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평생 대답해야할 8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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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평생 대답해야할 8가지 질문
  • 은옥주
  • 승인 2016.06.28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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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사 가족의 세상살이] 첫회

 <인천in>이 6월28일부터 공감미술치료센터 은옥주 소장과 미술치료의 길을 함께 걷고있는 딸(장현정)과 아들(장재영)과 [미술치료사 가족의 세상살이]를 격주 연재합니다. 은 소장은 지난 2000년 남동구 구월동에 ‘미술심리연구소’를 개소하면서 불모지였던 미술치료에 투신, 새 길을 개척해왔습니다. 현재는 송도국제도시에 공감미술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술치료의 길을 걸으며 그동안 많은 후학을 양성하였고, 결국 자녀들도 미술치료 분야에 깊이 빠져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족 모두가 미술치료 분야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매우 드믑니다. 그만큼 한 가족으로서 미술치료에 관한 지식도 풍부하고, 이해의 폭도 넓습니다. 또한 모·녀·자 세 사람 모두 미술치료의 전문가로서의 삶을 충실하고 즐겁게 살아감으로 세상을 더 밝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늦었다. 큰일 났네. 빨리 가야지”
발이 허둥지둥 계단을 오른다. 마음은 급해지고 몸은 따라오지 않아서 동동거리며 높은 간석역 계단 끝에 다다랐을 무렵, 반대쪽에서 달려오는 아주머니가 보였다. 자세가 헝클어져 있어 단정하지 못하고 약간 살집이 붙어 있는데 허둥지둥 하는 모습이 불안정해 보였다. 평범하고 칠칠맞아 보이는 그런 아줌마 한 사람이 자꾸 가까이 다가왔다. 길을 비켜주려고 급히 눈을 들어 바라보니 ‘아, 그가 바로 나였던가’
 
그때 커다란 전신 거울 앞에선 낯설고 인정하기 싫은 내 모습을 마주 했을 때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나는 나를 알아보지도 못 할 만큼 멀리 가 있었던가. 아니면, 현실이 아닌 상상속의 자신을 붙들고 있었던가.
 
어쩌다 가끔 거리에서, 음식점에서, 백화점에서 거울 속 생소한 나를 마주할 때가 있다. 내가 이런 모습인가 하면서 놀라고 망연자실 할 때가 있다. 그 옛날 꿈꾸던 소녀였을 때 그리던 미래의 모습과 너무나 달랐기에 말이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자신을 맡기고 미처 나를 챙길 사이도 없이 그냥 살아가다 보면 변한 내 모습을 받아들이기도 인정하기도 싫은 그런 순간이 있다. ‘너 자신을 알라’고 했건만, 잠깐 멈춰서 돌아보고 점검할 사이 없이 허겁지겁 너무 많은 것에 마음이 빼앗겨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었는지. 그렇게 안타깝게 자기의 마음을 찾고 싶어 갈망하는 상태, 그것을 고통이라고 말하고 싶다.
 
겉모습이 변하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속마음이 변해가는 것은 알고 있는가? 변해가는 것을 미처 눈치 채지 못하고 살아갈 수도 있다. 마음의 원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정말 원하던 내 삶의 모양은 어떤 것일까? 다시 한 번 점검해 보고 싶은 즈음이다.
 
간석역 거울 앞에 선 그때, 나는 중년기 발달위기, 즉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사회는 IMF로 암울했고 나의 삶도 동반하락하며 추락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에릭슨(Eric Erikson, 1963)이라는 학자는 중년기 발달과제를 생산성을 최고로 높일 수 있는 시기이며 그렇지 않으면 침체로 빠진다고 했다. 그때 나는 내가 원하던 삶이 다 무너져 내린 것 같은 절망감에 시달리며 다시 주먹을 불끈쥐고 상담심리와 미술치료 공부를 시작하였고 그 후 4,50대를 거치면서 중년의 발달과제를 무사히 완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출처 : 심리학 정복하기 블로그 (http://blog.naver.com/bhm521)
 
 
동사무소에는 지치고 힘들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가방에서 약이 가득 담긴 약 봉지를 꺼내 보이며 “나는 너무 아파서 약으로 살아” 한숨 섞인 한탄을 하신다. 마침 나도 경로 우대증을 찾으러 간 길이어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 할머니는 놀랍게도 나보다 1년이나 어렸고 아직 우대증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국가에서 인증하는 노년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실감나지 않았었다. 그때, 갑자기 확 다가왔다. 나도 이제 노인이 되었구나!
 
알 수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얽히며 경로우대증을 바라보았다. 나는 어떤 노년기를 보내야 할까?
 
한순간 모든 사실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확 뚫고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마치 안개가 걷히고 ‘쨍’ 사물이 분명히 보이는 순간 말이다. 나는 또 다시 삶의 전환기 앞에 있다. 에릭슨 이론에서 노년기의 발달과제는 ‘통합 대 절망’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과 희노애락을 마음 속에서 녹여내어 지혜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절망스럽지 않은 삶의 마무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에릭슨 이론이 나에게 준 커다란 영향력에 감사하며 다시 한 번 거울 앞에 서서 내 삶을 지혜롭게 다듬어 나가려고 한다.
 
이제부터 너무 달리지 말자. 힘들면 잠깐 쉬어가자. 앉아서 놀다가 가기도 하자.
놀다가 옆에 다른 분들과 말동무도 하고 주변을 돌아보며 세상살이도 이야기 하며 가자.
 
긴장된 몸에 힘을 좀 빼고 천천히 느긋하게 느린 걸음으로 가는 연습을 좀 하자.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고맙다고. 정말 수고했다고 인사도 하고 칭찬도 하며 나를 아끼며 살아보자. 한숨을 내쉬며 결심했던 일환으로 <인천in>에 글을 쓰기로 한다. 그동안 내 옆에서 나를 지탱해준 이제는 같은 Art therapist 의 길을 가는 든든하고 고마운 딸과 아들과 같이 미술치료사 가족으로서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이제야 삶의 큰 숙제를 풀어냈고 큰 짐 내려놓은 김에 평생 하고 싶었던 글쓰기에 도전해 보아야 겠다는 희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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