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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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어찌할 것인가?
  • 장정구
  • 승인 2017.04.2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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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아빠, 오늘 미세먼지 뭐야?”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가 밥을 먹으며 묻는다. ‘나쁨’이나 ‘아주 나쁨’이면 담임 선생님이 마스크를 쓰고 학교 오라 했단다. 야외수업을 할 수 없다며 입을 삐쭉 내민다.
 
며칠 전 서구FM이라는 마을방송에 출연하여 미세먼지 이야기를 나눴다. 진행하는 이도 주부고 함께 출연한 이도 주부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자동차 앞 유리가 먼지로 뽀얗게 덮혔다 있다, 황사 마스크를 쓰면 정말 괜찮은지 미세먼지에는 어떤 음식이 좋은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 아이가 있는 주부들은 발암물질이라는 미세먼지 때문에 많이 불안하고 궁금한 것도 많다. 한 주부의 제안으로 시작된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일명 미대촉)’ 온라인 카페는 일 년 만에 회원 수가 5만을 넘었단다.
 
어제 2017인천지구의날조직위원회가 ‘인천 미세먼지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인천의 미세먼지는 전국 최악의 수준이며 중국발 미세먼지보다 인천의 발생원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경인항, 북항, 내항, 남항, 신항 등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 공장지대와 산업단지, 소각장과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제1,제2,제3경인고속도로와 제1,제2외곽고속도로의 대형차량에서 뿜어지는 미세먼지. 인천에서는 쉼 쉴 곳을 찾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미세먼지는 지금 전국적으로 가장 핫한 환경이슈가 되었다. 인천에서 토론회가 열렸고 서울에서도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19대 대통령 후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미세먼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선진국 수준으로 미세먼지 기준을 강화하겠다,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겠다, 모든 학교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겠다,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스모그프리타워를 도입하겠다, 기후정의세를 신설하겠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중국과 환경협약을 체결하겠다, 중국에 강력하게 책임을 묻겠다 등 약속이 넘쳐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세먼지 문제는 머지않아 해결될 분위기다.
 
그런데 토론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이나 대통령후보들의 공약을 접한 시민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반갑지 않은 손님 황사가 오면 온통 미세먼지 난리법석을 떨다가 장마와 태풍이 오면 미세먼지는 까맣게 잊어버려 그동안 제대로 정책이 수립되거나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신경 쓰인다.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공기정화식물을 키우자, 미세먼지 예보 시 외출을 삼가자 등등. 토론회에서는 미세먼지와 관련하여 시민들이 할 수 있는 내용도 제시되었지만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마땅치 않다.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도, 제시된 해결책들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하는 일들이다.
 
가끔 일본에 가면 낯선 풍경을 접한다. 하얀 마스크다. 검은 머리와 하얀 마스크 사이에 눈만 보이는, 표정을 알 수 없는 모습은 무기력해보이고 왠지 무섭기도 하다. 그런 풍경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연출된다. 아이들은 하얀 마스크로 등하교를 하고 출근길에도 하얀 마스크가 보인다. 물론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면 건강을 위해 마스크라도 착용해야겠지만 내키지 않는다. 대통령에게 시장에게만 미세먼지 문제를 맡겨둘 것인가 직접 나설 방법은 없을까 고민이다.
 
“2017년 4월 16일 18시05분 현재까지 3일 연속 미세먼지 현황 ‘매우나쁨’”
한 아이의 아빠로 서울에 사는 지인은 날마다 페이스북에 서울의 미세먼지 현황 올린다. 기상청이나 서울시에 발표하는 내용이 아니라 날마다 집에서 잠실의 제2롯데월드를 바라보며 보이는 정도에 따라 미세먼지의 ‘좋음, 보통, 나쁨, 매우나쁨 아주매우나쁨’을 실시간으로 ‘발표’하고 있다. 덕분에 필자는 서울의 미세먼지 현황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아마도 그의 펫친인 세종시 환경부 공무원들도 서울의 미세먼지를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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