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청소년들에게 듣는 '우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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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청소년들에게 듣는 '우리 이야기'
  • 이병기
  • 승인 2010.01.11 00:0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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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좌)와 종민이는 중장기쉼터에서 지내며 각자의 꿈을 향해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가출 경험이 있거나 쉼터에 거주하는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실제로는 아이의 문제가 아닌 사회와 부모의 문제인 거죠. 아이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다 같이 돌봐야 한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정택 인천광역시청소년중장기쉼터 사회복지사

한때는 위기청소년, 일탈청소년으로 불리며 잠시 방황한 적도 있었지만, 다시 마음을 바로 잡고 열심히 생활하는 멋진 친구들이 있다. 인천청소년중장기쉼터에서 생활하는 김종민, 임선우 친구가 그 주인공. 비록 집안 사정으로 쉼터에서 지내고 있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자신의 꿈을 위해 살아가는 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종민(20)군 '내 꿈은 바리스타'

김종민군"이곳에 온 지는 8~9개월 됐어요. 집에 있는 것도 답답하고, 하고 싶은 것도 못했어요. 처음에는 여러가지 해보고 싶어 이것저것 찾아봤어요. 그 중에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찾게 됐고 학원도 수료했죠. 예전엔 제가 속을 많이 썩여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좋아하세요"

종민 친구는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해 "어릴 때 돌아가셨다"고 말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혼하신 게 아닐까' 하는 마음도 든다. 초등학교까지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삼촌 등 대가족으로 지냈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살게 됐다.

어렸을 때는 친구와 노는 것이 좋아 집에 들어가지 않는 날도 있었다. 많은 시간을 피시방, 노래방에서 보내거나 가끔씩 술도 먹었다. 결정적으로 종민 친구가 방황하게 된 시기는 고1 말 경 학과 선택이 달라진 이후다.

"해양과학고에 다녔는데 식품과에 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공부를 '막장'으로 해서 이상한 과가 걸렸죠. 성적으로 나눴거든요. 이런 것도 있고 질풍노도의 시기이다 보니 여러 이유가 겹쳤죠. 하루 이틀 학교에 나가지 않게 되고... 고2 때 중퇴했어요."

방황의 시기를 겪던 종민이는 작년 초 단기쉼터를 알게 됐고, 연수구에 위치한 대안학교 '청'에 다니게 됐다. 그는 단기쉼터에서 스스로의 의지를 인정받아 중장기쉼터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얼마 전에는 바리스타 교육을 수료해 현재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학원에서 소개시켜준 곳이 선유도공원 근처였어요. 오후4시~오후11시까지 일하는데 끝나면 거의 막차 타고 오죠. 왕복 세시간 정도 걸리나 봐요. 이달 10일이 첫 월급인데 제 용돈 조금 쓰고 어머니랑 이모 선물 하려구요. 주위에서 빨간 내복 사드려야 한다고 하던데요."

넉넉치 못한 형편에 어머니는 피부관리사를 그만 두고 지금은 화성휴게소에서 일하고 있다. 종민이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어머니를 본다. 더불어 어릴 때 함께 키워줬던 이모도 같이 만난다. 전에는 믿음직스럽지 못한 아들이었지만, 요즘은 어머니와 이모도 종민이를 믿어준다고.

"저와 비슷한 방황을 하는 후배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부모님이 잘 해주실 때, 공부를 할 수 있는 나이일 때 해야지 늦으면 남들 따라가기 힘들 거든요. 어머니, 이모 앞으로도 더 잘 할 테니까 지금처럼만 옆에서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사랑해요."


임선우(19)군 '집 나가 찜질방서 3일동안 지내기도'

임선우군"아버지가 거짓말하는 것을 제일 싫어하세요. 친구들이랑 놀다 늦게 들어갔는데도 학교 핑계를 댔죠. 자꾸 혼나다가 아버지가 나가라고 해서 진짜 집을 나갔어요. 학교도 안 가고. 중학교 시절 집을 나갔을 때는 노래방 갔다가 찜질방에서 3일동안 있던 적도 있어요. 친구들이 와서 컵라면 사주고 그랬죠."

선우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쉼터에 왔다. 당시 집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것을 반복하다가 단기쉼터를 알게 됐고, 아버지랑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버지와 다시 사이가 안 좋아져 고1 때 중장기쉼터에 들어오게 됐다.

선우는 현재 영종국제물류고등학교 졸업반이면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 다행히 작년 9월부터 학교에서 연계해 준 인천공항 물류단지에 취업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인턴이라 한 달에 70만원 남짓 받지만, 월급의 반이 넘는 40만원을 적금으로 붓는 알뜰 청년이다. 곧 계약직으로 전환되면 청약저축도 들 예정이라고.

"어머니는 이혼하셨고, 여동생은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요. 저처럼 놀기 좋아해서 걱정이죠. 아버지는 중소기업에서 일하셨는데 다리를 다친 후로 일을 못하고 있어요. 전에는 아버지라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요즘에 힘든 모습을 보면 저도 답답하고 빨리 아버지가 일어섰으면 좋겠어요. 동생도 공부에 더 신경썼으면 하고요"

선우에게는 쉼터가 큰 도움을 줬다. 자칫 중학교 졸업도 하지 못할 뻔 했지만 단기쉼터의 도움으로 무사히 졸업하게 됐다. 이후 중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영종국제물류고에 진학했다. 그는 앞으로 해군에 입대해 병참 관련 부사관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다른 친구들보다 빨리 사회에 나오니까 취업할 때 겁나기도 했어요. 일을 못해서 짤리면 어쩌나 하고,  놀고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지금은 적응했어요. 다른 아이들처럼 대학에도 가고 싶어요. 요즘은 쉼터에서 다 지원해주기 때문에 힘든것도 별로 없어요."

선우는 후배들에게 "너무 좌절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잘 살펴보면 충분히 기회가 생긴다"며 "언제 어디서나 기회가 있지만,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좌절하면서 사는 것보다 노력하면서 살면 결과도 충분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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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0-01-12 10:10:30
임선우군 둘리같이생겻군요

임명 2010-01-12 10:10:04
2번째 둘리같이생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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