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 자연환경이 빚어낸 '관광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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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 자연환경이 빚어낸 '관광명소'
  • 이병기
  • 승인 2010.07.0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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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따라 발 따라 … 인천新택리지 ⑩ 중구 용유동


취재: 이병기 기자

영화 '실미도', 드라마 '꽃보다 남자', '천국의 계단', '칼잡이 오수정' 등으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무의도. 아울러 수도권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학생들의 'MT' 장소로도 자주 이용되는 을왕리 해수욕장 역시 인천시 중구 용유동(龍游洞)에 속해 있다.

이제 수도권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자리를 잡은 용유동은 예전처럼 배편을 이용해야만 오갈 수 있는 먼 곳이 아니다. 적은 시간으로 사시사철 편하게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인천의 명소'다.

24.68㎢ 면적의 용유동은 예전 인천부에 속했던 지역으로 1914년 부천군에 편입된 후 1973년 옹진군으로, 1989년부터 인천시 중구에 딸려 있다. 2008년 기준 인구는 4800여명이며 법정동인 덕교동(德橋洞)·을왕동(乙旺洞)·남북동(南北洞)·무의동(舞衣洞)으로 이루어져 있다. 용유동은 행정동이다.

주도인 용유도를 비롯해 대무의도·소무의도·팔미도 등의 유인도와 실미도·안 도·대안도랑도·살염도·하염도·잠진도 등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에는 지난 1992년부터 인천국제공항 건설을 위해 간석지를 매립해 4개의 섬이 하나로 이어진 지금의 영종도가 만들어졌다.

관광객들은 인천대교와 영종대교를 이용해 쉽게 을왕리 해수욕장을 찾을 수 있게 됐고, 월미도에서 영종도를 오가는 배편으로도 쉽게 이용이 가능해졌다. 무의도 역시 예전에는 연안부두에서 고속훼리를 타고 40분이나 걸려 들어가야 했지만, 을왕리 해수욕장 근처 잠진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5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피난민들의 터전, 을왕리


을왕리 해수욕장

영종도와 하나로 이어진 용유도는 한국전쟁 당시 유독 피난민들이 많이 찾은 곳이기도 하다.

늘사랑노인요양센터를 운영하는 이정선(58) 목사는 한 살 때 전쟁을 피해 황해도에서 용유도로 내려왔다고 한다.

"미군한테 천막을 얻어. 나무를 세우고 그 위에 천막을 올리면 천막집이 되는 거죠. 다음에는 나무에 흙을 덮고 잔디를 떠다가 벽을 만든 떼장집에서 살았지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는데, 한 해 두 해 지나다 보니 나무로 집을 짓게 되고, 지금까지 살고 있는 겁니다."

당시는 전란으로 먹을 게 부족했던 시기. 1953년께 비슷한 시기에 북에서 내려온 최경애(65)씨도 인천 내륙이 아닌 섬으로 들어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육지에서는 밥을 얻어먹기가 힘들었죠. 여기서는 조개도 잡고 고기도 잡을 수 있잖아요. 바닷가에서 바가지로 갯벌을 북북 긁으면 반이 조개였을 정도로 많았으니까. 그러면 밤새 조개를 손질해서 조개젓을 만들어 내다 파는 겁니다. 그걸로 다 아이들 공부시켰죠."

주민들에 따르면 당시 용유도 을왕리 지역에는 700~800 가구가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용유도에서 생선과 조개를 잡아 여유가 생기면 다시 인천과 서울로 나가기도 했다.


길게 늘어선 조개구이 식당

원주민들과 피난민 간 갈등도 존재했다. 이정선씨는 "원주민들이 피난민들을 억압하는 일도 있었다"며 "품앗이를 나가도 품값을 주지 않거나 '난민아, 난민아'라고 무시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60여년이 지난 지금은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됐다고 한다.

1950년대 후반부터 해수욕장으로 사람들이 찾기 시작한 을왕리는 1986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됐다. 백사장 길이는 약 700m, 평균 수심은 1.5m로 비교적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예전 용유도가 영종도와 이어지기 전, 관광객들은 을왕리 해수욕장을 가기 위해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무의도 입구 선착장에 내려 4km를 걸어왔다. 당시는 버스도 없었던 터라 여름철이면 해수욕장을 가려는 사람들로 길게 늘어진 줄과 경운기를 개조한 '딸딸이'로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모습이 볼거리였다고 주민들은 회상한다.


