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 무지에서 지의 상태로 이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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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무지에서 지의 상태로 이행함
  • 이스트체
  • 승인 2019.03.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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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행운과 불행



〔인천in〕이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유당’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도전합니다. 고전을 읽고 함께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고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그 문턱을 넘습니다.
‘서유당’의 고전읽기모임인 ‘하이델베르크모임’에는 김경선(한국교육복지문화진흥재단인천지부장), 김일형(번역가), 김현(사회복지사), 최윤지(도서편집자), 지난주부터 합류한 김영애(생활소품작가), 서정혜(의류디자이너)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고전읽기 연재는 대화체로 서술하였는데요, ‘이스트체’ 효모의 일종으로 ‘고전을 대중에게 부풀린다’는 의미와 동시에 만나고 싶은 학자들의 이름을 따 왔습니다. 김현은 프로이드의 ‘이’, 최윤지는 마르크스의 ‘스’, 김일형은 칸트의 ‘트’, 김경선은 니체의 ‘체’, 김영애는 헤르만헤서의 ‘르’, 서정혜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베’라는 별칭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1장
 
생활의 발견
 
“ ‘급전’이란 사태가 반대 방향으로 변화함을 의미하는데 이때 변화는 소위 개연성 내지 필연성의 법칙에 따라 이루어진다... ‘발견’이란 그 말 자체가 의미하는 바와 같이 행운 혹은 불행에의 숙명을 가진 인물들이 무지에서 지의 상태로 이행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발견은 급전과 결합될 때 애련이나 공포를 일으킬 것이다.” 63~64쪽
 
체: 지난 10장에서 얘기한 급전과 발견을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는데요. 발견을 무지에서 지의 상태로 이행하는 것으로 정의한 부분이 재밌네요.
 
트: 물리적 발견이 아니라 정신적 발견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스: 역사의 발전이 사상의 전환이라고 보는 관점에서는 정신적 발견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봐요.
 
르: 인류의 역사는 ‘무지’에서 ‘지’로의 끊임없는 과정인 정신의 발견인 것 같아요.
 
베: 시학에서도 행운과 불운도 발견의 결과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우리 생활 속에서 행운과 불운을 발견한 경험들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체: 각자의 삶에서 3번의 행운이 온다고 하는데 다들 인식하고 있는 행운과 불운들이 있나요?
 
트: 순간의 기쁨이 행운이라면 많은 것 같은데 기억나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스: 지속적으로 인식하는 행복감이 행운이라면 아직까지는...
 
체: 저는 아내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아내를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엄청 불행했을 것 같아요.
 
르: 더 살아보면 불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걸요. ㅎㅎㅎ
 
스: 다른 얘기일 수도 있지만, 배우자가 서로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로 볼 때 행운과 불운을 떠나서 배우자나 친구들이 어른스럽게 보일 때가 있어요.
 
체: 어른스럽게 보이는 상대방을 안다는 것이 나에게는 행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를 통해 깨닫는 것이 있으니까요.
 
베: 맞아요. 또래이지만 뭔지 모르게 의지가 되고 따르게 되는 친구가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고 나를 되돌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체: 고등학교 때 별명이 ‘일용이’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TV드라마 전원일기에 나오는, 그 친구를 만났다는 것이 저에게는 학창시절 행운인 것 같아요. 그 친구는 별명대로 시골스럽게 생겼는데 정말 의젓하고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소신이 뚜렷했어요. 털이 있는 돼지고기 도시락 반찬, 늘 똑같은 옷, 선생님께서 주시는 문제집 등으로 어렵게 사는 것 같았지만 겉으로는 보이는 모습은 정말 꿋꿋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대단한 친구였다고 생각해요.
 
르: 일용이 친구는 정말 심지가 굳은 학생인 것 같아요.
 
체: 그리고 공부도 잘했어요. 정말 멋진 친구였던게 기억나네요.
 
트: 지나고 나면 그때 내가 몰랐던 친구의 모습과 나의 모습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베: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무지에서 지의 상태로 이행한 발견이네요.
 
스: 저는 배우자가 어리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트: 저도요. 연애할 때 문득 보이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귀엽게 보이다가 결혼이라는 삶에서는 ‘이 사람을 키워야 하나?’라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베: 남자들은 사회적으로 어른다움을 유지하는 피로감을 부인에게서는 어린아이스러움으로 위로 받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스: 그런데 그런 모습이 반복될 때 부인들은 지칠 수 있어요.
 
르: 맞아요. 나도 기대고 싶은데 남편이 어른아이라면 힘들 것 같아요.
 
체: 자녀가 있는 친구를 볼 때 아이를 달래고 놀아주고 업어주는 모습에서는 어른스럽지만, 친구끼리 만나면 그냥 어렸을 때 모습 그래도 개구쟁이로 느껴질 때도 있어서 사람은 모두 어른과 아이의 양면성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르: 성장한 자아와 본연의 자아가 공존하고 있는거죠.
 
체: 아빠들은 아이를 통해 성장하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 애가 없어서 사건을 통해 성장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 한치영업을 했었는데 사기를 두번 당했어요.
 
베: 한치가 뭐예요?
 
르: 작고 하얀 오징어 종류에요.

체: 착하고 성실한 사기와 진짜 사기 두번을 통해 저는 스스로 많이 성장했거든요.
 
트: 영업에 무지했다가 사기를 통해 영업의 세계를 차츰 알아간 거네요.
 
스: 삶의 현장을 통한 발견이셨군요.
 
체: 그 시절은 저에게는 불운의 시절이었어요.
 
르: 고통스러웠겠어요.
 
체: 직접 소송준비를 준비하면서 배운 것도 많았고 사람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지만 불운 속에 행운도 있었던 것 같아요.
 
스: 인생에서 의도치 않게 불운으로만 치닫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란 일본영화를 보면 잘못된 선택으로 암울한 결말을 낳게 되거든요. 참 안타까웠어요.


 
<영화 '혐오스런 마츠고의 일생'에서>


트: 일상에서도 의도치 않은 소소한 불운들이 있어요. 며느리 입장에서 시댁이 불편해서 머리를 쓰면 불편한 상황이 돌아돌아 와서 다시 마주할 때가 있어요.
 
베: 묘수가 악수가 되는 상황이군요.
 
르: 신은 우리의 묘수가 악수인 것을 보고 계시니 얼마나 재미날까요.
 
체: 아무튼 오늘도 우리의 담화는 산으로 갔는지 바다로 갔는지 알 수 없지만, 많은 발견들을 한 좋은 시간이 된 것 같아요. 다음을 기약하며 여기서 마칠께요.
 
정리: 이
 


참고문헌:
아리스토텔레스, 손명현역(2009), 시학, 고려대학교출판부.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역(2017), 수사학/시학, 도서출판 숲.
Aristoteles, Manfred Fuhrmann(1982), Poetik, Griechisch/Deutsch, Philipp Recl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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