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없으면 좋겠어요"
상태바
"명절이 없으면 좋겠어요"
  • 이성수
  • 승인 2017.10.01 15:0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자칼럼] 이성수 / 시민과대안연구소 사회적경제센터장

장면1.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닫히려는 순간 멀리서 밀차를 밀고 오는 택배기사를 본다. “바쁘시지요?” “명절이 없으면 좋겠어요”라고 한다. 밀차와 들고 있는 물건을 내릴 때까지 기다린다.

장면 2.
국회의원 회관 1층에 산더미처럼 명절 택배 물품이 쌓인다. 꼬리를 물고 택배차량이 들어온다. 김영란법 이 무색하다. 예전에는 어떠했을까 상상이 안 된다.

장면 3.
인터넷 쇼핑몰에 명절 ‘핑계거리용 깁스’를 판다는 이야기를 들어 검색을 해보았다. ‘연출용 팔깁스’와 ‘핑계꺼리 아이템 아픈 척 할때’라는 이름으로 물건을 판다. 2만원 안팎으로 가격도 저렴하다. 어쩌다 이지경인지하다가도 일면 이해도 된다.


<사진 = 티브로드 캡쳐>

몇 년 전에 MBC에서 명절 양성평등 가족 촬영의뢰가 들어왔다. 아는 지인으로부터 추천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내심 기다리다 허락을 하였다.  처갓집은 익산 왕궁면으로 아들이 4가족에 6남매를 두신 집이다. 명절이 되면 처갓집에 7가족이 모이면 최소한 20명이 넘어서 북적인다. 식사도 함께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한해는 장모님이 아들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아들이 많으니 다음 명절부터는 돌아가면서 처가에서 명절을 쇠라” 이웃들에게 술안주 감으로 이야기한 것이 평등가족에 출연하게 된 계기이다.

추석준비로 장모님과 큰아들이 차례준비를 위한 연출용 시장보기로 시작한다. 가족마다 마을입구에서 통화하면서 촬영팀의 지시에 맞춰 연출용 포옹과 큰절이 마당에서 이루어진다. 송편을 빚고 고깃국을 끊여 거실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며 촬영이 종료되었다. 1박2일 촬영이 다음날 아침 5분도 안되는 방송에 조금은 허탈하지만 몇 명의 지인들이 전화를 받았다. 즐거운 추억이다.

역마다 펼침막이 걸린다. ‘귀향 환영합니다’에서 ‘안전한 추석명절을 기원합니다’ 등 선거철만큼이나 가로수와 전신주에 걸려있다. 부평역 쉼터공원에 잔치국수에 송편으로 조촐한 잔치가 벌어졌다. 추석이라고 하지만 의지할 곳이 없는 노인과 노숙자들에게는 따뜻한 한 끼를 해결하는 자리이다. 사랑의 밥차가 후원자들의 십시일반으로 만들어 지는 잔치이기도 하다.

추석날도 어김없이 기차와 전철은 달리고, 버스와 택시는 굴러간다. 10일의 긴 명절에 수리에 들어가는 공장들이 많다. 화학제품과 제철회사의 용광로는 명절에 맞추어 기계를 세울 수 없다. 한 번 세웠다 다시 가동하는데 비용과 버려지는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절을 기해 수리와 정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 가축을 기르는 사람은 누군가는 먹이주기와 출산의 새끼 받기는 밤낮도 없으니 항시 오분대기이다.

명절이 오히려 더 외로운 사람들도 있다. 올해는 10일에 걸쳐진 긴 명절이다. 평등가족 실현도 중요하지만 명절의 즐거움을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일이야말로 더불어 사는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ㅎㅎ 2017-10-20 15:44:24
잘 읽고 갑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