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시장은 국민 돌보지 못해...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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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시장은 국민 돌보지 못해...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4.10.08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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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 이어 ‘바보주막’ 준비하는 강병수 준비위원장 인터뷰

'인천바보주막' 준비위원장 강병수 전 시의원

최근 우리나라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와 국정원의 선거 개입 등은 물론, 집권자들이 보여주는 '국민과의 대화를 단절키시는 불통의 정치'로 많은 상처를 받고 있다. 특히 정치인들이 국민과 소통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와 달리,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정부는 국민과의 대화를 끊고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장려하던 진정한 민주주의를 ‘경제 프레임’의 명목 하에 도태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렇다고 그들이 일으켜 보겠다던 경제가 살아난 것도 아니고 더더욱 도탄에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주의를 외면한 정부에 의해 국민 생명과 인권이 철저히 위협받고 유린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노 대통령이 이루고자 했던 국가와 사람의 가치관이 근래 재조명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소위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은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때로는 쌍욕을 들으면서도 끊임없이 국민의 대화를 들었던 그의 생애는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대통령으로 앉아 있는 인물들과 비교했을 때 더 높은 가치를 지닐 수밖에 없다. 몇몇 사안으로 참여정부에 신랄한 비판을 날렸던 진보 인사들도 현재는 노 대통령이 소망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노 대통령 사후 그가 이루고자 했던 가치를 현실화하기 위해 많은 시민사회단체들 혹은 그에 준하는 단체들이 형성됐다는 점은 비록 전직 대통령이 죽음에 몰리는 비운의 상황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이 되기도 했다. 그중 2년여 전부터 전국 몇몇에서 운영되고 있는 ‘바보주막’이라는 곳이 있다. 말 그대로 막걸리 등을 파는 ‘주막’이다. 그런데 이 주막은 전국 어디든 ‘1인 1표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된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진정한 민주주의의 가치, 그리고 그 가치와 민생을 지켜내기 위해 시민들 스스로가 협동조합의 이름으로 모인 것이다.

인천에도 올 연말 혹은 내년 초를 목표로 ‘바보주막’이 문을 열 예정에 있다. 지역 인사들과 시민들을 중심으로 최근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100명에 가까운 조합원들을 모으는 등 크지 않은 규모지만 순항 중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준비위의 위원장은 지난 민선5기 송영길 시장 집권 당시 시의원으로 활동했던 강병수 전 의원. 시의원 당시 조례 발의와 시정 질의를 가장 많이 했던 것으로 유명한 강 의원은 재임 당시 영화산업 진흥을 위해 인천영상위가 발족할 수 있도록 조례 제정에 큰 역할을 했고 보호자 없는 병실 사업을 전국 최초로 시작하게끔 했던 장본인이기도 했다. 또한 인천여성가족재단 발족을 위한 조례 제정과 ‘작은 도서관’ 사업에 대한 시 지원 근거 및 예산 마련 등 여러 성과들을 거둔 인물이다. 지난 시의회에서 이룬 문화예술 및 사회적 경제, 비정규직 관련해 이룬 성과가 상당수 주로 그의 손에서 나온 결실이었던 셈. “현재 직장이 없는 삶을 즐기고 있다”며 대신 인천 바보주막을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강 의원을 만났다.
 

지난 3월 문을 연 서울 마포의 바보주막 전경.
인천에도 이제 이러한 공간이 곧 생길 예정이다.

언론상에서 ‘바보주막’은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지지자와 영농법인 ㈜봉하마을이 설립한 민속주점으로 알려져 있다.

맞다. 상표권도 현재 노무현재단이 소유하고 있다. 그전부터 관심이 있어서 인천지역에 오픈하는 것을 알아봤더니, 사용 조건이 협동조합 방식이었다. 그전부터도 그랬고 지금도 협동조합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어서 좋다고 봤다. 참고로 나는 인천에서 오픈하는 바보주막에 대해서만 관여하고 있다. 정치인이다 보니 올 여름까지는 선거 관련 일에 집중하느라 신경을 쓰지 못하긴 했지만, 훨씬 전에도 바보주막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관심도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가는 취지라고 알고 있다. 다만 일부 시민들은 취지와 술을 파는 주막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분들도 있더라. 그러니까 “왜 꼭 술집이냐”와 같은 반응들 말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생전의 노 대통령이 퇴임 후 친환경 농사를 했고 재단에서 ‘봉하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어서 그 연관은 있다. 그런데 결정적인 것은 근래 세월호 참사도 그렇고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여당의 집권 동안 비상식적인 일이 너무나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막상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요즘은 노사모, 국민의동행, 시민광장, 그리고 현 통합진보당 소속의 지지자들까지 다양한데 그들을 아우르는 ‘연대의 공간’이 필요했던 거다. 그러니까 생전 노 대통령의 서민적 이미지와도 연관되는 막걸리 및 주막의 이미지와, 연대 및 소통의 필요성이 합쳐 만들어지는 곳이 바로 ‘바보주막’인 셈이다. 하지만 이 곳이 엄연히 ‘주막’인 만큼 정치적인 색깔을 굉장히 진하게 가져가지는 않을 생각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그렇게 술을 즐기는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지는 않던데.

