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서관' 역량을 사회적 자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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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 역량을 사회적 자원으로…
  • 박현주
  • 승인 2010.12.14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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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박현주 / 인천서구도서관 열람봉사과장

             -민·관 협력 파트너십을 통한 지역공공도서관 시스템 구축 필요-        
   

'어디서나 걸어서 10분 안에 갈 수 있는 도서관을' 을 표방하며 전국 지자체에서 '작은 도서관' 설립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도 공립의 작은 도서관이 아닌, 민간의 작은 도서관 수가 계속 늘어나, 현재 인천시에 작은 도서관은 조사된 수만 130여개에 이르고 있다.

인천시와 각 구의 도서관건립계획과 도서관정책을 보면, 민간의 작은 도서관에 대한 정책과 개념정립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인천시가 세우는 공공도서관 건립계획과는 무관하다. 민간의 작은 도서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게 도서관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아이들이 걸어서, 자전거를 타고 올 수 있는 거리에 작은 도서관이 만들어져 쉽게 책을 만날 수 있고, 함께 꿈을 키워나가는 것이 바람입니다." 어린이도서관협의회 박소희 회장의 말이다.

우리나라 '도서관법'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지식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서관 발전을 지원해야 하며 이에 필요한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도 인천시는 공공도서관 정책을 갖고 지역의 공공도서관은 대표도서관과 지역별 거점도서관, 분관, 그리고 서비스포인트로서의 작은도서관 시스템을 갖추어 도서관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데 대한 정책적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작은 도서관이란 주민의 생활공간 가까운 곳에 있어 누구나 지식정보와 생활문화서비스 혜택을 손쉽게 받을 수 있는 소규모 도서관이다. 책을 읽고 빌려가는 공간만이 아니라,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창발성으로 운영되는 공동체 문화복합 평생학습공간이다.

민간의 작은 도서관은 그렇게 지역 공동체의 중요한 공간으로 주민들 스스로 모임을 통해서 직접 운영주체로 참여하여 민주주의 실천공간으로, 다양한 지역 문화활동의 장으로 그 역할을 확대하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이는 지역의 사회적 자원으로 그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공동체를 결속하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도서관을 매개로 지역공동체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지역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 서구 가좌동의 마을ⓝ사람이 바로 그러한 곳이다.

마을ⓝ사람은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주민자치위원을 중심으로 민과 관이 파트너십을 통해 주민자치센터 내 어린이도서관을 건립하였다.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방식으로 도서관 이용 접근성이 어려운 계층에게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학교와 연계하여 '나를 찾아가는 여행'으로 동네 아이들과의 공동체적 삶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가좌동 주민들은 이후 공동으로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중, 성장한 아이들이 청소년기를 이어갈 공동체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다가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던 몇몇 지역주민들이 논의 끝에 지역사회 제안으로 '청소년인문학도서관'을 건립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왜 인문학도서관인가"라는 질문에 건립추진위원인 이혜경 선생은 "청소년들에게 인문학적 삶을 살 수 있는 텃밭을 마련해주기 위하여"라는 간단명료한 대답을 해주었다. 청소년들에게 삶의 줄기가 인문학이었으면 한다는, 삶의 과정으로서 자리를 잡기를 바란다는 이야기와 함께. 가칭 '느루'라는 명칭을 붙인 것은 천천히 가자는 의미라고 이혜경 선생은 말한다.

마땅히 도서관 운영에 대한 고민은 재원 마련이다. 후원금과 기부가 주된 재원으로 떠오를 것이어서, 가좌동 도서관건립추진위는 장기적인 운영계획의 필요성을 갖고 다각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이렇게 지역주민들이 도서관 건립의 필요성을 발견하고 스스로 '도서관건립운동'을 벌이는 과정을 보면서, 이는 지자체 수준에서 배려하고 건립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도서관의 수요와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적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는 현실의 반영이다. 

사회적으로 당연히 갖춰야 할 환경을 지역주민들이 노력과 참여를 통해 스스로 일궈나가는 일은 참으로 대단하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의무'를 과연 아름다운 의미로만 여겨야 할 일인지에 대해선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민·관 협력 도서관 건립 사례를 들면, 공간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부지부터 건축비용, 운영비 조달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헌신적인 활동에 박수만 칠 일이 아니다. 관이 함께 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을 통해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도서관건립운동에 힘을 보태는 게 당연하다.

