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재즈페스티벌의 환상
상태바
인천재즈페스티벌의 환상
  • 김은경
  • 승인 2010.10.05 20:01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칼럼] 김은경 (인하대 정치학 박사 / 인하대 사회과학부 강사)

1. 인천, 재즈공연을 열다

인천&아츠의 <인천재즈페스티벌>이 올 여름에도 열렸다. "세계 속에 한국을 알리고 또 한국에 세계를 알리"기 위해 "쉽사리 한 자리에 모일 수 없는" 세계의 재즈음악인들이 공연했다. 이들 가운데는 뉴스쿨(The New School University) 출신의 음악인도 있었다. 2006년부터 시작된 이 재즈페스티벌은 올해로 5회를 맞으면서, 세계적인 음악축제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많은 시민이 관람할 수 있도록 관람료를 저렴하게 책정했으면서도, 세계 최고의 연주와 노래를 선보이면서 교육과 예술을 결합하려 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을 만하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다.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재즈애호가들이 재즈음악을 즐기고 밴드를 만들어 연주하고 공연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인천재즈페스티벌>이 인천을 세계적인 음악도시로 만들겠다는 인천시의 프로젝트에 대해서다.

2. 지브리, 재즈를 만나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가 극장에서 뿐만 아니라 음반매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프랑스 가수이자 하프 연주자인 세실 코벨이 직접 작곡하고 연주 노래한 <아리에티의 노래>는 하프와 클래식한 현악의 선율이 몽환적 분위기를 풍기면서 영상에 몰입하게 한다. 함께 발매된 앨범이 있다. <지브리, 재즈를 만나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주제곡과 삽입곡들을 재즈로 편곡하고 일본의 재즈트리오가 연주했다. 피아노, 베이스, 드럼이 어울려 틀에 박힌 악센트를 벗어나 스윙(Swing)풍의 리듬감으로 연주하면서 10곡이 넘는 곡들을 하나의 곡인 양 만들어내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재즈스타일로 편곡·연주하는 것은 이미 오래됐다. 쇼팽의 피아노 소품들, 한국의 소위 국민가곡 <그집앞>, 민요 <강원도아리랑>, 그리고 트로트 <서울야곡> 등이 재즈로 다시 태어났다. 젊은이들이 넘치는 거리와 바(bar)에는 재즈선율로 가득하다. 재즈가 새로운 표현적인 가치를 지닌 음악이고, 개인의 자유와 표현을 담아내는 음악이기에 그들은 그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3. 재즈의 환상

재즈가 음악을 새롭고 자유롭게 한다는 가상의 근저에는 재즈의 아프리카 기원설이 자리잡고 있다. 곧 재즈의 리듬과 사운드가 아프리카 전통음악에서 온 것이며, 이러한 아프라카적인 요소가 기존음악과 달리 새로우며 저항과 진보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즉흥적으로 연주한다는 재즈는 개성적이고 새롭다는 대중적 이미지를 입었다.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작곡자인 아도르노(Th. W. Adorno)는 1930년대 초반 재즈에 열광하는 현상을 보면서 이는 단순한 음악현상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구조를 감추고 있는 퍼즐의 작은 조각"이라며 재즈비판론을 펼친 바 있다. 재즈는 문화산업에서 말하는 조건에 부합하여 대중적으로 성공한 장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싱코페이션(syncopation), 에드립(ad Lib), 비브라토(vibrato)의 활용, 기악적인 성악성부, 풍성한 악기 편성 등은 이미 문화시장에서 잘 팔리는 음악적 항목이지 재즈만의 독창적인 것이 아니다. 재즈의 성공은 항상 같은 것이 변함없이 지속되면서도 그것이 새롭고 독창적이어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음악의 재즈화'는 재즈라는 음악적 형식 때문이 아닌, 재즈가 만들어 낸 '가상'(Schein)은 아닐까. 소수 음악인들의 취향으로 음악장르를 선정해서도, 특정 이해관계가 개입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재즈가 인천시민을 비롯한 다수의 대중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즐기는 음악인지, 대중적으로 즐겨야 하는 음악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인천재즈페스티벌>을 보면 여전히 재즈는 소수의 애호가들만이 듣고 있는 듯하다.



4. 인천의 음악현실을 직시하자

이번 <인천재즈페스티벌>은 재즈는 "새롭지 않은 것을 새로운 것처럼" 보이게 하는 사이비 개성화(Pseudo-Individualisierung)의 전형이라는 아도르노식 비판을 넘어섰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재즈는 새롭지 않고 새롭다 해도 사이비이니 재즈공연을 관람하지 말아야 한다거나, 듣지도 말라는 얘기를 주장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한국을, 인천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의 우수한 음악인들을 세계에 소개하려"는 이 기획의 목적에 이런 식의 재즈페스티벌 개최가 적합한지 묻고 싶을 뿐이다.

인천시는 이런 식의 <인천재즈페스티벌>개최보다는 먼저 시민들이 재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 보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재능 있는 지역 출신 음악인들이 인천에서 교육받지 못하고 음악활동을 하지 못하는 척박한 인천의 음악환경에서 무엇이 가장 시급하고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psh 2010-10-05 22:10:34
페스티벌이란 이름을 막 갖다붙이네. 우리 나라에 괜찮은 재즈 뮤지션도 많은데, 지명도 있는 외국인들 부르고 아들내미나 아는 사람 끼워넣고, 저게 재즈 페스티벌이냐? 차라리 서울대 재즈동아리가 주최하는 서울대 재즈페스티벌 가련다. 아주 훌륭하다.

ㅂㅍㅇ 2010-10-05 09:08:48
보컬 신예원 씨는 이미 정명훈 씨 며느리라던데요..-_-

아름이 2010-10-04 14:58:51
적극 동의합니다. 저도 재즈애호가 이긴 합니다마는 인천재즈페스티발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두번 정도 가보았는데 심하게 말하자면 이것은 정명훈의 이름을 빌린 그의 아들 정선과 그의 여자친구를 위한 행사로 보이기도 합니다. 답답하죠. 진정 인천이 음악적 도시로 가는데
함께 만드는 축제가 필요합니다. 부언하자면 이번 여름에 펜타포트축제의 일환으로 벌어진 아츠페스티발로 한심하긴 마찬가지 입니다. 너무 거창하게 포장하지 말고 큰 목표도 좋지만 차근 차근 작은것에서 부터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