젊은이들을 모으는 일은 사실 어렵다. 그들의 다양한 코드도 반영해야 할 것이고. 나만 해도 나이가 올해 쉰 다섯이라 그 감각을 따라가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웃음) 그러나 그들을 모으는 것은 중요하다. 요즘 젊은이들만큼 삶 자체가 힘들고 불안한 세대가 어디 있나. 요새 막걸리 집들을 보니 젊은이들 취향에 맞게 인테리어도 모던한 면이 있어 그런 부분도 신경을 쓸 것이고, 한 장소에서 낮에는 북카페로, 밤에는 주막으로 운영을 검토하는 등 여러 가지로 다양한 세대의 취향을 반영토록 고심하고 있다. 생각보다 인천이 북카페 같은 공간들이 많지 않더라.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보여주었던 친노와 비노간 갈등 혹은 진보세력간 갈등으로 노 대통령 지지자들은 현재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지친 모습을 많이 보이더라.

과거 ‘정통적 진보’로 이야기됐던 초기의 민주노동당은 FTA나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많이 했었다. 물론 재임 중엔 다양한 평가가 오가지만 이명박 정권은 집권 후 1년 만에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또한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정권이 국민을 위한답시고 하는 일들을 보니 노 대통령이 했던 일들이 얼마나 훌륭한 것이 많았는지 재평가됐고 뒤늦게 민노당도 인정했다. 그게 이후 다시 갈라지긴 했지만 통합진보당이 창당된 배경이기도 했고. 그러고 보면 노 대통령이 추구했던 가치를 바탕으로 조금씩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 그리고 친노 혹은 비노와의 갈등도 어느 정도 풀릴 수 있지 않겠나 싶다. 무엇보다 시민사회가 건강하게 연대하자는 것, 이게 ‘순수한 친노’가 아닌 내가 인천에서 바보주막을 추진하려는 의도다. 일단 조합원을 최대한 많이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협동조합의 기본 정신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서로 지친 사람들끼리 위로하며 연대할 수 있을 테니까.

인천엔 왜 그간 바보주막이 없었는지?

서울을 비롯해 부산이나 울산, 수원 등에 바보주막이 적어도 하나씩은 다 있었는데 인천엔 없어서 사실 나도 그 점이 궁금하다. (웃음) 다만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동안 대부분 선거에서 야당이 패배하면서 무언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 오기도 했고, 특히 최근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부가 해결 기미조차 보이지 않으면서 대중들이 연대 혹은 소통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들이 이야길 하고 들을 수 있는 어떤 ‘창구’의 의미로서 내가 그 역할을 해야겠더라. 그래서 인천에서 바보주막을 생각하게 된 것이고. 이번에 인천에 바보주막을 준비하면서 정말 절실하게 그들에게 다가가자고 다짐했다. 노 대통령이 생각하는 정치 관념의 바탕이었던 ‘참여와 연대, 그리고 소통’의 정신이 건강하게 꾸려진다면, 인천에서도 바보주막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협동조합’의 형태로 이 주막이 설립되는 문제에 정치인의 개입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나?

누구나 가능하다. 심지어는 정치적인 색을 드러내지 않아야 하는 공무원들이 가입해도 법적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협동조합 지원센터에 알아본 결과 들은 답변이다. 공무원들이 주식 투자를 해도 문제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서울 마포 바보주막의 한쪽 벽면 모습.
"권력은 책임지는 정치이다, 그것이 소통"이라는
그림 속 문구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어떤 사람들이 바보주막의 오픈을 준비하고 있나?

