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9일 '당당한 장애인 올림픽유망주'를 주제로 <인천in>기사에 실린 장애인 요양보호사 박보름씨가 2016년 최우수참여자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매년 장애인일자리사업의 참여자와 지자체를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시상하는데, 올해 최우수 참여자로 동구에 거주하는 박보름씨에게 수여된 것이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발달장애인요양보호사보조일자리 사업에 참여해온 박보름씨와 이 사업을 운영해온 송림종합사회복지관 문미정 과장을 찾았다. 기자는 사전에 인터뷰 질문을 전달하였는데 박보름씨는 작은 수첩에 본인이 답할 내용을 모두 적어와 또박또박 읽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녀가 읽어준 내용과 만나서 인터뷰한 내용으로 기사화하였다.
[ 박보름씨(가운데)와 인터뷰하는 모습]
기자: 2016 장애인 복지일자리 최우수 참여자 수상을 받았습니다. 그에 대한 소감은 어떤가요?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과 만족감이 느껴지고 기분이 매우 벅찼습니다. 앞으로 당당하게 더 열심히 노력 하겠습니다.
기자: 요양보호사 발달장애인 보조 일자리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제가 졸업한 박문여고 특수반 선생님의 추천을 받았습니다. 졸업을 하고서 1년 정도는 까페에서 일했습니다. 2014년부터 요양보호사로 일하게 되었는데 조건이 마음에 들어서입니다. 시급제인 아르바이트로 일하다가 지금은 월급제로 일하고, 제가 하고 있는 조정 선수 활동과도 시간이 겹치지 않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기자: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는 얼마를 받으며 돈은 어떻게 쓰고 있나요?
724,060원(칠십이만사천육십원)을 받으며, 제가 생활하는데 쓰고 있습니다. 통장관리도 제가 하고 있습니다. 1일 5시간 주5일 근무 후 사대보험 제하고 이 금액을 받습니다. 한 달 용돈으로 거의 다 쓰고 있습니다. 운동 통장과 월급 통장은 따로 만들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체육회에서 받는 모든 훈련비나 상금은 저축을 하고 있으며, 일자리사업으로 버는 것은 저의 사회생활, 문화생화, 기본생활비로 쓰고 있습니다.
기자: 요양보호사 보조 일을 하기 위해 별도로 교육 받거나 노력한 것이 있나요?
올 봄부터 여름까지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야간반 교육을 받았고, 요양보호사 시험을 봐서, 자격증을 취득 했습니다. 요양원 일과 공부를 함께하기 어려웠지만 스스로 잘 이겨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일반취업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기자: 지금 하고 있는 요양보호사 발달장애인 보조 일자리에 대해 하는 일과 보람찼던 일, 힘든 점에 대해 말해주세요.
할머니, 할아버지 말동무 해드리고 좋아해 주시면 저도 좋습니다. 힘든 일들도 많아서 조금 꾀를 부린 적고 있어서 복지관 과장님께 혼난 적도 있지만 일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저의 맨 마지막 목표는 '독립'입니다. 밥도 할 줄 알고요. 요리도 할 줄 알고 혼자서 다 할 줄 아니까요. 전 자립해서 혼자 독립생활을 하는 게 저의 마지막 꿈이에요.
기자: 다른 지역의 발달장애인들이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조언을 해줄 게 있다면?
우선은 스스로가 일을 하고 싶어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좋아해야 일을 할 수 있고 그래야 맡은 일을 더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노력하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고 자기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 해주고 싶습니다.
게으름 부리면 안 되고, 지각하면 안 되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선생님들이 일을 시킬 때 “나 안 해요!” 이러면 안 되고, 힘들어도 일단 해보고 얘기하고, 이런 것 들을 잘하면 일하는 곳에서 인정받을 수 있어요.
기자: 앞으로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 이외에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인천 대표 조정선수로 활동하고 있는데 조정에 대해 더 많이 알리고 싶어요. 생활지도자 선생님이 되어서 나 같은 장애인 동생들도 지도하고 싶어요. 장애인 조정의 국가대표이지만 아직 등급이 없어서 시합에는 못나가지만 올림픽에 나가고 싶습니다.
기자: 평소 일자리를 참여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지내나요? 취미 생활 같은 거 있으면 얘기해 주세요.
