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가 좋아서 먼 길 마다않고 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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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가 좋아서 먼 길 마다않고 왔죠!”
  • 박영희 객원기자
  • 승인 2014.10.04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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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온 자원봉사자 박현순씨 가족이야기
 
밝은 미소와 함께 불편함이 없도록 친절하게 손님들을 맞이하는 사람들.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인천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위해 주인의식을 갖고 스스로 손님 맞기를 자처한 시민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얼굴들. 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들’이다.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경기장에 가면 민트색 복장을 갖춰 입고 성공적인 대회가 되도록 마음을 모아 뒤에서 묵묵히 자신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13,5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 이들은 대부분 경기장과 선수촌 등에서 안내와 도우미역할을 하며 아시안게임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스포츠축제 속에서 나눔을 실천하기위해 오늘도 손과 발이 바쁘게 뛰어다닌다.
 
 
많은 자원봉사자 중에서도 가장 장거리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봉사자 가족이 있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지난 9월14일 호주 시드니에서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박현순씨(52)와 아들 이정욱씨(25), 딸 이정아씨(23)이다.

2000년 호주로 이민을 간 후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현재 시드니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박씨와 아들 정욱씨는 한의사이다.

이들 가족이 특별히 하키경기에 자원봉사를 지원한 이유가 있다.

박씨는 여고시절 하키 선수로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하키에 남다른 애정과 열정을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아들과 딸도 어머니 박씨처럼 하키와 인연을 맺고 실력을 갖추면서 호주에서 국제하키심판으로 활동을 겸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한국으로 가 하키경기장에서 자원봉사를 하자고 했더니 아이들도 바로 ‘오케이’하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자원봉사 신청하고 짐 싸서 날아왔어요."

"한의원은 잠시 문을 닫았어요. 그 일은 다시 돌아가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렇지만 아시안게임은 평생 한 번인데 망설일 필요가 없었어요. 제게는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산 없이 하는 이 봉사가 더 행복하고 의미 있거든요. 아이들에게도 책상에서 배울 수 없는 좋은 경험이 되고요. 저도 자원봉사를 통해 나눔과 사랑과 열정을 배웠습니다.”
 
 
박씨는 선학하키경기장에서 통역과 경기지원 자원봉사자로 활동을 한다. 아들과 딸은 경기장 내에서 아나운서로 마이크를 잡고 있다.

방송이 없는 시간에는 통역 봉사자로 막중한 임무를 갖고 경기장을 찾아온 외국인과 선수단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아들 정욱씨는 경기장 주변을 다니면서 외국인 선수단 관계자들과 하키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며 불편함을 묻곤 한다. 또 도움을 요청하는 외국인들에게 불편사항을 전달하고 즉시 해결해주는 해결사 역할도 하는 전천후 봉사자이다.

“제가 가진 능력으로 자연스럽고 쉽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좋아요. 제가 마이크로 선수들의 이름을 부를 때 관중들이 환호하고 박수치는 모습을 보면 기분 좋고 또 제 역할이 대회운영에 도움이 돼서 보람 있어요.”
 

어머니 박씨는 통역 봉사를 하는 도중 아픔을 호소하는 환자를 만났다. 경기장에서 늘 마주치는 진행요원이다. “아프지 말아야하는데...걱정이네요..”

진행요원 김윤선씨(선수단계 팀장)는 고열과 몸살로 박씨를 찾아왔다.

“새벽 훈련이 계속 있어서 요즘 몸살이 났어요. 오늘은 열도 나네요. 얼마 전 박선생님한테 수기요법을 받았는데 몸이 가벼워지고 좋더라고요. 오늘도 잠깐 시간을 내서 받아 보려 해요.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해주시는데 저희는 너무 고맙고 감사하지요.”

김씨는 바닥에 누워 박씨의 손을 이용한 치료를 받으며 편안해 한다.
 
 
“어떠세요? 여기 누르니까 아프죠? 조금만 참으세요. 이렇게 받고 나면 한결 괜찮아질 거예요. 얼마 전에는 지하철역에서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이렇게 수기요법을 해줬더니 얼마나 고마워하는지...환자를 보면 그냥 있을 수가 없어요. 직업병이 나오더라고요. 하하~”

그들은 경기장 내에서도 만능 봉사자로 통한다. 다양한 역할로 경기지원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하키협회 요청으로 정욱씨와 정아씨는 영어 아나운서를 하고 있다.

마이크를 잡고 영어로 경기 소개를 마친 딸 정아씨는 “하키를 했었기 때문에 경기관람도 하면서 소개하니까 재미있어요. 외국인 관중과 선수들이에게 도움이 돼서 보람됩니다. 엄마와 오빠랑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면서 기쁘게 봉사하고 있어요. 외국선수단들이 저를 찾아 와서 기념뺏지도 이렇게 선물로 주고 가요. 이것보세요.”라며 패용한 카드 줄에 빼곡하게 꽂아 놓은 각국 선수단들의 뺏지를 내보인다.
 

“스포츠축제 중에 내가 좋아하는 하키경기를 위해 봉사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한국의 스포츠는 세계에도 많이 알려져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이 큽니다.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세계에 스포츠 한국으로 우뚝 섰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를 위해서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으면 또 와야죠.”박씨는 두 자녀를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이들은 경기장 인근 원룸을 얻어 경기장으로 출퇴근하며 지낸다. 간단하게 준비한 살림살이는 친구가 도와줬단다.

이제 아시안게임도 이틀 남았다. 이들도 잠시 정든 인천과 곧 이별을 해야 한다.

10월14일 출국예정인 박씨와 가족들은 행복한 기억 속의 인천아시안게임의 추억을 한 아름 가슴에 담고 호주행 비행기에 오를 것이다.
 
박영희 객원기자 pyh6061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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