을왕리 선녀바위

을왕리 바닷가 근처에는 오랜 풍상으로 모습이 선녀를 닮았다고 해 이름 붙여진 선녀바위가 있다. 무속인들이 종종 찾아와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이곳에서 10여분 거리의 왕산리 해수욕장에는 을왕리의 두 배가 넘는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이외에도 거잠의 장군바위, 용유기암, 조천대 등의 볼거리가 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을왕리에도 주민들의 근심은 있다.

이정선씨는 "동네가 20년 동안 개발제한에 묶여 주민들이 피해를 많이 봤다"며 "아이들이 자라면서 낡고 작은 집을 어쩔 수 없이 수리하게 되면 관청에서 강제이행금을 물리는 경우가 다반사다"라고 말했다.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오는 2020년까지 용유·무의지역에 4계절 24시간 문화·관광·레저를 즐길 수 있는 세계적 복합 관광단지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이 개발사업은 서울 여의도의 8배에 이르는 24.4㎢ 면적에 기반시설 조성비만 10조2천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6월 초 지식경제부가 "보상비 부담(수익성 결여)으로 단기간 내 개발이 어렵고 민원의 우려로 최소 면적으로 재조정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해 사업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실미도, 영화는 영화일 뿐…자연과 함께 즐기자



무의도는 예전 안개가 많이 낀 날 어부들이 섬을 지나다 보면 마치 말을 탄 장군이 달리는 형상으로, 아름다운 춤사위 모습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영종도로부터 남쪽으로 500m 떨어진 섬으로, 실미도·무도·해녀도·사렴도 등의 부속 도서가 있다.

무의도의 호룡곡산(244m)과 국사봉(230m)은 고래바위와 마당바위, 부처바위 등 괴암절벽의 비경과 절경을 감상 할 수 있어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코스이다. 그 앞 하나개 해수욕장과 큰무리(실미) 해수욕장은 영화와 TV 방영으로 이미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실미도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10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덕교동 잠진도 선착장이 나온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배를 타면 5분 만에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에 도착할 수 있다. 이용요금은 왕복으로 계산한다. 일반 성인은 3천원, 차량은 1만8천원~2만5천원 정도다. 6월의 경우 아침 7시~저녁 8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무의도에 내려 가장 먼저 둘러볼 곳으로 실미도를 추천할 수 있다. 큰무리 선착장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을 뿐더러 실미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물이 빠졌을 때만 오갈수 있기에, 미리 물때 시간을 확인하고 방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실미도 셋트장 입구

섬 대부분이 해발고도 80m 이하의 야산으로 이뤄진 실미도는 영화 '실미도'의 개봉 이후 북파부대원들에 대한 진상이 드러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실미도 사건은 1971년 섬에 있던 북파부대원들이 자신들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은 군인들을 살해하고 탈출, 인천에서 버스를 탈취해 청와대로 향하던 중 수류탄을 터뜨려 자폭한 일을 말한다.


영화 '실미도' 세트장으로 이어지는 산길

백동호의 소설 <실미도>(1999)와 강우석 감독의 동명 영화(2003)을 통해 드러나면서, 2006년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진상을 밝혀냈다. '김일성 거처 습격'의 북파임무를 위해 훈련받던 공작원들은 3년4개월 동안 무인도인 실미도에 격리된 채 비인간적인 처우로 무장 탈출을 시도한 것으로 과거사위는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미도의 흔적을 기대하고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열에 아홉은 실망할 수 있다. 실미도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은 "영화 '실미도'의 엔딩신은 폭파로 결말지어졌기 때문에 실제로 촬영됐던 세트장은 대부분 유실된 관계로 세트장의 모습은 남아 있지 않다"고 미리 언질해 주고 있다.

'대부분'이라는 단어에 안도감을 갖고 남아 있는 세트장 '조금'의 흔적을 찾아 올라간 이들이라면 허무함을 금치 못한다. 비록 높진 않지만 다소 경사가 있는 산길로 언덕을 넘어 찾은 실미도 세트장은 출연자들의 단체사진에 "영화 '실미도' 촬영현장" 문구가 쓰인 팻말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또 실미도 입구에서 왼편으로 가면 쉽게 세트장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지만 안내 표지판이 없어 반대편으로 갈 경우 울퉁불퉁한 바위길로 한참을 돌아가는 낭패를 겪을 수 있다. 더욱이 물때 시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먼 길을 여유롭게 다니기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미도 촬영장엔 표지판 하나만이 덩그라니 세워져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영화 '실미도'에 대한 기대를 줄인다면 최적의 관광 코스로 변할 수도 있다. 실미해수욕장에서 실미도로 이어지는 길은 큰 돌이 놓여진 징검다리여서 옛 추억에 절로 잠기게 한다. 물이 빠진 실미도 갯벌에는 게와 조개가 풍부해 관광객들은 징검다리 위에서부터 조개와 게를 잡을 수 있다.

