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의 전제조건
상태바
4차산업혁명의 전제조건
  • 정세국
  • 승인 2018.12.28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세국 / 인천대학교 산학협력중점교수


스마트폰 사용방법에 대해 젊은이의 도움을 받지 않은 어르신은 거의 없다.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생활을 통해 익숙해진 아날로그 기기들과 전혀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자녀뻘 되는 사람으로부터 핸드폰 사용법이나 테블릿 혹은 PC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다. 젊은이한테 배우는 것이 싫거나 복잡하다고 느끼는 분들은 끼리 문화권을 형성하여 서로 가르치거나 배우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시대에 동행할 수 없고 사회에 발 한 짝 걸치기조차 힘들어 하는 시대가 되었다.

전통적으로 지식은 위로부터 나이든 선험자 소위 ‘선생님’이라고 호칭하는 분들의 영역으로 내리 사랑의 구체적인 내용이었다. 4서3경으로 대변되는 전통 지식의 영역으로부터 TV나 냉장고, 심지어는 자동차까지도 그런 범주에 있었다. 워크맨이 나왔을 때나 VTR이 등장하였을 때에는 그나마 버튼 몇 개만 눌러보면 사용할 수 있었던 시대였다. 이 유형의 기기나 지식전달 체계는 십수년을 거치면서 우리의 생활 패턴으로 굳어져 있게 되었다.
4차산업혁명은 2016년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바프가 기조연설을 통해서 시작되었다. 독일의 산업 4.0에 의해 탄생한 자동화 기술의 확산이 제조업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의 생산과 사회변동을 가져온 현상을 정리한 것이다. 그는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디지털, 바이오와 물리학 사이의 모든 경계를 허무는 융합기술 혁명으로 정의하며 정치, 경제,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하였다. 1784년 1차 산업혁명으로부터 시작된 소위 ‘혁명’은 1870년 대량생산과 소비 시대로 확장되다가 1969년 컴퓨터 발명으로 이어져오면서 지금까지 익숙했던 패턴을 벗어난 적이 없는 것이었다. 노동자 계급의 성장, 자본가 계층의 확대, 생활 편의의 증진 등은 기술 진보와 함께 한 전통적인 ‘내리 사랑’의 결과물이었다.

이것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생활 속에서 다듬어져 가고 있는 현상으로 아무리 완고한 유교적 가부장 가정일지라도 핸드폰을 가지고 사는 분은 그 사용법에 대해 아랫사람으로부터 배우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시기에 와 있다. 촛불세대나 태극기 부대의 공통점이 핸드폰을 이용하여 소통하고 공유하고 정보를 얻어 그대로 행동하는 공통점이 있다. 위로부터, 그리고 아래로부터도 배워야 하는 시대 즉 4차산업혁명의 특성을 받아들여야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독일에서는 ‘산업 4.0’이라고 칭하면서 가장 빠른 길을 가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Society 5.0'이라고 하고 미국에서는 ’첨단제조육성‘, 중국에서는 ‘인터넷 플러스’라고 하여 동일한 개념을 달리 표현하고 있다. 초연결성, 초지능화, 융합화를 지향하는 4차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robot, Bio, 신재생에너지 등을 기반으로 한 응용기술들이 복합적으로 작동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미 도래한 4차산업혁명 시대는 드론, 3D프린팅, 우주기술, 블록체인, 자율자동차 등으로 접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기초기술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여기서 또 다시 인간소외가 등장한다. 인간이 보다 행복해지기를 지향하는 산업사회에서 소외문제는 양극화문제와 함께 극복하여야 할 가장 큰 문제가 되었다. 3차산업혁명에 의해 일부만 행복을 누리게 되고 소득이나 소비가 현저하게 작은 일부는 그들과 전혀 다른 생활 형편으로 자리 잡게 된다. 여기서 나타나는 인간소외 문제는 양극화의 골을 점차 깊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이런 현실을 부정하고 산속으로 들어가 ‘자연인’이 되는 사람도 있으며 이들을 멀리서 동경하는 개인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길에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은 인간소외를 해소하는 방법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대안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환경 친화적 자재를 사용하거나 유전자 변형물질을 배제하는 등 현재의 생태계를 다음 세대에게도 전해 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또 다른 소외감 속에서 우울증에 빠지는 시민들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4차산업혁명에 참여하는 주체들은 두가지 어려움 극복을 위한 연구나 개발이 되도록 추진하여야 한다. 사회가 얼마나 많이 품어낼 것인가의 정도문제는 또 다른 사회적 책임으로 다가와야 할 사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