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36일째 유민아빠 김영오 씨, 박대통령 결단 촉구 기자회견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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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36일째 유민아빠 김영오 씨, 박대통령 결단 촉구 기자회견 가져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4.08.19 02: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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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떠한 이후에도 세월호 특별법 제정운동 계속된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김영오 씨와 의사 이보라 씨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4박 5일 동안 한국을 방문하며 세월호 가족들을 여서 차례 만나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오후 한국을 떠나자, 시복식장에서 교황과 직접 만남을 가졌던 유민아빠 김영오 씨가 광화문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친필 사인이 담긴 세월호 실종자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를 남겨 다시한번 세월호 가족들에 대한 비상한 관심을 드러낸 가운데, 교황이 떠나자 김영오 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서울 동부병원 내과 의사 이보라 시는 "평소 운동을 즐겨 하는 건강한 분이어서 7월 14일 함께 단식을 시작한 유가족 15명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 단식을 지속하고는 있지만 이제 유민아빠 김영오씨도 더 이상 단식을 지속하기 힘든 상태가 발생하고 있"다고밝혔다. 심각한 체중감소와 몸속 영양분의 고갈로 " 이제 단식을 중단한다 하더라도 병원에서 의료인의 처방하에 매우 조심스러운 치료적 복식 프로그램이 진행"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날 광화문 농성장에는 대학생들이 단식농성에 참여하는 한편, 8월 30~31일 이틀간 인천 아트플랫폼에서 펼쳐지는 저항예술제에 참여하는 민예총 회원과 예술가들의 기자회견도 열렸다. 

여야는 18일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렬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세월호 가족들과 면담을 갖기도 했다. 19일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재개될 예정인 가운데, SNS상에서는 김영오 씨의 단식을 중단할 것으로 호소하는 누리꾼들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에서는 특별법 제정을 바탕으로 한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철저한 책임자 처벌, 그리고 다시는 참사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활동기금 모금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후원 사이트 www.socialfunch.org/sewolho )

아래는 김영오 씨의 기자회견 전문이다. 


 대통령은 교황의 메시지를 들으십시오

이번 방한 일정 동안 교황은 저희 유가족들에게 큰 위로를 주셨습니다. 14일 입국 때 마중나간 유가족들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전 면담, 16일 시복식 전 카퍼레이드, 17일 승현 아빠 이호진씨의 세례식, 그리규 오늘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평화와 화해의 미사’까지 교황은 매일 저희 유가족들을 만나고 살펴주셨습니다.

방한 일정 내내 노란 리본 뱃지를 달고 계셨고, 승현 아빠 이호진씨와 웅기 아빠 김학일씨가 900km를 걸으며 짊어졌던 6kg짜리 나무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겠다고 하시며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셨습니다.

힘없고 약한 유가족들의 요청을 다 들어주셨습니다. 시복식 때 한달 넘게 굶고 있는 저를 만나 달라는 요청, 이호진씨의 세례식 요청 등 무리일 수 있는 요청들을 전부 들어주셨습니다. 경호와 안전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카퍼레이드 도중 유례없이 차에서 내려 저를 만나 주셨고, 제가 드리는 편지를 직접 자신의 주머니에 넣으셨습니다.

마치 이번 방한의 목적이 세월호 유가족의 위로인 것처럼 교황님은 방한내내 파격적으로 유가족들과 함께해 주셨습니다.

반면에 박근혜 대통령은 어떻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5월 16일 유가족 대표들과의 면담 때 언제든 다시 만나겠다고 하셨으나 다시는 유가족들을 만나지 않았고, 언제부턴가 세월호에 대한 언급조차 없어졌습니다. 참사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이 우리 유가족을 만난 횟수보다 짧은 방한 기간 동안 교황이 유가족을 만난 횟수가 더 많습니다. 제가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해 36일째 단식을 하고 있지만 철저히 외면하였고, 제가 대통령께 쓴 편지를 청와대에 전하면서 대통령께 잘 전달되었는지 확인만 해달라고 하였으나 그 요청조차 묵살당했습니다.

대통령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고 특별법을 제정하며 유가족들의 의사를 잘 반영하겠다고 약속하셨으나, 청와대, 정부, 여당은 국정조사, 특별법 협의 과정에서 비협조, 불성실, 무책임한 모습만 보였고 현재 특별법 제정도 여당의 완강한 태도로 기약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잘못으로 목숨보다 귀한 자식을 잃고 그 진상규명을 위해 한 달 넘게 단식하는 국민을 외면하는 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란 말입니까? 왜 대한민국 국민인 우리 유가족들이 외국의 종교지도자에게까지 우리의 원통함을 호소해야 한단 말입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교황께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해주어서 감사하다고 하였습니다. 대통령께서 직접 우리를 위로해주십시오. 우리는 내 자식이 왜 그렇게 죽었는지 알아야 치유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목숨 걸고 단식까지 하면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없으면 어떤 다른 지원도 우리 유가족에게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위로받는 유일한 길은 제대로 된 특별법이 제정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몸이 한계치에 다다른 것을 느낍니다. 그러나 제가 정말 두려운 것은 몸이 망가지거나 잘못되는 것이 아니라 유민이의 죽음의 이유를 밝히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물러설 수 없습니다. 속히 우리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저를 구해 주십시오.

대통령께서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대통령께 공식 면담을 요청합니다. 저는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이 통과될 때까지 계속 대통령을 만나러 청와대를 찾아가겠습니다. 우리 유가족과 무관한 교황도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께서 딸을 잃고 사선에 선 이 애비를 외면하지 말아 주실 것을 간절히 촉구합니다.

2014.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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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과나눔 2014-08-19 09:34:09
유민아빠의 말에 동참하며 대통령의 결단과 정부 여당의 변화를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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