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국화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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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국화를 생각한다
  • 심형진
  • 승인 2015.11.0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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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심형진 /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 인천시협동조합협의회 회장

가을은 국화의 계절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감국, 산국, 구절초, 쑥부쟁이, 사상자, 취, 해바라기 등 수 많은 종류의 꽃들이 들국화란 이름으로 들을 수놓고 있다. 또한 도시에는 화원을 비롯해 거리마다 대국, 소국, 황국 등 크기와 색으로 대표되는 이름을 단 국화들이 사람을 유혹하고 있다. 국화과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꽃술처럼 보이는 가운데 동그란 부분과 이를 빙 둘러싸고 있는 길쭉한 모양의 잎처럼 보이는 부분이다.

 

이 모두를 합쳐 하나의 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 모두 다 하나하나가 꽃이다. 해바라기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둥근 부분에 달린 씨앗 하나하나가 사실 하나의 꽃에서 맺힌 씨앗이며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꽃잎처럼 보이는 것들도 다 완전한 꽃이다. 수많은 꽃이 모여 하나의 꽃처럼 보이니, 아마 우리 사회도 외부에서 보면 이렇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꽃잎 같은 부분은 모양이 사람의 혀를 닮았다고 해서 설상화라 부른다. 국화과 꽃들을 보면 이 설상화 부분이 빽빽한 사대풀이나 산국부터 듬성듬성한 취나물, 아예 모두를 없애버린 도깨비바늘 등 다양하다. 이렇게 다양한 모양을 지니게 된 것은 그 꽃들이 자연에 적응하며 꽃을 피우기 위한 불필요한 에너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설상화가 하나도 없는 도깨비바늘이 가장 진화한 꽃이라 할 수 있다. 꽃이 벌과 나비 등을 유혹하여 수정을 하기 위한 수단인데 그 꽃이 없어도 벌과 나비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효율적으로 적응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꽃을 보고 효율과 진화를 말한다는 것이 조금은 쑥스러운 일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비용대비 편익이라는 논리에 따라 모든 것을 판단하고 비판 하니, 이 또한 어찌 보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런데 효용의 면을 생각하다 보니 하물며 꽃도 효용에 따라 자기 꽃잎을 버리는데 인간은 오죽하랴.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경제가 매우 당연하며, 경쟁력이 없거나 경쟁에서 지면 도태되는 것 또한 자연의 법칙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그렇다면 노약자나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 경쟁에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고, 개인의 힘이 아닌 협동과 호혜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경제는 무슨 의미가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진화의 결과로 설상화가 줄어들게 되었다는 사실에 꽃 이야기가 살짝 옆으로 빠졌다. 다시 꽃으로 돌아오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국화는 어떨까 생각해 본다. 취 꽃은 설상화가 듬성듬성해서 가녀리고 애잔한 느낌을 준다. 설상화를 모두 버린 도깨비바늘은 꽃의 존재가 이미 상실된 느낌이다. 그래선지 지나는 사람이나 동물의 바짓가랑이를 어떻게든 움켜쥐려는 수단이 발달되었다. 물론 가냘프고 슬픈 느낌의 취 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구절초나 쑥부쟁이 산국이나 감국 등 모든 것을 갖춘 풍성한 꽃을 좋아한다.

 

풍성한 것 다 갖춘 것은 진화를 거역하거나 무능한 꽃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빛과 물을 이용하여 광합성을 하는데 있어 비용편익이 1이 안 되거나, 번식을 위한 경쟁에서 약삭빠르지 못한 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효용이 떨어지는 꽃을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재배를 하여 공원도 만들고 축제도 연다. 또 일부는 품종을 개량하고 판매를 위한 재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사회적경제도 이와 같아서 인간을 하나하나의 효용과 비용으로 따져서 탈락시키기 보다는 공동체 전체가 나아가 사회 전체가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여 보듬고 북돋아 조화를 이루는, 그래서 더 아름답고 풍성한 사회를 만드는 행위이다. 스스로 돕고 서로 도와 나만이 아닌 이웃과 더불어 같이 함으로써 나에게는 안 보이지만 더 크고 높은 시야에게 내려다보면 보이는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 그것이 바로 사회적경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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