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여성 작품을 소비하는가?
상태바
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여성 작품을 소비하는가?
  • 박지수
  • 승인 2019.03.19 1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칼럼] 박지수 / 여성주의 운동가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미디어에 오랫동안 쌓인 여성 혐오가 존재하며, 우리가 접하는 작품 속 설정과 스토리가 여성 혐오라면 어떨 것 같나요? 현재 미디어 속엔 많은 여성 혐오가 등장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고 순응하면서 살고 있었죠. 불편하지만 무엇이 불편한지 몰랐던 우리 인생에 페미니즘이 등장하면서 문제점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와 동시에 좋아했었던 작품을 과거와 같은 눈으로 보기 힘들어졌죠.
 
과거 여성 영화의 기준은 어땠을까
 
첫 번째는 1980년대 미국의 만화가 앨리슨 벡델이 자신의 만화에 등장시킨 '벡델 테스트(Bechdel Test)'입니다.
 
정체성을 가져 이름이 있는 두 명의 여성이 '남성' 이외의 주제를 가지고 서로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등장하면 테스트에 통과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기준인데도 많은 작품이 통과하지 못하여 테스트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됩니다. 이를 통해 과거 영화 시장에서 여성의 위치가 무시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벡델 테스트엔 많은 오류가 있었지만 미디어 속 여성 혐오를 지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두 번째는 배스 영화제에서 2014년에 최초로 사용하여 현재 쓰이고 있는 'F 등급 (F-Rating)' 입니다.
 
벡델 테스트와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에 붙이는 A등급 마크에 착안해 만든 F 등급은 여성 감독이 연출하고 여성 작가가 각본을 쓰며 여성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면 F 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위 기준을 만족하는 영화는 F 등급을 받을 수 있으며, 세 가지 다 해당될 경우 'Triple F-Rated'라는 등급으로 따로 분류합니다. 벡델 테스트와 마찬가지로 F 등급을 받은 영화를 페미니즘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등급의 존재만으로 남성을 기준인 영화 시장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남성 감독들의 여성 혐오적인 클리셰를 불편해하는 관객들에게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합니다.



<벡델 테스트의 시초가 된 실제 만화 컷 [출처] 여성영화 추천(벡델 테스트/F-rated/코미디)>

 
여성 서사와 페미니즘 작품은 다르다
 
'서사'란 작품에 등장하는 사건의 구조, 스토리를 진행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여성 서사는 여성이 작품의 중심에서 사건을 풀어가면서 스토리를 진행하는 것을 의미하겠죠. 판타지, 액션 등 현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 아니더라도 여성이 스토리의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고 그 속에서 주인공의 성장, 주위 사람들과의 연대를 보여줌으로 관객을 영화에 집중시키고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여성의 인생을 다루는 여성 서사와 달리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여 새로운 의미를 전달하는 작품들을 '페미니즘 작품'이라고 합니다. 페미니즘 활동을 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다루는 장면, 여성 혐오 단어가 왜 문제인지를 알려주는 장면, 코르셋이 문제인지 설명하는 장면처럼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여성 인권'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페미니즘이란 단어와 여성 인권을 한 명의 여성을 매개체로 나타내기 때문에 서로 만나는 지점이 존재합니다.
 
미디어에서 여성이 등장하는 작품을 다루는 시각이 달라지면서 관객들의 시각도 함께 변화합니다.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라 많은 기준이 생기게 됩니다. 여성 감독이 아니더라도 여성이 주인공이라면 괜찮고, 불편한 장면이 있어도 심한 부분만 지적하며 코르셋을 지적하기 전에 여성의 자리를 늘리기 위해 응원해야 하며 여성이 많아지려면 검열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합니다.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제일 큰 영향을 받은 것은 미디어다. 눈으로 보고 배운 것이 있기 때문에 쉽게 코르셋을 벗지 못한다. 남성 중심 미디어에서 배운 것처럼 여성이 편한 모습으로 활동하는 것을 당연한 기준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시각을 바뀔 수 있다"
 
 
여러분은 어떤 기준으로 여성 작품을 소비하고 계신가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