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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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아 고맙다!
  • 최용호
  • 승인 2017.04.20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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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 최용호 / 부천 원미고등학교 교사

 

작년 나는 고3 ‘법과 정치’ 과목 수업을 담당하였다. 이 교과목은 학생들이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과목중 하나다. 일단 내용이 너무 어렵다. 학생들에게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사회탐구 선택과목 중 하나, 또는 교과내신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 교과목일 뿐이다.
 
3월 2일 첫 수업 시간 학생들에게 ‘정치’란 우리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 속에 녹아들어 있는 사회 현상이고, 우리들이 사회 문제와 정치 현상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태도를 함양하기 위해, 현재의 정치 상황을 주제로 ‘토론’ 수업을 자주 하겠다고 수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선생님, 저희는 수능 시험 또는 내신 성적이 중요해요. 그냥 EBS 수능 특강 교재로 문제 풀이 수업 해주세요.”, “저희는 토론 필요 없어요”, “사회 참여는 내년 대학 가서 알아서 할께요.” 등 냉소적인 반응 일색이었다. 아차! 이 학생들은 고3이었지! 고3에게는 당장 눈 앞의 입시가 가장 중요한 목표이기에 ‘민주 시민으로서의 능력과 태도’를 기르는 것이라는 해당 교과의 교육과정 목표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단지 이론적인 지식과 내용만이 중요할 뿐이다. 정치 과정에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해봐야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면 의미 없는 지식일 뿐이었다. 어차피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매년 그래왔듯이...
 
2017학년도 다시 고3 담임으로서 ‘법과 정치’ 과목 수업을 담당하게 되었다. 3월 2일 첫 수업 시간에 작년 첫 시간에 했던 그대로 수업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물었다. ‘세월호 진실 규명’, ‘국정 농단 사태’, ‘검찰 개혁’, ‘헌법 재판소’, ‘촛불 집회’, ‘선거 연령 하향’, ‘학생들의 정치 참여 방법 및 확대’, ‘대통령 탄핵 소추’ 등 우리 학생들이 먼저 다양한 토론 주제를 제시하였고, 적극적으로 토론 수업을 하고 싶다는 의향을 피력하였다.

예년과 너무 다른 반응과 적극성에 당황스러웠다. ‘이 아이들만 다른 것일까?’ 학생들에게 예년과 다른 이 상황을 얘기하였고, 학생들과 진지하게 논의했다. ‘주인 의식’, ‘정치 참여’, ‘정치적 무관심’, ‘부정부패’, ‘통치자 권력 남용 제한’, ‘권력의 정당성’ 등 교사인 내가 수업 시간에 다루어야 할 내용들을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것이었다. 너무나 놀라웠다. 학생들에게 다소 어려운 정치 관련 내용들을 다수의 학생들이 이해하고 있었다.
 
특히 학생들은 ‘촛불 집회’에 큰 의미를 갖고 있었다. 본인들도 직접 참여했고, 지속적인 참여를 통해 우리 스스로가 정치 권력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에 많은 학생들이 놀라움을 표현하였다. 이를 통해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학생들이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교과서 속 지식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서 직접 경험을 하게 되니, 실제 수업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해당 교과의 목표가 달성되었다.
 
고3이라 모든 수업을 토론 수업으로 하지 못하지만, 2주에 1회씩(50분 내내) 학생들과 정치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수업이 너무 즐겁다. 고3 학생들과 이렇게 살아 있는, 생기 있는 수업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준 ‘촛불’아 고맙다! 

최근에는 국회에서 ‘학원 휴일 휴무제’ 법제화를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학생들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였다. 학생들을 다양한 자료와 함께 자신의 주장을 제시하면서 찬, 반 토론을 전개했다. 여기서 논의된 내용을 정리하여 토론에 참석했던 국회의원의 홈페이지에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학생들이 정책 결정에 지지와 요구를 반영할 수 있음을 직접 체험하게 한다면 분명 정치에 대한 관심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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