늘어나는 공공도서관, 그 역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려면…

공공도서관 건립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도서관 서비스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갈증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도서관 역할에 대한 요구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인천시는 여기에 부응할 수 있는 민간 도서관 건립 이유를 살펴보고 도서관 정책에 행정적·제도적 지원을 하는 일을 생각해봐야 한다.

서구 가좌동 주민들이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도서관 '느루' 건립운동을 펴는 과정을 보면, 도서관 건립에 대한 요구는 이제 자료 및 정보서비스라는 도서관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주민 삶의 질이 도서관을 매개로 공유되기를 바라는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은 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높아진 반면, 아직까지 그 개념은 모호한 채 수많은 요구가 혼재되어 있는 상태이다. 특히 지자체에선 민간의 작은 도서관을 현실적인 정책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는다. 그래서 먼저 그 범주와 기준에 대해 뚜렷한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접근성과 편의성을 갖춘 '생활밀착형' 독서환경에서 지식정보 서비스를 제공받고자 하는 요구가 확대되고 있는 게 요즘 현실이다. 단지 도서관 규모가 작아지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 서비스를 어디서나 누구나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요구, 다시 말해 공공도서관이 생활 속으로 더 가까이 들어올 수 있도록 원하는 것이다.

이제 도서관서비스는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한다. 주민들은 접근성과 참여를 담보하는 서비스로 도서관이 정보와 사람이 만나고 소통하는 공동체의 장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민간에서 만들고 꾸려온 작은 도서관들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이 달라져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 결과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작은 도서관 논의를 불러일으키는 데 큰 몫을 해온 민간의 역량을 어떻게 결집하는가도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꾸준히 높이고 다양한 자원이 도서관문화 발전에 모아지기 위해서도 민·관 협력 방안을 찾아가는 일은 중요하다.

변화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공공도서관도 갈수록 크고 작은 서비스 포인트를 늘려가야 한다는 요구를 맞고 있다. 공공도서관이 동일행정구역 내에서 대형도서관 몇 개로 각기 독자적인 운영을 하는 것보다 다수의 분관체제로 시스템화하여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일과 공공도서관이 분관 형태의 서비스 포인트를 늘려가는 일이 따로 진행되는 것은 자원 배분 면에서도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지역의 공공도서관들이 현실적으로 분관체제를 만들어갈 의지와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작은 도서관, '한국적도서관운동'을 반영할 이념으로 설정해야

도서관 서비스가 좀 더 이용자 요구에 가까워지고 지역 커뮤니티를 발전시키도록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성공적으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자율적인 의지로 이루어진 민간 도서관운동의 역동성과 효율성을 어떻게 담보해낼 것인가도 큰 과제다.

작은 도서관의 경우 면적, 인력, 자료 등의 수준으로 설정되는 개념은 아니다. 그보다는 민간주도로 공공도서관 서비스의 여백을 메워오며 주민들의 자발적 봉사와 헌신으로 형성된 '운동'이다. 따라서 공공도서관 분관체제로 연계하여 지역사회 풀뿌리 문화운동을 고양하는 '한국적도서관운동'을 반영하는 이념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민간의 작은 도서관들이 정책적인 지원과 협력 대상으로 되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많은 과제가 있다.

민간의 문고를 공공과 연계하는 작은 도서관으로 지원·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평가지표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지역마다 협력과 지원, 또는 역할 분담 등 다양한 수준으로 연계할 기준을 만들고 단계적으로 그 수준을 높여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도출되어야 한다. 최소한 도서관 기능을 할 수 있는 서비스 포인트로 기준이 마련된다고 할 때, 그 수위가 어떻든 당장 기준을 충족시키는 문고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궁극적으로 분관화를 목표로 협력체계를 만들어간다고 할 때, 그 과정에서는 다양한 지원·협력의 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민간의 작은 도서관 기능과 역할을 기존 공공도서관의 존립 이유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인천시 공공도서관 정책의 부재는 이런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공공도서관 개념과 역할에 대한 정확한 접근을 통해 인천시민을 위한 도서관 정책이 바로 서야 한다.

작은 도서관이 그동안 축적한 민간의 훌륭한 사회적 자원이 잘 활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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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이 2010-12-13 11:53:43
얼핏 보기에는 옳은 말씀 같지만 민관 협력이란 실상 관에 민의 역량이 흡수되는 양상으로 귀결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 과정에서 사실상 이익을 누리는 집단은 따로 있기 마련이고. 설득력 있는 민관협력의 내용은 언제쯤이나 볼 수 있을라나. 늘 같은 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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