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선택, 그 기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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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선택, 그 기로에서
  • 박주현
  • 승인 2017.06.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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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박주현 / 대만 중국문화대학교 교환학생

 

6월 이다.

한국은 끔찍한 가뭄이 들었다고 한다. 대만은 전례 없는 폭우로 많은 산길이 무너져 내렸다. 그래, 6월. 2017년의 반이 지났다.

 

대만에 온지 반년째,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예약되어있다. 그간 쌓아두었던 짐을 택배상자에 담았다. 가장 큰 상자로 네 개가 나왔다. 쌓아둔 것이, 버리지 못하는 것이 어찌 이리 많은지. 지난 팔년간 쌓아 올린 것들을 보니 유난히 작고, 때가 묻은 것이 많았다. 그것들은 상자 안에서 더 작아보였다.
 



청년이라는 시기는 인생 중 가장 많은 분기점이 있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이후 대만에서 차(茶)공부를 계속할지, 학교로 돌아갈지 고민하고 있다. 계속 새로운 차(茶)를 마시고, 알아가는 것이 너무나 즐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졸업을 늦출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차농 중 하나는 ‘이 일에 너무 집중하게 되면 졸업하기 점점 더 어렵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하고 있다. 내가 대만에 있는 사이 누군가는 졸업하는 것을 택했을 수도 있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학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돈을 모아 세계여행을 해 보는 선택지도 있을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던지 우리의 시간은 흐르고 있고, 제각기 다른 상자에 담기고 있다. 당신의 선택은 당신의 상자에 차곡차곡 담기고 있을 것이다.

 

내가 차(茶)를 업으로 삼고 싶다고 하자, 한량 짓 하지 말고, 어서 졸업하라고 말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의 말이 참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곁눈질로만 다른 사람의 상자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상자 안의 담긴 물건 하나하나의 의미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 상자 안의 물건은 그 사람이 보기에 너무 작아보여서, 어서 빨리 졸업장을, 정장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나 역시도 가끔 다른 사람의 상자를 들여다보면 저런 것을 왜 담았나 싶기도 하니까 말이다.

당신의 상자 안에 담겨있는 물건은 어쩌면 작고, 때가 잔뜩 묻어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너무 작아보여서, 주눅들어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청년이라는 시기를 걷고 있으니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시기를 걷고 있으니까. 상자는, 아직 닫히지 않았으니까.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라고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것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은 얼마 없는 것 같다. 그것은 내가 생활했던 대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친구는 성적이 어떤데 나는 어떻다, 친구가 취직을 했느니 사촌이 결혼을 했느니, 하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렸다.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도 TV는 켜져있었다. 때마침 뉴스시간이어서 폭우로 피해를 입은 도로가 화면에 나왔다.
 

“한국은 지금 가뭄이 들었대. 대만은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우리 비 좀 가져가라 그러지.”

“한국 사람들도 비 좀 가져오라고 하더라,”

“재미있네. 같은 비인데, 여기에는 필요 없고, 한국에는 필요하다는 게.”

6월. 한국에는 가뭄이 찾아왔고, 대만에는 폭우가 내렸다.
 

당신이 지금 차곡차곡 쌓아둔 상자를 어딘가에서 풀었을 때, 폭우로 고생하는 곳에서는 태양이, 가뭄으로 고생하는 곳에서는 비구름이 되면 된다. 상자에 무엇을 담을지, 그 상자가 어디로 갈지, 배송지를 적는 것은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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