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 침대, 아파트, 생리대로 찾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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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 침대, 아파트, 생리대로 찾아온
  • 정세국
  • 승인 2018.10.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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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국 / 인천대학교 산학협력중점교수




생리대와 아파트 화장실 석재에서 라돈이 검출되었다는 보도이다. 인체에 직접 닿는 제품에서 발견되었고 가정에서 자주 접하는 대리석(실제로는 화강암)에서 비롯되었다. 사방에 매설된 지뢰처럼 어디에 발을 디뎌야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 걱정된다.

라돈은 우리가 사는 집 주변에서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방사선 방출 물질이다. 호흡기로 들어오는 라돈이 위험하다는 설명도 있기는 하나, 방사선이 인체를 뚫고 들어온다는 인식만으로도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5월 불거진 라돈침대 문제로 대두되었으나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30여년 전부터 라돈을 주요 방사선물질로 선정 관리하고 있다. 라돈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다지 부족으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라돈침대에 의해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이번에 아파트에서 실제 확인된 라돈 수치를 보고 격앙되었다. 더불어 생리대에서의 라돈 검출의혹 발표로 라돈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되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라돈이 발생한 침대의 경우 마케팅 포인트로 음이온 발생을 위해 희토류 광물인 모자나이트라를 매트리스 커버에 사용하였다.

아파트의 화장실이나 주방에 설치된 석재(비록 일부에서만 라돈이 발생 할지라도)는 치명적이랄 수 있는 수치를 보여주고 있으며 원재료 공급처에 가서 측정해 보아도 비슷한 량을 보여주었다. 친환경 제품으로 각광받던 ‘오늘습관’ 브랜드의 생리대는 검출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나 라돈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잠재우기에는 미치는 영향이 크다. 아마도 라돈이 사회문제화 되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라돈(radon, Rn)은 방사선을 내는 원자번호 86번 원소로 색, 냄새, 맛이 없는 기체이나 공기보다 약 8배 무겁다. 라돈은 지각을 구성하는 암석이나 토양 중에 천연적으로 존재하는 우라늄과 토륨의 방사성 붕괴에 의해서 만들어진 라듐이 붕괴했을 때에 생성된다. 따라서 지구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자연 방사선 물질이다. 물에 약간 녹고, 유기용매에는 보다 잘 녹는다. 라돈은 비활성 기체의 하나로 화합물을 쉽게 만들지 않아 화학 반응은 거의 없고 산화력이 큰 원소들과의 화합물 몇 가지만 알려져 있다.

라돈에 노출된 흡연 경험자의 폐암 발생 위험은 노출되지 않은 흡연경험자보다 높다. 흡연하지 않아도 라돈 노출로 인해 폐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흡연에 의한 폐암 보다는 덜하나 그에 못지않게 폐암을 유발한다는 게 특징이다. 라돈 원자핵은 약 8일 이내에 붕괴되어 미세먼지에 흡착되는 (+)전하와 함께 호흡을 통해 폐안에 들어가서 유전자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라돈을 1급 발암물질이라고 한다.

사람에 노출되는 방사선은 자연 방사선과 인공 방사선이 있다. 자연 방사선은 지표로부터 오는 방사선, 우주로부터 오는 방사선, 음식물로 섭취되는 방사선으로 전체 노출량의 85% 정도를 차지한다. 라돈은 인간이 피폭되는 총 방사선 피폭 중에 단일 피폭원으로는 가장 큰 비율이며 천연에 존재하는 방사능 피폭 중에서 라돈에 의한 것이 가장 크다.

‘우리나라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약칭 생활방사선법)을 2012년에 제정하여 운용 중이다. 이는 후쿠시마원전사고에 따른 방사선에 대한 국민불안감 증가에 대응하여 생활주변으로부터 발생하는 방사선으로부터 불필요하게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그러나 생활방사선의 노출 현황을 정확하게 산출하거나 대응 방안의 다양한 해법 추진에는 어려움이 있다. 과거 체르노빌 사건에 의해 피폭된 고철이 인천항에 들어왔던 적도 있다.

정부는 공항과 항만에 방사선 감시기를 설치하여 방사선이 검출된 수입화물 및 재활용 고철에 대한 반송조치와, 생활밀착형 가공제품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통해 결함 제품의 회수·폐기 등 우리나라 국민이 불필요한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추진해 왔다. 또한 방사선에 대한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전달을 위한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 제공, 생활주변방사선 종합정보서비스 구축으로 생활방사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등 관련 종사자 및 일반인의 생활방사선에 대한 인식개선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라돈 사태는 지금까지의 관리수준보다 더 광대하고 세밀한 운용제도 도입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미 공기 중 라돈을 쉽게 측정할 수 있는 키트가 개발되어 있다. 적은 수이지만 인천지역 환경 단체에서 시민들에게 무료로 대여해 주고 있다. 평상시에 가정 주변의 라돈 수치를 관리할 정도로 면밀하지 않으면 흡연 없이도 페암이라는 복병을 만나기 쉽다는 생각이어야 한다.

이제는 라돈의 규제농도를 생활환경 관리의 비중을 두어야 한다. 시민들이 스스로 측정하여 자신의 생활터전이 라돈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20여 만원에 판매되는 라돈 검출 키트를 선물로 주고받는 것도 한가지 방법일수 있겠다. 실내의 라돈 농도 측정은 비교적 수행하기 간단하지만, 정부가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측정을 보장하기 위해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마련하도록 소비자시민단체가 이끌어야 한다. 라돈 발생 장소별 구체적인 관리방안 등 원료물질이나 공정부산물까지 관리범위에 포함시켜 실제적인 관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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