또한 밧줄로 경계선이 그어진 양식장만 피한다면 어패류를 잡을 수 있는 곳이 지천에 널려 있다. 해수욕은 물론이고 작은 동산도 있어 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도 있다. 실미도 곳곳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해외의 어떤 휴양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절색이다.

고운 모래가 펼쳐진 실미해수욕장은 숙박과 식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넓은 공터도 마련돼 있어 단체 방문시 작은 체육대회도 즐길 수 있다.

까치놀섬말로 어촌체험 가실래요?


까치놀섬마을에서는 어촌체험을 즐길 수 있다.

실미도를 나와 다음으로 가볼 곳은 까치놀섬마을이다. 까치놀이란 노을이 질 때 수평선 위로 황금빛 석양이 잠기는 것으로, 이 장관을 본 사람들은 절로 감탄이 나온다고 한다. 

개안마을이라고도 불리는 까치놀섬마을은 지난 2005년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선정됐다. 농촌전통테마마을은 마을 고유의 전통문화를 발굴해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조성해 어촌의 경제활성화를 도모한다. 도시민들에게는 어촌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자연과 공생하는 여가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든 곳이다.

정경자씨까치놀섬의 포내어촌체험마을에서는 조개잡이와 머드체험, 농촌체험, 망둥어낚시, 굴뽕&조개구이, 조개껍질모빌, 공예체험 등 계절별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어촌체험을 원하는 시민들은 인터넷 홈페이지 'kkachinol.go2vil.org'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체험마을의 전반적인 업무를 맡고 있는 정경자(54)씨는 8년 전 까치놀에 푹 빠져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 정씨는 "여행삼아 잠깐 왔는데, 시골 고향 같은 아늑한 분위기와 까치놀에 푹 빠져 이곳에서 살게 됐다"며 "까치놀을 보는 장소마다, 날마다 아름다움이 천차만별이다"고 극찬했다.

이런 이유로 무의도는 유난히 타지로 나갔던 동네 사람들이 노후를 맞아 다시 고향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무의도에서 가정을 꾸렸던 사람들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육지로 나가지만, 자식이 독립하게 되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원주민들이 다시 돌아오는 이유 중 하나는 인천국제공항 건설 이후 무의도의 교통 환경이 나아지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사는 자식들과의 교류가 편리하다는 것도 장점도 꼽힌다.

그러나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무의도도 개발의 광풍은 비껴가지 못했다.


정씨는 "2년 전부터인가 급속도로 개발이 진행됐다"며 "물론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하고 보기 좋게 바뀐다면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옛 모습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아쉬울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도로를 지나가 보면 무의도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벌건 속을 뒤집고 있는 흙과 포크레인이 눈에 띈다. 무의도 도로 곳곳에는 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까치놀섬마을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하나개해수욕장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이곳에는 드라마 '천국의 계단'과 '칼잡이 오수정' 세트장이 있다. 천국의 계단 세트장 내부는 3000원을 내면 이용이 가능하다.


공사가 진행중인 광명항 연륙교

하나개해수욕장 입구 바로 옆에는 호룡곡산 산림욕장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어 해수욕과 가벼운 산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산림욕장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큰무리선착장과 실미해수욕장 등 무의도 곳곳에 마련돼 있어 관광객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하나개 해수욕장

무의도와 소무의도를 연결하는 광명선착장은 하나개해수욕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이곳 역시 예전에는 연안부두에서 무의도를 오가는 배가 드나들었으나 이제는 소무의도를 오가는 나룻배만이 대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무의도와 소무의도를 잇는 연륙교 건설로 얼마 후면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광명항 맞은편에 위치한 덕점 방파제

한 주민에 따르면 예전에 육지로 가기 위해서는 광명항을 이용해야 했는데, 마을과 항구 사이에 경사가 높은 '바구니께' 고개가 있어 사람들이 길가에 짐을 내려놓으면 경운기가 알아서 짐만 광명항에 실어다 놓고 사람들은 걸어다녔던 추억이 있다고 한다.

수도권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잡은 용유-무의도.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개발이란 이름으로 훼손되지는 않을지 시민 모두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광명항에 있는 한 횟집에서 고양이들이 생선을 뒤로 하고 낮잠을 즐기고 있다.


광명항 전등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갈매기들


도로 중간에 걸려 있는 개발 반대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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