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한평 한평이 생명인 배다리·동인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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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한평 한평이 생명인 배다리·동인천 사람들
  • 곽현숙
  • 승인 2017.05.0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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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곽현숙 / 배다리 아벨서적 대표

동인천 뉴스테이 사업과 르네상스 사업은 나로 하여금 11년 전으로 돌아가게 한다. 지난 2005년 나는 책방 30년 만에 30평쯤 내 가게라고 구해서 3천만원을 들여서 조적을 하고 빔으로 지붕을 높였다. 그리고 2003년부터 양조장 자리에 있던 아벨 책 전시장을 옮기려 나무를 450만원어치 사서 정밀하게 재단해서 말리고 있었다.

 

그러던 2006년 5월에 인천시에서 나와 구도심 재생사업에 책방거리도 들어있다고 직접 말해준다. 황당했지만 나라에서 하는 일이라는데, 이층 30평은 없어지고 30평만 남겠네? 거기까지 마음은 각오하고 며칠 후 시 재생과에 전화를 걸었다.

 

내가 궁금한 것은 재생사업 기간 어디에 가서 장사를 하게 해주고, 끝나면 다시 돌아와서 장사를 하게 되는 것인가 였다. 이에 재생과 직원의 대답은 “아니요, 3개월 장사 보상을 해주고 땅값을 지가에 의해 보상하고, 새로운 가게는 분양을 받아야 돼요.”였다.

 

당시 이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꽂힐 때마다 머리가 하얗게 멍해져 땅에 서있기도 힘들었다. 그 시간들을 전율처럼 온몸을 감쌌다. 가게가 2층 내주는 것도 모자라 15평 정도로 잘려 버린다는 것이다. 큰 빚을 지지 않으면 장사를 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인천시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한마디로 ‘구도심을 새 도시로 바꾸는 데는, 구질구질한 당신들은 필요 없소! 그만한 수입을 가진 자들의 공화국이 필요한 세상이 왔다는 거요!’ 라며 구도심의 뿌리 깊은 둥지를 패 내어 빚쟁이와 빈민으로 몰아내는 일이였다. 그 짓이 지역에서 열심히 살아낸 사람들의 공동체를 ‘회칠한 무덤’으로 만드는 지를 나는 몸으로 처절하게 경험했었다.

 

그런데, 지금 동인천 뉴스테이 사업에 속해있는 주민들이 바로 그런 처지다. 내가 평생에 집 한 채 꾸려 논 것이 아파트에 살아볼 종자 땅이 됐다는 기대감을 부풀어있었다. 공사를 맡은 이들이 그럴듯하게 말했기 때문에 인감도장을 찍어 줬다. 나중에 감정 평가를 내세워 발표된 땅값은, 공지지가의 1.2배, 평당 300만 원대였다. 15평에서 20평인 주민이 40%인데 전체 보상액이 4000에서 6000만 원대다. 분양가가 780만원이라니까 15평의 분양가는 1억7천7백만원.

뉴스테이 비상대책위 대표 김영자씨는 자신 하나 일 때는 몇 푼 안 되는 보상이 문제였지만 어르신들은 어떻게 해, ‘이건 아니잖아?!’ 하는 마음이 크게 들어 왔다고 한다. 건설사와 정부가 감언이설로 받아간 도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이다. 내 집 건드리지 말라는 말이다.

 

동인천 르네상스도 중·동구를 관통하는 제2외곽순환도로가 한가운데를 지하로 뚫고 지나간다. 지상 상태를 세밀하게 점검하는 것도 아니다. 갯골매립지가 많은 동구를 싱크 홀이 나서야 지상 보상으로 입막음하는 정도로 지나가려 하다가 삼두아파트 주민들의 전면 이주 요구에 파손 주택들의 상황이 드러나면서, 옛날 구도심 재생사업을 르네상스라는 외래어로 부활시켰다.

 

이 일대 주택, 상가를 부모의 유산으로 받아 여유가 있어 몇 푼 더 받아 해결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로지 그 평수가 있어야 장사를 할 수 있는 터와 살아갈 수 있는 집들도 많다. 그 가게를 위해 빚을 져가면서 새로 만든다는 것은 사정상 어려운 시대다.

 

정부가 세운 한 평 값이 백만원이던 일억이던, 한 평이 절체절명으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 한 평은 소중한 생명의 땅이다. 소중한 삶을 온 마음 다해 고여진 돈으로 내가 필요한 땅에 값을 지불하고 생기로 만들어낸 땅 아닌가! 그 땅을 2층이나 3층으로도 만들 수 있는 권리를 내어주는 것만으로도 힘든 일이다.

 

개발 주체들은 지금 지역주민을 포크레인으로 푹 퍼서 매립지로 밀어내고 있다. 이렇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한 뿌리를 마구 흔들어 혼을 빼고 난도질을 해대면 어떻게 나라가 설수 있을까? 나라 전체가 빚 위에 아파트를 짓고 국민은 빚 속에 정부의 금융권에 이자를 넘어서 미국의 이자에 의해 목숨을 내 논 무서운 경제식민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빚 위에 집을 짓는다는 건 낭떠러지에 포크레인을 들이대는 형국이 아닌가?!

 

산업도로 무효화 운동 11년! 서서히 고개를 든다. 크게 효용성이 없는 도로임을, 구배적으로도 나쁜 길임을 천하가 다 아는데, 동구의 배다리 생태공원 놀이기구 침탈사건이 이 도로개설의 전조였음을 말한다. 제2외곽순환도로로 중·동구 지역을 공해 구덩이로 만드는 것도 부족해 동구를 저들(건설업)의 손아귀에 넘겨 공기돌 놀리듯 주무르게 하는 정치인(국회의원 시장 시의원 구청장 구의원)들은 국민을 위한 시민을 위한 대표가 아니라 건설업의 완장 찬 순사들 같다. 스스로 역사나 문화를 품을 수 없는 인천시민은, 저들을 위한 시민인가?

 

△ 이렇게 무서운 환경을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고(제2외곽순한도로 중동구비상대책위)

△ 저들의 정부에서 어른들을 지키겠다고(송림초교 뉴스테이)

△ 영토를 바로 지켜 나라를 살리겠다고(삼두아파트 정예부대)

△ 삶의 생태계 파괴를 두고 볼 수 없다고, 배다리 역사문화위원회, 공공네트워크 등등이 ‘주인이 되는 시민모임’으로 뭉쳐 한 발짝씩 다가섰다.

이들의 작은 촛불이 동인천 북광장에서 토요일 오후 7시에 켜지고 있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끊임없는 하나, 사랑의 메비우스 띠로 이어갈 춧불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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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2017-05-15 21:52:01
멀리 인도에서도 응원합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역사의 터전을 지키려는 쪽은 시민이고 시민을 터전에서 내모는 사람들은 권력을 위임받은 사람들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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