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과 일제 강제동원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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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과 일제 강제동원의 역사
  • 장회숙
  • 승인 2015.09.2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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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장회숙 / 도시자원디자인연구소 공동대표
 
 
지난 9월23일 중구 월미도에 위치한 이민사박물관에서 인문학 강의 ‘문화가 있는 날’(매달 마지막 수요일 밤)이 진행됐다. 강사는 국무총리실 소속 ‘진실과 화해위원회’ 산하 ‘일제강제동원 희생자등 지원위원회’ 조사2과장 정혜경 박사였다.
 
먼저, 인천에서 일제의 강제 동원 역사가 특별하다는 점을 상기하자. 인천시 동구 만석동 만석부두와 인접하여 조선기계제작소의 잠수함 조립공장(현재 두산인프라 자리)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무기를 생산하는 군수공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구 만석동 일대에는 당시 군수물자와 무기 생산공장들이 아직도 빈 공장으로 남아 있는 곳이 있다. 동일방직에서는 군복을 제작했었고, 인근 사이또 정미소에서는 군량미를 보냈다. 변압기를 생산하던 도시바의 전신 시바우라 사택 등등이 이 일대에 아직도 적지않게 남아있다.
 
일본의 하시마섬(군함도) 일대를 유네스코 근대산업유산 등재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아베정권 들어서 본격화할 때,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일제강제동원 희생자등 지원위원회’ 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강제동원돼 많은 분들이 희생된 하시마섬에 대한 문화유산 등재 저지를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했었다.
 
2013년 11월22일, 그 프로젝트의 첫 시도로 경복궁에 위치한 국립 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이코모스(icomos,國際紀念物遺蹟會議 , 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 주최로 '세계문화유산 등재 후보자들의 진실에 대한 문제 제기'를 주제로 발표회를 열였다. 당시 정혜경 박사는 '규슈 야마구치 일원 세계문화유산등재 후보지역의 강제동원실태'에 대해 발제했으며, 강동진 교수(경성대)는 '세계문화유산이 갖추어야할 진정성과 완전성'를 발제했다.  또 ‘인천의 근대산업 유산의 보존과 활용’으로 박사논문을 쓴 남지현 박사가 참여해 사회를 보기도 했다.
 
당시 필자는 지역사회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참석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었지만, 능력의 부족으로 인천문화관광해설사 회장과 둘이 참석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는 일본 하시마 군함도에서 희생되신 분들에 대한 연구를 하는 일본의 나카사키 평화자료관 시바타 도이아키 사무국장도 참석해 '역사의 진실을 캐내는 일'을 주제로 발제했다. 도이아키 사무국장은 필자와 함께 동구에 남아있는 일제 군사시설과 사택들에 대한 답사도 진행하였다.
 
이번 이민사박물관 강의를 들으면서 강제 동원에 대한 역사를 남기기 위한 자료관을 부산에 유치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개항후 강제동원 등 일제에 의한 피해가 큰 인천에서 대일항쟁기 역사에 대한 인천의 인식 부족이라는 현실에 또 한번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쟁도 해보지 못하고 부산에 넘겨주어야 하다니...
 
3년전 ‘일제강제동원 희생자등 지원위원회’ 가 구성됐을 때 부산은 강동진 교수가, 인천은 남지현 박사가 담당하게 되면서 인천의 징용에 대한 역사가 부각되기를 바랬다. 하지만 인천 지역사회에서 너무 관심이 없어 2년차 발표 세미나도 유치할 수도 없었던 것이 이러한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강경애의 소설 ‘인간문제’에 나오는 일제하 만석동의 배경들, 외부에서는 커다란 관심들을 갖고 있지만, 정작 근대산업의 요람이자 무덤의 역사를 안고 있는 인천시 동구는 움직임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 새삼 가슴을 허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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