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르기에 다름을 존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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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르기에 다름을 존중해야"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18.09.10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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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뽀] 인천 퀴어축체 현장을 둘러보고 -


 


8일 인천퀴어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에 지인이 그 현장에 '인천동물행동'이라는 그룹으로 부스를 신청해 (애완동물을)'사지말고 입양하라'는 캠페인을 할꺼라며 초대했다. 

퀴어축제는 다양한 성소수자들이 재미있고 독특한 코스튬(의상)과 분장을 하고 퍼레이드를 하는 방식으로 주로 진행된다. 물론 보기에 민망한 코스튬도 있어 음란하다며 미리 걱정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차별에 반대하고,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캠페인을 중심으로 한다. 

업무가 늦어져 나가보지 못한 사이 몇몇 지인을 통해 축제가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대행동측은 어르신들이 절대적으로 많아 태극기 집회를 연상하게 했지만, 생각보다 청소년들과 청년들도 많다. 행동으로 위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청년들이었는데 '기드온 300용사'라는 청년결사대가 있다고 했다.  


4000여명이 참여하기로 한 축제는 축제를 반대하는 분위기로 인해 600명에서 300명까지 다양하게 추산되었다. 800여명의 경찰이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을 보호하기위해 겨우 마련된 행사장을 둘러쌌지만, 그 밖을 1500여명의 반대행동측에 둘러싸였다. 

6시쯤 동인천 북광장을 향하는데 배다리 사거리에 이르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행진을 하고 있었다. '왜'라는 물음표가 있는 무지개 부채와 '동성애 반대'라는 피켓이 뒤섞여 배다리 철다리 쪽으로 가는 모양새였다. 많은 경찰과 순경들이 행진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무지개와 반대 피켓이 섞여서 걷고 있었다. 검은 마스크와 티셔츠를 입은 이들이 스크럼을 짜며 퍼레이드를 하려는 청년들을 '집에 가'라는 구호를 연호하며 양쪽으로 막고 있었다.

 



 

한 가운데서 차가 멈췄다. 행진은 몀췄고, 행진대열 앞의 트럭을 막고 사람들이 누워 있었다. 축제 진행팀에서는 반대행동 측에서 트럭 두 대에 모두 펑크를 내서 오도 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퍼레이드에서 보이는 참가자들은 대부분 어린 청소년과 청년들이었다.  


축제 참가자측과 반대행동측이 대립하며 맞서며 갑작스레 충돌을 빚기도 했는데 양측을 오가며 스케치를 하는 중에 충돌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소수자 차별을 반대하는 장애인 참가자들의 휠체어를 스크럼을 짠 반대행동측 청년들이 막아서면서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을 위협하기도 했고, 휠체어에 깔린 것처럼 소리를 지르는 허리우드 액션을 취하기도 했다. 필자는 엉겁결에 두 세력 가운데 끼어 이 상황을 그대로 보았다. 소리 지른 그 청년은 이쪽저쪽 뛰어다니며 퍼레이드를 막는 행동을 계속했다.

 


물리적 충돌을 우려한 경찰이 가운데를 막고 만약을 대비하며 양측을 조율하고, 펑크난 트럭 앞에 누운 사람들을 제지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반대행동측은 결사대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행진을 막았다. 수적으로도 몇배가 되어 이들을 위협하는 상황이 역력했다. 

지역주민은 자기들이 하고 싶은데로 사는 건 상관없는데 왜 이 동네에 와서 분란을 일으키냐며 성을 내기도 했고, 그냥 지나가는 건데 왜 막는지 모르겠다며 그냥 두면 별일 없을 것을 애들한테 위협까지 하며 그럴 필요가 있는지 반문하기도 했다.

양쪽으로 막힌 상황에 행사차랑 두 대 모두 펑크가 나서 움직이지 못하자 축제 진행자들은 축제 참가자들에게 해산하라고 하여, 30여분의 대치상황은 큰 충돌 없이 마무리 됐다. 

 


해산한 청소년들이 골목 안쪽 공터에 이십 여 명 가량의 담배를 피우고 몰려있으니 주변 상가 어르신들이 나와 다른데로 가라며 소리를 치고 있었다. 배다리 골목에서 종종 보는 풍경이었다. 다행히 청소년들은 버린 쓰레기를 줍고 담배꽁초를 챙겨들고 북광장으로 향했고, 축제 스텝(안전요원)은 주민에게 사과하며 자리를 떴다. 

필자는 이들 뒤를 따르며 이야기를 나눴다.