인터넷으로 쇼핑하는 것도 즐겨 해요. 노는 것도 되게 좋아하고요.. 바쁘게 사는 게 너무 좋아요. 쇼핑은 악세사리 같은 걸 사는 것도 좋아하고, 귀도 혼자 뚫으러 갔었어요. 미연이라는 단짝친구와 영화도 보고 밥 먹는 것도 좋아해요. 주말에는 이런 시간들을 보내요. 주말에는 운동을 하지 않으니까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요.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박보름씨]
< 요양원 어르신 인터뷰 >
기자 : 보름씨가 일하는 거 옆에서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아무튼 아침에 제일 먼저 출근해. 엉덩이가 어디 앉아있는 걸 볼 수가 없어요. 뛰어다니며 일해요. 착하고 부지런 하고, 마음이 참 고와요.
꼭 일찍 와요. 어느 날은 아직 안 온줄 알고 양말신고 화장실을 가면 벌써 와서 청소해놔서 꼭 젖어서 나온다니까.
그리고 말동무 해주는 게 참 좋아요. 메달 딴것도 얘기해주고 이 것 저 것 농담도 하고 예뻐.
보름이가 안마를 해주면 그렇게 시원해요. 나중에 스포츠 마사지 자격증도 딴다는데 참 잘 할거야. 손이 아주 야무져요.
할머니들을 다 끌어안아. 말도 싹싹하게 하고 이쁜 짓을 아주 잘해.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의 박보름씨]
< 송림종합사회복지관 문미정 복지2과 과장 인터뷰 >
기자: 발달장애인의 장애인 복지일자리 사업의 비전에 대한 생각을 말해주세요.
장애인들이 노인을 돕는 일을 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이 활동을 통해 장애인이 사회에 직접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한 시민으로서 자리매김하는데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요양원에서는 늘 일 손이 부족하고 힘든 육체노동이 동반됩니다. 이 사업엔 대부분 젊은 장애인들이 참여하게 되는데 젊은 에너지가 어르신들에게는 물론, 요양보호사들에게도 전해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사업을 통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와 일반고용으로의 전환, 그리고 장애인의 직장생활과 함께 여가 문화 생활이 자리매김하길 바라며 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자: 요양보호사 발달장애인 보조사업의 매칭 시스템이 궁금합니다.
지역 내 요양원들에게 참여자 배치 신청을 받아 협력할 요양원을 확보합니다. 해마다 참여자를 새로 모집 선발하여 각 요양원 별로 규모와 상황에 따라 2~4명 정도 배치를 합니다. 이후에 참여자들이 잘 근무하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생기면 보완을 하면서 1년간 사업을 꾸려 갑니다.
혹 적응을 잘 못하거나 힘들어 하는 일이 발생하면 기관을 재배치하거나 활동보조를 통한 직무 집중 지도를 하기도 하죠. 요양원 측에 업무내용이나 업무량 조정 요청을 하기도 합니다.
기자: 사업의 담당자로서 느끼는 요양보호사 발달장애인 보조사업의 명과 암에 대해 말씀 부탁드려요.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이 사업을 너무 좋아합니다. 그러나 실제적인 일반고용이 잘 일어나지 않아 참여자 순환이 잘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다.
요양원들이 참여자들을 위해 많이 수고해 주시고 이런 저런 고충들을 다 감수해 주고 있지만 막상 일반고용(전환고용) 앞에서는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반면 그만큼의 노동력은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본 사업을 추진하는 담당자로서 보충 인력을 무상으로 지원받을 수는 있지만 더 이상의 지출은 할 수 없다는 표현으로 받아 들여져 속상하기도 합니다. 식사제공이 무료로 제공되지 않고 참여자들이 식비까지 내고 일해야 하는 것도 안타까운 현실 중에 하나입니다. 개인 사업자들이 요양원을 운영하다보니 단돈 몇 만원도 추가 지출은 어렵다는 얘기인거죠.
기자: 장애인 복지일자리 사업이 더 많은 장애인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정부와 참여 기관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장애인 인식개선이 제일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사업을 함께하는 요양원들은 계속 재배치를 원하지만 아직도 편견이 많습니다. 장기 요양보험공단에서도 이 사업을 함께 홍보하면 참여자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요양원들이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요양원과 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성장하고 변화되어 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 인터뷰를 마치며... >
인터뷰를 통해 만나본 박보름씨는 일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소통하면 자립생활을 준비하고 있는 여느 20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보름씨는 일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동력으로 삼고 있었다. 이러한 예는 많은 장애인들이 일을 통해 밥벌이 이상의 그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단서가 될 것이다.
그녀의 삶은 바르고 성실한 사람은 장애의 유무를 떠나서 세상 어디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바쁘게 사는 게 좋아요”라고 이야기 하는 보름씨. 23살의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관련기사 링크
http://www.incheonin.com/2014/news/news_view.php?m_no=1&sq=34528&thread=001003000&sec=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