정치인들 중에서는 이성만 전 인천시의회 의장과 현재도 시의원을 하고 있는 이한구, 차준택 등의 의원들도 있고, 이재병 전 시의원도 있다. 대부분 민주당 인사들인데, 한 가지 분명히 짚어야 할 부분은 이들이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노 대통령의 뜻에 공감하는 시민’으로서 참여한다는 것이다. 정세일 전 인천시장 시민사회특보와 도성훈 참교육장학사업위원장 등 주요 지역 인사들도 있고, 인천지역 주요 노조위원장들이나 노사모 관련 인물, 인천시민광장 등 여러 시민단체들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 송영길 전 시장의 부인 되시는 남영신 여사도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격려해 주셨다.

식당이나 주점 등을 운영해본 경험자들이 준비위에 속해 있는지?

물론이다. 김강훈 인천시민광장 대표는 과거 인하대 후문에서 주류 업소 영업을 했던 경험이 있고, 이동열 인천종주단 대표는 구월동에서 같은 부류의 영업을 했기에 노하우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앞으로도 이 분들의 도움이 클 것이다. 운영상으로는 이사진과 경영진은 구분할 생각이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방해가 있진 않을까?

법률로서 보장된 협동조합이 경제적 행위를 자유로이 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그들도 쉽사리 그렇게 무리수를 두진 않을 것이다. 다른 지역의 바보주막들과는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데 그들 역시 크게 문제된 일은 없기에 그 부분은 많은 걱정을 하진 않는다.

향후 바보주막은 어떤 계획이 있나.

가까운 미래로는 오는 13일 발기인대회 겸 창립 대회를 열 것이고, 이후 일반 음식점 면허와 사업자 등록 등의 여러 절차를 거치는데 그게 한두 달 정도 걸릴 거다. 장소는 지금 물색 중에 있는데 좋은 곳이 생기면 연말 이전에 개업을 할 것이고, 약간 늦어진다면 내년 초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잠깐 의원님 이야기를 해 보자. 시의원을 해보니 어떻던가.

아직까지 한국의 지방자치는 그 영향력이 20% 수준밖에 안 되고 나머지 모두를 중앙정부가 휘두르는 모습이다. 국민 세금 전체 중 20%만 지방정부에 해당되는 것이니 사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더라. 그러다보니 막상 시민들을 위한 시정을 제대로 펼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도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세수가 있는 곳에 권력이 생기는 법 아닌가. 시의원이 조례를 제정하는 데에 있어서 상위법들에 의한 규제가 많다보니 그것이 좀처럼 시민들의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내가 본 문제점 중 하나였다.

유정복 씨의 시장 당선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 등이 궁금하다.

안상수, 송영길 전 시장은 모두 젊었을 적부터 인천에 있었으나 인천서 나고 자란 사람은 아니었다. 이에 시민들이 그런 부분에 있어서 무언가 ‘로망’이 있었던 것 같다. 선거에서 ‘정서’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나. 또한 유 시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다 보니, 시가 재정적으로 위기에 있는 상황에서 소위 ‘힘 있는 시장’의 논리를 내세운 것도 당선의 요인이라 본다. 그러나 그것은 지방자치를 몰라서 하는 얘기다. 국비가 자기 뜻대로 호주머니에서 막 꺼낼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또한 야권이 정치적인 희망을 보여주지 못한 부분도 있다. 대표적으로 통합진보당이 한때는 국회에서 13석을 차지했을 정도로 국민의 지지를 받기도 했지만, 선거와 관련해 보여준 모습이 국민들에겐 대단한 실망을 안기지 않았나. 나는 비록 그 사태에 연관된 당이나 사람은 아니지만, 진보 정치인으로서 연대적 책임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다만 작년부터 지금까지 정의당에 약 2천여 명의 당원이 가입했다. 당 홍보 활동을 전혀 안 했는데도 말이다. 내부에서는 건강한 제 3의 정당이 나와야 한다는 국민의 바람으로 이해하고 있다.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

‘전 의원’, ‘정당인’으로서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고향의 참 일꾼이 되기 위해 안정된 직장까지 그만두고 최근까지 시의원으로서 열심히 일한 것은 내게 큰 자부심이다. 비록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낙선은 했지만 그렇다고 지역 사회의 일꾼이 되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앞으로도 나는 지역 정치의 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니까.

바보주막과 관련해 인천시민들께 한 말씀 드린다면?

국가와 시장이 서민의 삶을 돌보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시민들 스스로 구축해 나갈 프로세스도 분명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바보주막’은 서민경제의 삶과 잘못된 정치를 시민 스스로 바꾸는 긍정적인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정치적인 부분 생각하지 말고 ‘협동조합’이라는 의미에 방점을 찍고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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