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 방치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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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학대, 방치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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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6.1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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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학대가 해마다 늘어나 우리나라 노인 7명 중 한명 꼴로 정서적 신체적 학대 등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실시한 '전국 노인학대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노인 6천745명의 13.8%가 학대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이 535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73만8천명의 노인이 지난 1년간 학대를 겪은 셈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고령화사회의 가속화와 핵가족화, 효사상 경시, 취약한 노후복지 등의 경제사회적 여건을 생각하면 노인학대는 앞으로 더욱 중대한 사회문제화할 가능성이 크다.

노인학대 실태조사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정서적 학대가 67%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방임 22%, 경제적 학대 4.3%, 신체적 학대 3.6%의 순이었다고 한다. 학대 가해자로는 자녀가 50.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배우자 23.4%, 자녀의 배우자 21.3%로 나타나 자녀세대에 의한 학대가 전체의 71.9%를 차지했다. 자녀세대가 노부모에게 저지르는 학대는 정서적 학대나 경제적 학대, 방임, 유기 등이었다. 핵가족화와 물질 만능주의, 전통적 가치관인 효사상의 약화 등 사회적 환경이 크게 변화한 데다 부양을 위한 경제적 부담을 견디기 힘든 열악한 현실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한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할 필요를 절감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인학대의 실제 상황은 이번에 조사된 수준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광범위할지도 모른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등의 자료에 따르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2006년 2천274건에서 2008년 2천369건으로 4.2% 증가했으나 학대로 인한 상담건수를 보면 2006년 2만2천98건에서 2008년 3만5천467건으로 무려 60.5% 증가했다. 가출노인 수도 2006년 2천890명에서 2008년 4천266명으로 47.6%나 늘어났다. 상담이나 가출 건수의 높은 증가율은 노인학대의 양과 질이 직접 신고나 조사를 통해 나타난 것보다 한층 위기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학대를 받으면서도 이를 숙명으로 여기며 자식을 감싸주기만 하는 노인의 경우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더 이상 노인학대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오죽했으면 15일이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일까.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다루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확대하고 노인학대 문제 해결을 위한 상담체계 구축이나 교육 등 예방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법적 차원의 보완도 요구된다. 지난해 각 시도 노인보호기관에 접수된 2천674건의 노인학대 신고 가운데 11건만 기소됐고 실제처벌은 2건만 이뤄졌다고 한다. 부모나 조부모에 등 존속폭행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가 없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가 적용되고 있다. 마침 정부가 노인에게 폭력을 휘둘러 다치게 한 사람의 형량을 높이고 존속폭행을 반의사 불벌죄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의 법률개정을 추진한다고 한다. 서글픈 일이기는 하나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서라도 노인학대를 이땅에서 몰아내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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