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달님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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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달님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 최일화
  • 승인 2019.02.24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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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시단] R.타고르의 시집『초승달』- 세번째 인도여행을 다녀와서


지난 1월 23일간 인도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번 여행은 세 번째 인도여행이다. 세 번 모두 혼자 떠난 배낭여행이다. 첫 번째는 2005년 30일간 떠났던 여행으로 콜카타, 산티니케탄, 바라나시, 사르나트, 카주라호, 델리를 여행하여 비교적 여러 도시를 부지런히 돌아다닌 여행이었다. 두 번째는 2012년 72일간 떠났던 여행으로 콜카타에서 며칠 지낸 후 산티니케탄으로 가 거의 70여일 가까이 머문 여행이었다.

내가 산티니케탄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시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가 학교를 설립하여 자신의 교육 이념을 실현하고 그곳에서 시집  『기탄잘리』를 포함한 수많은 문학 작품을 집필한 곳이기 때문이다. 장미를 가꾸던 장미밭, 집필하던 집필실, 시인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박물관, 그가 기도하던 기도처, 그가 묵상하던 나무 등이 거기 그대로 있기 때문에 마음의 위로가 되고 평온한 기운이 감도는 듯 하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콜카타와 불교성지 부다가야, 그리고 산티니케탄에 주로 머물며 지냈다. 세 번 다 일정이나 목적 등 어떤 특별한 계획과 목적의식을 가지고 떠났던 여행은 아니다. 집필을 위한 취재여행도 아니었고 종교나, 학술, 예술 유적지 답사나 연구나 집필의 자료 수집을 위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자유롭게 여행하며 인도인의 삶, 그들의 신앙, 그들의 일상을 가장 가까운 생활 현장에서 느껴보고 싶은 것이었다.

2005년 처음 여행할 때는 마더 테레사가 설립한 사랑의 선교 수녀회가 운영하는 임종의 집에 가서 며칠간이라도 죽음이 임박한 환자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자는 생각이 있었고 두 번째 여행은 콜카타와 산티니케탄에 가서 타고르 시인의 자취를 직접 보고 확인해보자는 다소 막연한 기대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던 것은 아니다. 이번 여행은 두 번의 여행으로도 여전히 남아 있는 미련 같은 것, 인도와 타고르 시인에 대한 향수 같은 것을 달래보려 여행을 계획했다.

한결같이 세 번의 여행 모두 혼자 떠난 배낭여행으로 비자 발급에서부터 항공권 예매, 보험가입, 로밍 신청, 여행 일정 등 모든 것을 혼자 한 여행이었다. 그러다보니 여행 일정이나 여행 경비, 식사 계획, 숙소 결정 등이 내 형편에 따라 현지에서 결정, 수정, 보완 되는 자유 여행이 된 것이다. 모든 걸 혼자 결정하다보니 일정에 따라 빽빽하게 하루 일과가 진행되지 못하고 다소 느슨하게 일정을 소화하긴 했지만 일정에 쫓겨 바쁘게 서두르는 일 없이 여유 있게 여행을 한 것 같다.

여행기를 쓸 의도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여행 일기를 쓰긴 했지만 글로 정리하여 발표할 생각은 없다. 다만 시간이 지나 나도 모르게 여행 중 받은 강한 인상이 작품 속에 반영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지난 두 번의 여행하고는 좀 다른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인도에 대한 호기심이나 흥미보다는 우리 생화문화와 인도의 생활문화가 자꾸 비교가 되는 것이었다. 피상적인 관찰이기는 하지만 건축, 교통, 음식, 숙박, 언어, 역사, 종교 등 많은 부분에서 체감으로 비교할 수 있었고 우리의 생활문화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깊이 있게 연구하거나 폭넓게 체험한 것이 아니라도 일상생활의 면에서 우리 것에 소중함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물론 민족, 종교, 언어, 역사가 다른 인도의 문화에 쉽게 낯익게 느낄 수는 없다 해도 서민들의 주거, 식생활, 종교, 도시정비, 교통, 결혼, 집회의 모습을 보며 뭔가 정돈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개선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은 혼란스러운 양상을 매일 체험하였다. 먼저 번 두 번의 여행과는 다른 생각과 피곤을 한 아름 안고 돌아온 여행이었다.

