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게임... 신뢰와 존중에따른 적절한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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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게임... 신뢰와 존중에따른 적절한 통제
  • 차지훈
  • 승인 2018.05.2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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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차지훈 / 진에어 그린윙스 게임단 감독, 청라총연합회 자문위원




“엄마 이번 게임만 하고요!!”
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이를 키우시다 보면 짜증이 가득한 이 목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부모가 없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숙제를 하라고 해도, 밥을 먹으라고 해도, 심지어 늦었으니 잠을 자라고 해도 우리 아이들은 지금 하고 있는 그 게임을 완수해야 된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그럼 대부분의 부모님은 어떤 생각이 들까요? 아마도 이 게임이라는 것이 우리 아이를 망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실 것입니다. 그 이유는 게임을 본격적으로 좋아하기 전이었던 과거의 어린 우리 애는 말을 아주 잘 듣는 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금 컸다고 갑자기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는 아이를 우리는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가끔 소리도 지르고 때로는 회초리로 겁을 주는데도 아이는 더 강하게 자기주장을 합니다. 특히나 게임 중에 어떤 통제를 가하려고 하면 더욱 심하게 반발합니다. 화를 내도 달래보아도 도무지 달라지지 않는 아이의 행동을 보면 우리는 왠지 때로 자포자기의 심정과 함께 서글퍼집니다. 이런 부모의 마음은 우리 모두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계속 새로워지는 아이들을 배워가는 과정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어야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나에게 자기주장을 한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에게도 자기주장을 한다는 의미이고, 자기주장을 한다는 의미는 그것이 100% 설득력이 있든 없든 자신만의 논리를 가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자신만의 논리를 가진다는 것의 의미는 아마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운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의 시절, 모든 것이 새롭고 부모가 가르쳐 주는 것을 그대로 받기만 하던 때를 지나 홀로서기를 조금씩 연습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는 어떠신가요? 너무 예쁘기만 한 이 모습, 그 모습 그대로 영원히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어느덧 성장해서 사회에 기여하는 하나의 성인으로 당당히 자라는 모습도 기대하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분명 그러시리라 믿습니다.
 
다시 게임으로 돌아가면, 믿기 어려우실 수 있지만 아이는 지금 사회활동 중입니다. 특히 단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인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은 5명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상대를 제압하는 게임입니다. 이는 5명이 하나의 팀이 되는 스포츠인 농구, 9명이 하나의 팀을 이루는 야구, 11명이 하나의 팀을 이루는 축구와 그 개념이 동일합니다. 다만 온라인이라는 경기장에서 컴퓨터라는 도구를 사용한다는 점이 기존의 스포츠와 다를 뿐입니다. 축구 시합을 하는 도중에 한 선수의 부모님이 밥을 먹으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선수가 경기를 마칠 때까지 그만 둘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 선수가 빠지게 되면 그 팀은 갑자기 심하게 불리해지고 결국 정정당당한 게임을 할 수 없어 게임을 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5명과 또 다른 5명이 시합을 하고 있는데, 우리팀에서 내가 빠진다면 우리팀은 분명이 지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해는 합니다만 질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요?” 대체 그깟 게임 한판 지는 게 뭐 그리 대수이기에 우리 부모의 말을 거스르면서까지 이토록 강하게 자기주장을 할까요?
 
아마도 아이들은 오늘 이 게임 1판을 미래 자신의 사회생활 특히 단체 활동을 위해 지금 반드시 숙지해야 할 책임감의 영역으로 판단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축구에도 공격수와 수비수가 있듯이 리그오브레전드에서도 공격수와 수비수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나는) 수비수의 역할을 맡든지 공격수의 역할을 맡든지 나에게 주어진 내 역할을 반드시 해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게임에 임합니다. 그리고 이 의지와 책임감은 당장 밥을 먹거나 당장 잠을 자거나 심지어 내일 당장 검사를 받아야 하는 숙제를 하는 것보다 지금 이 순간에서 만큼은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합니다. 당장은 그렇다고 판단한다는 의미이며 그것이 항상 밥을 먹는 것이나 잠을 자는 것이나 숙제를 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을 이해하면서 그들의 부족한 판단을 보완해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아이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판단을 바른길로 인도하는데 있기 때문입니다.
 
e스포츠는 단순하게 말씀드리면 ‘게임 경기’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G스포츠라 하지 않고 e스포츠라 하는 이유는 게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전체 중에 전자(electronic) 게임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당구도 한 게임, 바둑도 한 게임, 골프도 한 게임이라는 단어를 쓰기에 더 구체적으로 묘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핸드폰을 쥐고 있는 여러분의 아이는 분명 스포츠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는 e스포츠가 스포츠라는 사실을 지금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날이 곧 올 것입니다. 올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는 시범종목입니다. 또한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유력합니다. 우리가 나이가 먹듯이 아이들도 나이가 들고 이 아이들이 나중에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결국 그것의 의미를 결정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그것은 스포츠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계속하도록 두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존중과 방임은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일은 몸에 좋기 때문에 과일을 폭식하는 것도 좋은 것이 될 수는 없습니다. 테니스가 좋아서 하루 종일 테니스만 해도 몸에는 독이 됩니다. 무엇이든지 과한 것은 좋지 않습니다. 모든 것으로부터 그 무엇도 과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는 것은 필요한 올바른 훈육입니다. 그럼 결론을 알아보겠습니다. “엄마 이번 게임만 하고요!”라는 질문에 이제 우리는 아마도 이번 게임만 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마침 시간이 많다면 다른 일을 하는 대신 아이의 옆에서 지금 게임 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면 어떨까요?
 
아마도 질문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너는 지금 어떤 캐릭터도 무슨 역할을 해야 되니?” 아이는 의외의 엄마의 질문에 짐짓 당황할 수도 있지만 이내 엄마의 관심에 신이 나서 하고 있는 게임에 대해서 연신 설명할 것입니다. 내가 하는 일에 엄마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가치를 엄마가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아이가 하는 모든 말을 당장 이해하지 못해도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 아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아들이 하는 게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도도 얻게 됩니다. 그 다음부터는 같은 말이지만 아들의 “엄마 이번 게임만 하고요!” 라는 그 말의 톤은 많이 달라져있을 것입니다.
 
아이는 엄마가 같이 게임을 하지 않아도 나에게 주어진 내 역할을 돕는 내 동료라고 믿을 것입니다. 그리고 엄마도 나는 내 아이의 후원자라도 믿고 그에 걸맞은 말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를 이해하게 되면 아이를 신뢰하게 되고 아이의 말을 존중하게 됩니다. 진심어린 말을 하게 되며 아이는 아마도 그 말을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그래야 적절한 통제를 아이는 인정하게 될 것입니다. 스스로 엄마의 신뢰를 무너트리지 않기 위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이는 아이가 게임 내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책임감을 가지고 수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엄마로부터 주어진 자녀라는 역할도 책임감을 가지고 수행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게임이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 아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실수도 할 수 있고, 순간적으로 통제를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통제라는 것에 대한 의미만 공감한다면 아이는 언제든 아무런 문제없이 자라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우리라는 부모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제가 그렇게 자랐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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