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말 현대자동차가 자체 개발차량의 대량 생산을 결정하고 연간 자동차용 강판재룰 구입하기 위해 울산 공장에서 가까운 포항제철(POSCO)에 구입의향서를 넣었더니 수입 철판보다 엄청나게 비싸더랍니다. 구매부서에서는 가격을 조정하자고 몇 차례 연락하였으나 거들떠보지 않아 할 수 없이 일본 코베스틸로부터 수입하기로 결정하였고. 수입가격이 포스코에서 일본으로 수출한 가격보다 훨씬 싸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기왕이면 수출 가격에 조금 더쳐 줄테니까 수출을 위해 애쓰지 말고 울산으로 직송하면 어떠냐고 제안했으나 요지부동의 포스코였지요. 결국은 70년대 말부터 거의 20년 이상을 일본의 코베스틸 등으로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하였고 이 일은 고 정주영 회장의 대통령 출마 요인 중 한 부분이었지요. 당시 인천제철을 매입하여 강판재 생산을 검토하였으나 고철 용융에 그치고 있는 인천제철에서 자동차용 강판재를 생산하는 일은 요원했었지요. 2004년 충남 당진의 한보철강을 인수하여 지금의 일관 제철소를 운영, 자동차용 판재를 원 없이 생산 하면서 동시에 국내의 철강 시장 가격을 포스코 중심에서 탈피하도록 하게 된 계기를 만들었지요.” 현대자동차의 구매부서장의 말이다.
기업 경영인들은 자신의 사업 아이템이 남들과 차별화된 것으로 남아 같은 조건으로 영원히 판매되기를 원한다. 지속적인 운영이 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특허 등의 지적재산권과 정부의 독점권 부여는 이런 시장에서의 지배를 인정해주는 제도적인 장치이다. 포스코는 대표적인 국가 지정 독점 기업이었다.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른 3억 달러를 자본으로 설립한 포스코는 우리나라에 최초로 103만톤 규모의 조강생산 능력을 갖추고 제1종 철강공업자로 지정된 때가 1971년이었다. 자동차용 판재 뿐만아니라 선박용 판재인 후판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하였고 형강이나 봉강, 철근, 궤도 등의 조강류를 본격적으로 생산하여 근대화의 저변 확대의 기반이 된 곳이었다. 이런 포스코가 국내의 독점 생산, 판매의 위치를 상실하게 된 원인은 현대자동차의 예처럼 스스로가 만든 무덤 때문이었다. 이를 상실하면서 내부 문제가 서서히 드러났고 지금은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워졌다. 경제성장의 축소로 인한 철강 소비의 감축, 철강 생산의 과잉능력 확보 등과 함께 중국산 철강이 대거 수입된 탓이기도 하지만 수십년 동안 누렸던 독점의 폐해를 스스로 해독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세계적이라는 FINEX공법도 개발하였으나 기울어진 여건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관제철소 사업에 대한 정부의 허가를 뒤늦게 받은 현대제철 당진공장이 2007년부터 본격 가동되자 경영여건 압박은 더 거세어졌다.
정부의 독점권 지정은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 때에도 작동되었다. 기아자동차는 1962년 3륜 화물자동차 생산과 국내 최초의 승용차인 브릿사와 봉고 신화로 탄탄대로를 가던 기업이었다. 1990년 이후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한 경영악화는 1997년에 부도에 의한 화의신청까지 이르게 되었다. 당시 국내의 자동차 시장점유율이 현대 50%, 기아 23%, 대우 22%, 쌍용 등 5% 정도였다. 현대와 기아가 합병될 경우 73%가 되어 독점금지에 해당하여 합병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신생 삼성자동차의 기아인수가 예측 되었고, 기아자동차 주식의 17% 정도를 가진 지엠도 관심이 있었던 국제적인 매물대상이었다. 2차례의 국제 입찰에서 매수자를 확정하지 못하자 산업은행을 등에 업은 한국정부는 정치적인 결단을 내리게 된다. 1998년 10월 19일 ‘기아자동차 국제 공개입찰’의 제3차 입찰에서 최종낙찰자로 현대자동차 확정한 것이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을 매출기준 시점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보고 규제하는 법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기업에게 엄청난 특혜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현대의 180만 대와 기아의 108만대등 288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9위의 자동차 생산업체로 부상할 수 있게 되었고 중국으로 진출 연간 총500만대의 생산 능력을 확충할 기회도 갖게 되었다. 현대자동차는 기아자동차를 인수함으로써 현대와 기아의 부품기업에게 규모의 경제를 달성 시키는 계기가 되는 등 시너지 효과 창출 가능하였고 핵심기능의 부품의 공용화도 가능하게 되었다. 엄청나게 소요되는 개발비용을 반감시킴으로써 원가인하를 가능하게 하여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조하는 효과를 얻었다.
현재 현대와 기아는 국내 시장점유율이 42%와 36%로 두 기업의 덩치는 커왔으나 이와는 반대로 소비자에게 미치는 피해로 인해 결국 스스로의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기아자동차의 그랜드카니발의 경우 2007년에 22백만원 정도면 구입했으나 2017년에는 33백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2004년식 EF소나타는 12백만원이었으나 2014년엔 22백만원, 2005년식 그랜저XG는 19백만원에서 10년 뒤엔 35백만원으로 인상 되었다. 10년간 50% 이상 올랐다. 1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율이 2%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오른 가격이다. 소비자의 피해는 결국 이들의 독점 폐해를 더욱 확대하게 되었고 요즘의 국내 자동차산업이 국제경쟁력을 잃고 세계 5위의 생산량에서 지금은 9위로 가라앉게 된 요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
독점은 단기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순기능을 담당할지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큰 부담을 지울 뿐이고 결국엔 기업 자체가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점을 갈망하는 기업인들은 정부의 독점권 지정이나 지적재산권의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경영을 지속한다고 생각한다. 멀리 보고 뛰는 것이 아니라 빠른 시일에 이루려는 천민자본주의가 의식의 깊은 곳에 내재해 있다. 제품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한다라는 가치관보다는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여 잉여자본만 획득하면 된다는 기업가 마인드로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쫒아가지 못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현대제철 일관제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