다시 인도의 저 복잡한 거리, 소란스러운 아우성이 그리워지고 7년 전에 보았던 수선공이 똑같은 모습으로 같은 나무 밑을 지키고 있는 것, 생선장수들은 같은 거리 같은 장소에서 여전히 생선을 팔고 있고, 로띠 가게 14살 소녀는 3살짜리 아들을 둔 21살 가정주부가 되어서도 여전히 그 허름한 가게에서 로띠를 팔고 있는 그 현장이 언제 다시 그리워질지 모른다. 타고르 시인에 대한 조금 더 깊은 안목을 갖게 된 후에 그곳을 다시 찾는다면 또 다른 목표를 안고 찾게 될지도 모른다. 고향을 찾듯 다시 그곳에 찾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타고르 시인의 시집 『초승달 The Crescent Moon』에서 시 두 편을 소개한다.


 
천문학자/ R. 타고르
 
나는 슬쩍 이렇게 말해 보았지
"저녁이 되어 동그란 보름달님이
저 까담나무 잔가지 사이에 걸리면
누군가 달님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형은 웃으면서 말했지
"아가야, 너 같은 바보는 처음 본다
달님은 아주 먼 곳에 있어!
어떻게 잡을 수 있겠니?"
 
나는 말했지
"형이 바보야
엄마가 우리 노는 것을
창 너머로 내려다보며 살짝 웃어 줄 때
형은 그런 엄마가
아주 멀리 계신 거라고 말할 테야?"
 
그러나 형은 또 말했지
"너는 정말 정신이 나갔구나
달을 잡을 정도로 크고 넓은 망태기를
어디서 구해 온단 말이야?"
 
나는 대답했지
"두 손으로 꽉 잡으면 되지!
 
하지만 형은 웃으며 또 말했지
"정말 너 같은 바보는 처음 본다
만일 달님이 가까이 오면
그 달님이 진짜 얼마나 큰지 알게 될걸!"
 
나는 또 말했지
"형이야말로 학교에서 바보 같은 것만 배워오나 봐
엄마가 뽀뽀해 주려고 얼굴을 가까이 할 때
형은 엄마 얼굴이 그렇게 크게 보여?"
 
그래도 형은 똑같은 말을 했지
"너는 정말 바보야!"
                              -김양식 시인 역

 
 
챔파꽃 / R. 타고르
 
 
내가 장난으로 챔파꽃이 되어서는
저 나무 높은 가지에 피어
바람에 웃으며 흔들리고
새로 핀 잎 위에서 춤추고 있다면
엄만 나를 알아보실까?
 
엄마는 이렇게 부르실 거야
"아가야, 어디 있니?"
그럼 난 살짝 웃고는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나는 살며시 꽃잎을 열고
엄마가 하는 일을 몰래 보고 있을 거야
 
엄마가 목욕을 한 다음
젖은 머리를 어깨에 늘어뜨리고
기도드리는 작은 마당으로 건너가려
챔파나무 그늘 속을 걸어갈 때
엄마는 꽃향기를 맡을 테지만
그것이 내게서 풍겨 나오는 줄은 모르실 거야
 
점심밥을 먹은 다음
엄마가 창가에 앉아 라마야나 이야기책을 읽을 때
나무 그늘이 엄마의 머리와 무릎 위에 어리며
나는 내 아주 작은 그림자를
엄마가 읽고 있는 책 위에 드리울 거야
바로 엄마가 읽고 있는 그 자리에
 
하지만 엄마는 그것이 바로
엄마의 작은 아가의 보잘것없는
그림자인 줄 정말 아실까?
 
저녁 무렵
엄마가 등잔불을 손에 들고 외양간으로 가면
나는 급히 땅에 떨어져
또 한 번 엄마의 아가가 되어
옛날이야기를 조를 거야
 
"어디 갔었니
요 장난꾸러기 아가야?"
"그것은 말 못해요, 엄마"
 
그때엔 엄마와 내가
이러한 이야기를 할지도 몰라
                              - 김양식 역


Champa Flower/ R. Tagore
 

Supposing I became a Champa flower, just for fun, and grew on a branch high up that tree, and shook in the wind with laughter and danced upon the newly budded leaves, would you know me, mother?
 
You would call, ‘Baby, where are you?’ and I should laugh to myself and keep quite quiet.
 
I should slyly open my petals and watch you at your work.
 
When after your bath, with wet hair spread on your shoulders, you walked through the shadow of the Champa tree to the little court where you say your prayers, you would notice the scent of the flower, but not know that it came from me.
 
When after the midday meal you sat at the window reading Ramayana, and the tree’s shadow fell over your hair and your lap, I should fling my wee little shadow onto the page of your book, just where you were reading.
 
But would you guess that it was the tiny shadow of your little child?
 
When in the evening you went to the cowshed with the lighted lamp in your hand, I should suddenly drop onto the earth again and be your own baby once more, and beg you to tell me a story.
 
‘Where have you been, you naughty child? ‘
 
‘I won’t tell you, mother. ‘ That’s what you and I would say t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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