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할 일을 세월호 유가족들이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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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 일을 세월호 유가족들이 하고 있습니다”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10.22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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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실명 현수막 걸기운동’ 전개하는 이만재 씨

이만재 씨(52)는 추석연휴에 중학생 아들을 데리고 청와대 앞 청운동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에 갔다. 낮이었는데 문재인 의원과 세월호 유가족 십여 명이 앉아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일반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 시간 반 정도 그 자리에서 가족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들의 하소연은 한도 끝도 없었다.

“옆에 앉아 가만히 듣고 있는데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미 모든 걸 꿰뚫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건 초기의, 언론에서 하는 말을 믿고 분개하던 이들이 아니었어요. 유가족들은 ‘사고’가 아닌 ‘세월호 사건’의 전말, 상황 등을 너무 잘 알고 있었어요. 5년이든 10년이든 싸울 각오를 하고 있더라고요.”

깃발로 분위기를 살리자
저들에게 진 빚을 갚자

쉽게 끝날 리 없고, 유가족들이 쉽게 물러날 리 없으니 이만재 씨도 뭔가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사회운동을 했는데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저들이 하고 있구나', 부끄럽기도 했다. 서명운동이 아닌 좀 더 과감한 운동을 벌여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인천의노란손수건’ 구자옥 씨가 현수막 걸기를 제안했다. 해보기로 했다. 저들에게 진 빚을 갚아야 했다.

분위기를 살리는 데는 깃발이 괜찮겠다는 깨달음이 왔다. 전쟁에서도 나팔과 깃발이 중요한 물건이지 않나. 인천은 정치적 행동이 약한 편이다. 실명 이름을 걸고 현수막을 거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질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 시민들의 반응도 좋았다. 훼손이 극히 없다는 점이 그걸 증명한다.

인천은 현수막 훼손 거의 없어
시민들이 호응한다

“타 지역에서도 현수막걸기 운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거의 매일 소식을 전해 듣고 있어요. 그런데 타 지역은 찢어지고 팽개쳐지고 유실되는 일이 많아요. 백마공원 같은 데 현수막 걸고 있으면 시민들이 멈춰 서서 쳐다보고 가고 또박또박 읽고 그래요. 욕하는 사람도 못 봤어요. 불만 가진 사람이야 없지 않겠지만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분은 매우 적어요. 상가 주위에 거는 것은 피하니 민원도 거의 없다고 봐야죠.”

이만재 씨는 심정적 호응이 있다고 확신한다. 오래 대중운동을 해온 경험으로 표정이나 눈치만 봐도 알 수 있다.

“시민간담회 얘기가 나왔을 때 무조건 하자고 했어요. 언론에서 다루지 않은, 다루지 못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시민들도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될 거라고 믿어요. 그들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목표를 우리도 알아야죠. 서명은 약해요. 그리고 할 만큼 했어요. 부평역에서 5월 내내 서명운동을 했어요. 어떤 날은 1시간 반 동안 900명이 서명하기도 했죠.”

광고물법에 의하면 “개인이나 단체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구청이나 경찰서에 현수막 허가를 받을 때 헌법에 나타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혼자 300개 현수막 관리
주권자인 시민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한꺼번에 몇 십 개씩 거는 것보다 이제 네다섯 개씩 등산로 같은 데 걸어보려고 해요. 등산할 겸 아침 일찍 올라가서 요소요소에 거는 거죠. 괜찮아요. 누군가 끈을 끊으면 다시 묶으면 돼요. 훼손되면 다른 걸 걸면 되고요. 지금까지 470개 정도 제작했고 400개 정도가 남았어요. 저 혼자 관리하는 게 300개 정도. 아주 바쁘죠. 깃발은 자신감이에요. 중요한 건 자신감이죠. 주권자인 시민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거예요.”

시민단체의 주도로 활발하게 행동이 이어지던 시기가 저물고 있다. 이제 시민이 나서야 할 때라고 이만재 씨는 말한다. 아니, 이미 시민들이 나서고 있다고 말한다. 세월호 참사 6개월째. 잊지 않겠다고 말하던 사람들도 자신도 모르게 세월호를 잊고 있다.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위한 인천시민간담회’
10월 24일(금) 오후 7시 부평구청

인천시민과 함께 하는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위한 시민간담회’가 24일(금) 오후 7시 부평구청 중회의실에서 열린다. 예은, 주연, 창현 어머니가 참여해 그간의 경과와 활동경험을 들려준다.

[인천in]이 후원하는 이번 시민간담회는 부담 없이 이야기 나누는 자리로 마련된다. 추모굿, 서명운동, 촛불집회, 현수막 걸기 등 그동안 인천에서 있었던 행동을 영상, 사진, 패널 등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없으며, 김밥과 차가 무료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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