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사(市廳舍)가 녹색건축의 레전드가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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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사(市廳舍)가 녹색건축의 레전드가 되었으면
  • 조경두
  • 승인 2017.08.1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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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조경두 / 인천발전연구원 기후환경연구센터장



손가락 하나 까닥해서 꼭지만 돌리면 나오는 수돗물의 시원한 물줄기를 보며 생각한다. 이 물은 얼마 전 강원도의 어느 산골마을에 빗방울로 내려 산야와 계곡을 거쳐 남한강의 한줄기를 형성하여 유유자적 흐르고 있었을 것이다. 경기도의 어느 지점에 이르러 강력한 취수펌프에 의해 강제로 취수되어 몇 개의 공정을 거쳐 커다란 광역상수도 관망에 갇힌 채, 긴 터널여행을 한 끝에 인천의 어느 정수장에서 전기와 약품을 소비하며 여과 및 살균 등의 정수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또 다시 물탱크와 기나긴 파이프 속에 갇혀 있다가 내 부름을 받았을텐데, 잠시 잠깐 세면대와 샤워실의 작은 바깥세상을 경험했건만, 순식간에 상수가 아닌 하수가 되어 하수관에 몸을 맡겨 하수처리장을 향해 끌려간다. 가끔은 이 과정에서조차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같은 기능을 하는 배수펌프장이나 중계펌프장을 거치면서 전기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하수처리장의 복잡한 처리공정을 거쳐 비로소 강물이나 바다로 되돌아간다.

그저 깨끗하게 잘 관리되어 강줄기를 따라 흘렀으면 될 물들이 취수-도수-정수-급수-배수-하수처리를 위한 건설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게 했고, 수많은 공정을 거치면서 엄청난 전기와 약품을 소비하고 있다. 우리는 저렴한 수도요금을 지불하면 그만이지만, 그냥 흘려보내거나 과도하게 콸콸 사용하는 물이 많을수록, 어디선가 사용되지 않아도 되는 전기를 추가로 소비하고 있는 셈이고 그 만큼의 전기를 더 생산하기 위해 석탄과 가스 역시 추가로 태워지고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의 추가 배출이 불가피하게 된다.

수도꼭지 사이로 흘러 낭비되고 있는 물이 주는 안타까움은 사무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고층 아파트의 유리에 비친 작열하는 태양빛을 보며 또 다른 상념에 빠진다. 저 창문 너머의 주민은 얼마나 더울까? 동시에 냉방을 위해 얼마나 많은 전기를 더 사용할까? 그걸 감당하기 위해 발전소에서는 얼마나 많은 석탄과 가스를 더 태우게 될까? 마음 속 질문들이 연이어 샘솟는다.

햇빛은 어느 특정지역에만 선별적으로 공급되기보다는 어디든 무상으로 공급된다. 그리고 생태계는 햇빛이 제공해주는 에너지에 의존하여 유지된다. 하지만 인류는 산업혁명을 통해 석탄이나 가스 등 화석연료를 태워 인간 스스로 에너지를 양산하고 그걸 이용해왔다. 자연이 주는 지속적 안정성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 자연이 주는 서비스를 뛰어넘는 동력과 수익, 삶의 편이를 얻은 대신,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라는 부정적인 부산물로 인한 문제에 신음하고 있다.

자연이 우리에게 무상으로 부여하는 태양빛을 에너지로 활용하지 못하고 무심결에 버리는 것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 더운 여름 태양에너지를 모아 실내를 더 따뜻하게 만들어 더 많은 냉방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겨울에는 따뜻할까? 황토나 흙으로 지었던 우리 고유의 건축과의 비교는 고사하고 단열재 넣고 벽돌 블록을 쌓거나 콘크리트를 부어 짓던 건물에 비해서도,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단점은 과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쭉 뻗은 고층의 유리건물이 보기에만 좋을 뿐, 신기후시대에 에너지 생산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에너지 비효율이고 소비적이기까지 하다면, 기생오라비 같다고 해야 할까?

2020년이 되면 세계 초고층 1~3위 건물의 설계자가 되는 에이드리언 스미스라는 건축가조차 “롯데월드타워의 가장 큰 문제는 건물에 영혼(soul)이 없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한국이나 서울의 문화와 잘 연결되지 않는다는 뜻일 거고, 세계 어디에다 갖다놓아도 크게 상관없는 건물이라는 의미이리라.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고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발전소와 항만, 공항, 수많은 산업시설을 품고 있으면서도, 지난해 온실가스 감축원년을 선언하고 글로벌 녹색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인천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표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 핫한 이슈, 구월동과 루원시티에 새로 짓게 될 인천광역시 신청사의 입지 역시 도시 전반의 에너지와 온실가스 배출과 무관할 수 없지만, 어디에 건설되든 신도시의 기생오라비 같은 고층의 유리건물이 아니어야 함은 물론, 친환경 건축물의 전시장이 될 수 있었던 송도 및 청라의 건설 초기의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건축물 자체가 신재생에너지 생산과 철저한 단열, 에너지효율 등으로 무장된 완벽한 발전소이며, 건물 내 에너지와 용수의 일부조차 100% 스스로 충당하는 인천광역시청이기를 염원한다. 그리고 인천광역시의 새로운 청사에서 친환경도시를 지향한 미국 시카고가 ‘그린 오피스 챌린지’를 위해 시카고 시청에 도입했던 베지텍쳐(Vegitecture, Vegetation(식물)+Architecture(건축)의 합성어)의 발전된 모습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의회가 주관했던 ‘그린 사이드 월(Green Side-Wall)’ 프로젝트의 진화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한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공원과 건물의 경계가 기묘하게 어우러진 ‘아크로스 후쿠오카(Acros Fukuoka)’에 인천의 영혼과 녹색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흠뻑 담은 진전된 변형이며, 시민들의 활동과 소통의 공간이 되었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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