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부활한 아름다운 시혼(詩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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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부활한 아름다운 시혼(詩魂)
  • 최일화
  • 승인 2016.09.2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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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시단] 겨울의 시 / 최무영

겨울의 시(詩)
 
                                               최 무 영

 
눈을 떠야 하리
가열(苛烈)한 의식으로
이 어둠을 지켜야 하리
 
온 산의 나무와
하찮은 풀씨들도
여린 싹 하나를 틔우려
인동의 아픔을 앓고 있나니
 
산다는 것은
전량(全量)의 넋으로
타오르는 것
 
그렇게 활활 타올라
어둠이 무너지는 자리마다
우리의 아이들은
저마다의 빛깔로 꽃을 피우리니
때가 오면 알리라
 
어둠을 견딘 자에게 열리는
빛나는 아침인 것을
깨어 있는 자에게
겨울은 영원한 침묵이 아닌  것을
                                            유고시집 『노래는 저 혼자 울고 있고』에서

 
<감상노트>
 
오늘은 아주 특별한 시집에서 시 한 편을 골랐다. 이미 10여 년 전에 작고한 최무영 시인의 유고시집이다. 시인은 1947년 인천 송림동에서 태어난 인천 토박이다. 1970년대 초반부터 문학 동인 활동을 하며 꾸준하게 작품을 발표했지만 시집 한 권 남기지 못하고 2005년 8월 아직 젊은 나이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시인의 평생소원은 나이 오십에 소설 한 권, 육십에 시집 한 권, 칠십에 수필집 한 권 내는 것이었다고 한다.

눈여겨보면 세상엔 온갖 아름다운 일들로 넘쳐나지만 옛 동료의 시를 모아 유고시집을 펴낸 ‘최무영의 친구들’이야말로 참으로 귀하고 아름답다. 이 시집은 최무영 시인과 함께 인천에서 동인활동을 했던 신연수 시인, 김구연 시인, 정승열 시인, 전방욱 시인, 김동환 시인, 허문태 시인의 노력으로 간행되었다. 인천에서 생산된 귀한 작품들이 그대로 사장되지 않고 작고 10여년 만에 한 권의 아담한 시집으로 엮어져 나온 것은 인천 문단을 위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 편 한 편 시를 읽으며 비로소 시인의 귀한 시 정신을 접하게 되니 감개무량하다. 편편이 한결같이 귀한 작품들이다. 탁월한 언어와 서정성 짙은 작품들은 인천문학의 계보를 잇기에 충분한 자료로서 그 역할을 다할 것이다. 훌륭한 문학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생을 마감한 시인의 명복을 빌며 아울러 인천문학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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