왜 참여하게 됐는가 물으니 우리(말하는 이도 청소년이었다) 다음세대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게 하기위해, 누구나 존중받고 이해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런 자신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나왔다고 했다. 그냥 놀러 나온 친구도 있고, 친구를 지지하기 위해 나온 친구들도 있었다. 

그러는 사이 북광장에 닿았고, 건널목에는 반대행동 피켓을 든 청소년들 몇 명이 있어 이 친구들과 부딪히나 싶었는데 다행히도 가벼운 농담을 나누는 동안 파란 불이 켜졌다. 
 

<6시 30분 동인천 광장>

 

  





현수막에 씌어있는 단어도, 혐오가 아니라고 하지만, 혐오가 가득한 말들이 채워져 있었다. 차별금지법을 소각하라는 문구. 기독교도들도 그 차별로 박해를 받았는데 그들을 박해하던 자들과 다르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동성애는 정신병이니 하는 현수막들... 반대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런 내용은 신빙성도 없고 신뢰도 떨어뜨린다. 

화평동 방향의 길이 막혀있고, 축제 참가자들과 진행자, 반대행동 참가자들이 뒤섞여 있었다. 간간히 멋진 코스튬을 한 젊은이들도 오고갔고, 좁은 길목에서는 행진을 막으려는 이들과 행진하는 이들이 맞서 있었고, 이 상황은 경찰이 집회시간이 끝났으니 해산하라는 방송을 할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말하면 잡혀가는 법이 통과되었다는 말을 듣고 나온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자신처럼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온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도 꼭 아셔야 한다며 설명을 이었다. 동성애에 반대하지만 그 말을 하기만 해도 잡혀가는 건 잘못된 법이라고 생각해서 참여했다고 한다. 

그렇게 적지 않은 시간 대치를 하는 중에 축제 진행측은 교통 방해죄로 반대측은 집회 방해죄로 각각 연행되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축제도 반대집회도 모두 불법이라는 말도 들려왔다. 돌아가는 축제 참가 청소년들에게 반대행동 어르신들이 잘 들어가라는 인사를 건넸다.

7시 반이 넘자 경찰은 해산하라는 방송을 시작했고, 사람들은 서서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9시가 가까와져서어 광장은 한산해졌고, 서울행 플래폼에도 양측 참가자들이 함께 전철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멋진 코스튬을 한 참가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문자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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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참가 계기
  : 사실 참가할까 말까 그 전날까지 고민했는데 친구가 인천퀴퍼 스태프 중 한명이었는데 꼭 와달라고 부탁해서 가기로 했어요. 그래서 아침에 허둥지둥 화관 만들고 화장하고 갔습니다

- 몇 시쯤 도착하셨고, 도착했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나요?
 : 한 한시반쯤 도착했던 것 같은데 도착 직전에 트위터로 사람들이 현장상황 말하는 거 보고 걱정이 많아서 불안장애가 심해졌습니다. 숨이 안 쉬어졌었는데 막상 도착하니까 그런 두려움이 많이 좀 결연함으로 바뀌었어요.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가면 지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 거의 마무리 시간까지 있으셨는데 그 시간까지 있으시면서 든 생각이 있으시다면? 
 :  음.. ‘ 아, 정말 우리가 존재하는 거 자체가 싫은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예전 같았으면 그 사실이 너무 서러웠을 것 같아요. ‘난 아무 잘못도 안했는데 왜 이렇게 날 싫어하지?’ 이런 생각도 하고. 그런데 계속 집에 가라는 말 듣고 성희롱 담긴 말도 듣고 그러니까 그게 ‘그래서 그럼 어쩔 건데 난 계속 살아갈 거야!’ 이런 생각이 들어서.. 내년에도 개최한다면 꼭 다시 오고 싶습니다.
 
- 바램,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축제 준비 측이나 반대하는 사람들, 참가자로서 지역민들에게)
: 축제 준비하시는 분들 진짜 너무 힘드셨을 것 같아요. 트럭도 펑크 내고 앰프도 부쉈다고 하는데 그거 꼭 잡아서 배상받을 수 있길 바라고요, 지역민 분들에겐 음 사실 제가 중간에 광장을 이탈해서 돌아다녔는데 그때 그 혐오 세력 분들 때문에 사실 이동에 어려움이 생긴 분들이 많으세요. 어떤 분은 환자시구 병원 가야하는데 그분들이 막무가내로 막아서 병원 가는 길에 지장이 생겼거든요. 같이 민원 넣어주시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반대 세력 분들에겐.. 딱히 하고 싶은 말이 없네요. 말이 곱게 나갈 것같지도 않고 말해봤자 별로 들을 것 같지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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