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도서관은 책 읽는 이들만을 위한 도서관이 아니라 지역의 교육까지 담당하고 있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핀란드는 12세기부터 스웨덴의 지배를 받았고 19세기에는 러시아의 지배를 받은 나라이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35년으로도 정말 뼈아픈 고통을 겪었는데 핀란드는 우리보다 더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었으리라 생각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립한 핀란드는 교육에 희망이 있음을 느꼈다. 그 뒤로 핀란드는 막대한 예산을 교육에 투자한다. 그리고 교육을 학교와 공공도서관으로 이원화하여 두 기관을 긴밀히 연결한다고 한다.
-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도서관 일부 발췌
도호쿠대학 가와시마교수는 2006년 재미있는 연구를 진행하였다고 한다. 가와시마 교수는 학생들에게 ‘내일 할 일 생각하기’ ‘카드놀이’ ‘게임하기’ ‘만화책 보기’ ‘책 읽기’등 10여 종류의 과제를 부여한 뒤 뇌의 활성화 여부를 연구했다. 다른 과제들은 뇌를 거의 활성화시키지 않거나 특정 부위만 활성화시킨 데 비해 책 읽기는 다른 과제와 달리 뇌 영역을 광범위하게 붉게 물들였다. 특히 주의력, 창조력, 인간적인 감정, 커뮤니케이션 등과 관련이 있는 ‘전두엽’ 부위가 크게 활성화 되었다. 독서란 책을 읽는 행위라기보다 뇌가 활동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초등인성고전읽기의 힘 일부 발췌
교사로서, 아니 책을 좋아하고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도서관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나는 경북 문경이라는 곳에서 어린 시절을 지냈다. 어린 시절 책을 좋아하는 오빠를 따라 뭣도 모르고 매주 책을 빌렸던 경험이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에는 책을 자주 읽으러 오는 내 수준을 높게 보았는지 사서 선생님이 자꾸만 어른 도서를 추천해주시며 종합도서관으로 안내해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니었는데 그 때는 어린 마음에 곤란했던 경험이 있다. 중, 고등학생 시절에도 (항상 도서관 가까이 이사 가시는 아버지 덕분에) 공부하다가 힘들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고르며 스트레스를 풀었던 경험도 있다. 지금도 책을 너무나도 좋아한다.
그렇다면 인천의 독서환경은 어떨까? 2011년, 인천에 처음 오고 나서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없어서 좀 어려웠는데 다행히 집 가까이 꿈벗도서관이라는 도서관이 생겼다. 새 도서관의 장점은 장서가 최신화되어 빌리고 싶은 책이 많다는 것인데 이 도서관 역시 그러했다. 또한 이 도서관에는 아기들을 위한 북스타트 프로그램도 있고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 교육 프로그램도 많고 어른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도 있어서 참 좋다.
책 읽는 도시 인천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인천, 사실 나는 이 사실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인천이 책 읽는 도시라는 가치를 선택해주어서 참 감사했다. 그리고 그 슬로건에 맞게 실시하고 있는 것들도 꽤 있다. 전자도서관 활성화, 도서관 건립(아직 인구 규모에 비해 많지는 않지만) 책에 대한 행사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다. 또한 올해는 우리 학교에 인천 남부교육청에서 명예사서와 관련된 예산이 배부되어서 학부모님들이 사서가 되어 사서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것들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또한 인천시의 노력이 발현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한 도서 업무를 하다보면 각 도서관에 있는 사서선생님들을 자주 보는 편인데 인천시 도서관 사서 선생님들의 헌신은 오히려 북유럽보다 더 훌륭하시지 않나 할 정도로 열심이신 분들도 많다. 즉 시의 의지와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력까지 있는 인천 도서관 발전에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약간의 아쉬운 점은 책 읽는 도시 인천이라는 슬로건은 참 좋지만 그에 따라 지원하고 있는 내용이 조금 분산화 된 느낌이 든다. 한 번의 행사보다는 조금 더 지속력 있고 앞으로 어떤 계획으로 이루어질 지에 대해 알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더욱 책읽는 우리 인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대안으로 나는 작은 도서관을 말하고 싶다. 핀란드처럼 교육을 이원화까지는 아니더라도 학교처럼 교육의 중요한 공간으로서 도서관의 입지를 올려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참 좋아하는 작은 도서관이 있는데 바로 동인천동 작은 도서관이다. 동인천동 주민센터 3층에 있는 도서관인데 규모는 작으나 새 도서가 구비된 편이라 읽기에 좋은 책들이 있다. 이용자가 많지 않아 아이들과 조금 편한 마음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사서 선생님들은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작은 도서관과 비슷한 맥락으로 학교도서관 또한 인력 배치와 지원을 통해 더욱 발전시켰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학교도서관과 작은 도서관에 인력 배치가 개선된다면 학교 도서관도 지역사회에 개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 장소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이 와서 스터디할 수 있는 공간,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히며 놀다 갈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집에서 읽던 도서를 기부할 수 있는 공간, 차와 간식들이 있는 북카페 같은 공간, 언제든지 누구라도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우리 지역, 우리 동 주민들만의 책 읽는 특별한 도서관들이 많아진다면 결국 인천이 책 읽는 도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책 읽는 즐거움을 알고 또한 그 모습을 보고 많은 어린이들이 책의 소중함을 알아 더 나아가 인천의 교육이 발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