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새로운 발견, 소래포구 깊은 갯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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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새로운 발견, 소래포구 깊은 갯골
  • 심형진
  • 승인 2018.10.0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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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소래포구, 내륙으로 거슬러 오르는 물길



소래포구에서 인천을 새로 알다.
 
소래 갯골 물길 탐사를 다녀왔다. 시흥과 인천을 흐르는 하천이 서해와 만나는 소래포구에서 배를 타고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행사이다. 꽃게를 사거나 횟감을 사기 위해 들르는 포구 어시장으로만 알고 있던 곳, 포구에서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떠나는 배들의 출발지로만 알고 있던 곳이 새롭게 태어난 순간이다. 인천에서 태어나 이제까지 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경험하기 전까지는 전혀 생각도 못한 일이다.

중국 땅 단동 지역에 있는 일보하(一步跨)라고 하는 곳은 북한과의 접경 지역이다. 한발만 떼면 압록강을 건널 수 있을 만큼 강폭이 좁아 붙은 지명이다. 이곳은 또한 압록강이 황해와 만나는 기수-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지역으로 참게가 많이 잡힌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주로 북한을 가까이서 구경하려는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데 아주 가까이서 북한 군인을 보고 돌아 나오는 길에 양옆에 늘어선 참게구이 노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한 마리에 오천 원 이상 하는 참게가 헐값인데다 민족의 강 압록강에서 잡힌 것이니 북한을 바라본 정취를 계속 이으려는 심정 때문이다.

소래포구는 소래산에서 발원한 장수천과 운연천이 바닷물과 섞이는 기수지역이다. 물론 이 두 하천에 더해 시흥 쪽에서 흘러들어오는 신천천과 시흥천도 만나니 모두 4개의 하천이 하나가 되어 황해와 만난다. 이 곳에 5년 만에 참게가 돌아왔다. 참게가 돌아왔다고는 하지만 사실 이곳에 참게가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도 처음이다. 소래포구에서 꽃게나 젓갈, 각종 생선을 살줄만 알았지, 이곳이 살아있는 바다와 만나는 곳임을 알지 못했다. 바다를 대상화시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소래포구에는 300척에 가까운 배들이 정박하고 있다. 어선으로 등록을 하고 덕적 인근까지 나아가 꽃게 등을 잡는다. 바다 생태계가 훼손되어 예전만 못한 어황에 등록만 하고 실제 어업에 투입되는 배는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포구로서 기능하고 있다. 포구에서 바다쪽으로 배가 나가는 줄만 알았지 거꾸로 내륙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일은 생각도 못했다. 이 곳 갯골은 육지 안쪽까지 깊숙이 파고든다. 시흥 쪽으로는 시흥시청 코 앞인 시흥생태공원으로 이어지고, 인천 쪽으로는 만수동 담방마을과 서창동 지역까지 이어진다.

낚싯배를 빌려 시흥천과 신천천, 그리고 장수천을 차례로 탐방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흥천은 방산대교 확장 공사로 가교가 설치되어 입구까지만 둘러보고 바로 나온다. 물길로는 가장 긴 코스를 가지 못해 못내 아쉽다. 그렇지만 신천천과 맞닿은 곳에는 도요새와, 저어새 등 여름철새와 왜가리, 백로, 갈매기 등 텃새들이 무리를 지어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평화롭다. 신천천을 거슬러 올라가니 양쪽으로 드러난 갯벌이 온통 빨갛다. 집게발이 유난히 큰 농게 때문이다. 갈매기는 입에 문 게를 물에 빠뜨렸다 다시 잡기를 반복한다. 마치 물에 씻어 먹기라도 하는 모양새다. 바닷물 위에서 보니 소래산이 낯설면서도 높은 산의 형상으로 서 있어 배가 다가갈수록 더욱 우뚝하게 다가온다. 뱃소리에 놀란 도요새의 무리가 떼 지어 뱃전을 가로지르고, 높은 하늘에는 저어새가 태양빛을 받아 선연하게 빛나는 흰색을 드러내며 우아하게 비행한다. 왜가리와 백로도 동참하듯 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연은 살아있다>의 한 장면인 듯도 하고, 아마존 탐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어 명치 끝에서 부터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게 느껴진다.

인천에는 아름다운 곳도 많고 기이한 풍광을 가진 곳이 정말 많다. 백령도 두무진이나 대청도의 농여해변, 강화 마니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지만 소래포구에서 소래산을 향해 가면서 본 이날의 풍경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고 그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소위 인생 샷, 아닐까! 아무리 한 곳에 오래 살았어도 새로움은 언제나 있다는 것을 깨달은 하루이다. 새로움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해보지 않은 것을 해봐야 하고, 같은 곳이라도 다르게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 그럴 때 우리의 삶이 더욱 풍성해지리라.
 
9월10일 소래갯골 물길 탐사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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