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 vs 6030. 우리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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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 vs 6030. 우리의 선택은?
  • 이혜정
  • 승인 2016.07.0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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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이혜정/ 청소년창의문화공동체 '미루' 대표
 
6030.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2016년 대한민국의 최저 임금(시급)이다. 6,000원짜리 식사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에서 1시간을 꼬박 일해도 밥 한 끼를 맘껏 먹을 수 없는 현실이다. 1시간에 6,030원을 받으며 1일 8시간을 주 5일 동안 꼬박 일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하여 세전 1,260,270원이 한 사람의 노동자의 손에 쥐어진다.
 
당신에게 126만원 주어졌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1달을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손바닥만 한 방 한 칸의 월세 평균 30만원. 공과금 최소 10만원, 통신비 평균 6만원. 교통비 평균 6만원 (자가용은 꿈도 꿀 수 없다. 그저 버스만 이용한다고 가정한다) 피복비 5만원. 월 식료품비 33만원. (점심으로 6000원짜리 30일, 하루 5000원의 식비로 30일) 여가활동비 10만원. 4대보험 10만원 징수. 최소, 최저의 기준으로도 생활비는 100만원을 훌쩍 넘어가고 보험, 저축은 먼 나라 이야기다. 이 소득으로는 지속적인 마이너스 상태에다 결혼도 출산도 상상할 수 없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빚이 있거나 아프거나 불안정한 직장에서 쫓겨나기라도 한다면 수렁으로 곤두박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들이 1인 단신 노동자이 아니라는데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에 의하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10명 중 8명 이상이 가구의 핵심 소득원이라고 한다. 통계청이 분석한 2인 가구 월평균생계비는 220만원, 3인 가구 평균생계비 330만원을 고려하면 대략 2-3인 가족의 생계비로 최소한 22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시급 10,000원. 이를 주40시간을 일하는 노동자의 월급으로 환산하면 209만원이다. 따라서 생활을 위한 현실적인 최저임금이 10,000원 인 것이다.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들은 2~3인 가구의 주 소득원으로 이들의 소득 증대는 곧바로 소비 확대와 내수 증대로 이어지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이명박 시절 재벌들은 고환율 정책으로 역대 최고의 수출 호조를 유지했지만 그 낙수는 대한민국 경제 어디에도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재벌들은 서민을 죽이는 대가로 얻어낸 고환율 정책의 과실을 710조나 되는 사내보유금으로 곳간에 쟁여 둔 채 경제를 미궁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현실화는 소득증가로 이어져 돈을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경제의 물꼬를 트는 단비가 될 것이다.
 
사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이 겪을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영업들도 최저임금이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의 갑질과 횡포로 인한 골목 상권의 붕괴, 나날이 솟구치는 건물임대료와 권리금 문제, 프랜차이즈 로열티, 자영업자들의 과당 경쟁 등이 문제의 핵심임을 인정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최저 임금을 올리면 해고를 늘리고 실업률을 높일 것이라고 겁박한다. 하지만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이 없앤 최저임금 제도를 다시 부활하면서 수행한 80회 이상의 연구용역 결과 최저임금 시행과 인력 감축, 해고, 시는 관계없음이 밝혀졌다. 영국은 최저임금 재시행 이후 실업률이 7.5%(1998)에서 4.7%(2003)로 낮아졌다. 미국 메인 주 포틀랜드 시도 올해 최저임금을 시간당 7.5달러에서 10.1달러(약 1만1600원)로 올렸다. 하지만 실업률은 3%를 밑돌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등 경제에 활기가 돌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쉽게 가진 자들의 겁박에 휘둘린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현실화는 1대 99 사회의 시대적 암울을 풀어낼 중요한 열쇠로 세계 모든 나라들이 향해 가고 있는 정책 과제이다. 보수적인 미국도 지난해 최저임금 7.25달러로 1만원 시대를 열었고 실질적인 생활임금인 15달러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민주당은 7월1일(현지시각) 발표한 당 정강 정책 초안에서 "미국인들은 시간당 최소한 15달러의 임금을 받아야한다"고 적시했다. 샌더스가 경선 유세 과정에서 줄기차게 주장했던 내용이다.
 
최저임금의 현실화는 어떤 정책보다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할 경제 활성화 정책이고, 경제 민주화 정책이고, 일하는 사람을 위한 현실적인 복지 정책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는 부의 양극화를 해결하고 부의 재분배를 이끄는 훌륭한 열쇠임은 물론이다.
 
2017년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인 지난달 28일, 노동계와 경영계의 합의가 불발됐다. 노동계의 제시액은 시간당 10,000원, 경영계는 6,030원. 무엇이 현실적이고 정의로운가에 국민이 마음을 모아야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우리 가족을 돌아보자. 우리 가족의 가장, 혹은 엄마, 아들, 딸이 최저임금 1만원을 손에 쥐고 한시름 놓을 모습을 상상해보자. 최저임금 10,000원 시대는 반드시 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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