, 가게 문을 열 거다.”


자식들 취직이 가장 중요한 문제
투표하는 누구 찍을지 선택할 것

⑤ 시장 안 양품점

“투표는 해야 한다. 대학생인 딸애는 투표 날 일찌감치 친구들이랑 놀러가기로 약속한 모양이더라. 사전투표라도 하고 가라고 했는데 모르겠다. 머리 컸다고 요샌 말을 안 듣는다. 난 예전에 투표를 하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이젠 꼭 하려고 한다. 그래야 불평을 해도 떳떳한 것 같다. 투표도 안 하고 이러쿵저러쿵 말하면 괜히 힘 빠지고, 다음 선거 때까지 시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진실한 사람이 돼야 하는데, 누가 진실한지 알 수가 있나. 선거 전에는 한 표라도 더 받으려고 가게마다 들러 악수하고 환하게 웃지만, 정작 되고 나면 입을 싹 닦는다. 하긴, 그래야 정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경제가 살아나면 좋겠다. 둘째 애가 곧 제대해서 복학할 건데, 취직이 잘 될지 그게 늘 걱정이다. 딸애도 작년에 졸업했어야 하는데 취직이 안 된다고 졸업을 미루고 있다. 우리 집은 청년실업자가 둘이나 생길 판이다.”

“가게 문을 연 지 10년인데, 요새처럼 장사가 안 될 때도 드물다. 애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치다꺼리가 끝날 줄 알았는데, 취직이 안 되면 계속 차비며 밥값을 대줘야 한다. 나라도 장사가 잘 돼야 하는데, 계속 요새처럼 안 되면 걱정이다. 여기 옷도 외상으로 끊어왔다가 팔리면 돈을 갚는다.”

“대충 누구 누구를 찍어야 할지 생각은 해뒀다. 하지만 확고한 게 아니어서, 또 누가 뭐라면 확 바뀔지 모른다. 투표는 꼭 할 건데, 누구를 뽑을 건지는 투표날 아침에 결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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