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하지 못하면 무지한 것"
상태바
"발견하지 못하면 무지한 것"
  • 김현
  • 승인 2019.06.04 0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5) 깨달음의 진정한 의미



〔인천in〕이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유당’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도전합니다. 고전을 읽고 함께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고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그 문턱을 넘습니다. ‘서유당’의 고전읽기모임인 ‘하이델베르크모임’에는 김경선(한국교육복지문화진흥재단인천지부장), 김일형(번역가), 김현(사회복지사), 최윤지(도서편집자), 서정혜(의류디자이너)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고전읽기 연재는 대화체로 서술하였는데요, ‘이스트체’ 효모의 일종으로 ‘고전을 대중에게 부풀린다’는 의미와 동시에 만나고 싶은 학자들의 이름을 따 왔습니다. 김현은 프로이드의 ‘이’, 최윤지는 마르크스의 ‘스’, 김일형은 칸트의 ‘트’, 김경선은 니체의 ‘체’, 서정혜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베’라는 별칭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여러 종류에 관해 말한다면, (1) 예술미가 적은것이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표지에 의한 발견이다. (2) 시인에 의해 조작된 발견인데 이는 비예술적이다. (3) 제3의 종류는 기억에 의한 발견인데 주인공이 어떤 것을 보자 옛일을 회상하게 되어 발견되는 경우이다. (4)제4의 종류는 추론에 의한 발견이다. (5) 상대방의 잘못된 추론에서 유래하는 복잡한 발견도 있다. (6) 그러나 모든 발견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사건 자체로부터 유래하는 발견이데 이때에는 큰 놀라움이 사건의 자연스러운 경과에 의해서 야기된다. (106쪽-107쪽)
 
 
체: 11장에서 ‘발견’이란 행운 혹은 불행에의 숙명을 가진 인물들이 무지에서 지의 상태로 이행함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다시 말하면 발견하지 못하면 무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트: 깨닫는게 발견이거든요.
 
체: 예술미가 적은 발견은 어떤 발견일까요?
 
트: '믿게끔 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표지를 사용하는 발견 및 그와 유사한 발견(즉 표지를 사용하거나 않거나 간에 고의적인 발견)은 다 예술미가 적다’라고 적혀 있는데요.
 
베: 책을 고를 때를 생각해 보면, 표지만 보고도 그 책의 내용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책들이 있잖아요. 어떤 책의 표지는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이 단순히 제목 글씨만으로 표지를 만든 경우가 있는데요, 아니면 특징있는 장면을 넣기도 하구요. 그러면 책의 흥미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것 같아요.
 
스: 저도 책을 편집하다보면 어떤 내용을 표지로 만들까 고민을 많이 해요. 여행책자의 경우 그 지역의 지도만을 넣을 것인가, 아니면 특징을 넣을것인가 하는 고민이 들어요. 의도치 않은 순간, 제가 만든 표지가 정말 멋지다고 스스로 느꼈을 때 편집자로서 희열을 느끼거든요.
 
트: 기억에 의한 발견도 그런 거 같아요. 어떤 장면을 봤을 때, ‘어, 어디서 봤던 곳인데?’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한참 동안 기억을 유추하다 보면, 그 장면이 떠오르지요. 좋은 기억으로 다시 꺼냈을 때도 있지만 기억해 낸 후에는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일들도 있잖아요. 그러면서 또 한번 내 기억을 더듬게 되고 발견하게 되는 거 같아요.
 
체: 그러면 좋은 발견은 어떤 발견일까요?
 
트: 지난번에 어떤 분이 회의에서 할 발언을 미리 발표하는 모습을 봤거든요. 법칙과 예외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요. 그 내용인 즉은, 우리의 모임이 항상 똑같은 모임이 아닌 우리 모두가 예외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냥 회의에 참석해서 동의, 제청을 반복하고 몇 몇 사람들의 의사진행 발언에만 끄덕이는 게 아닌 모두가 발견하고 일하는 공동체, 그런 예외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는데요. 그렇게 얘기하는 게 정말 쉽지 안잖아요.
 
스: 맞아요. 그 말씀을 들으니 갑자기 ‘제주도 올레정신’이 생각나네요. ‘길을 내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다’라는게 올레정신이래요. 우리는 목소리 큰 사람의 의견에 따라 간다거나, 예전의 관행대로 그렇게 일을 처리하는 걸 편하게 생각하고 좋게 생각하잖아요.
 
베: 그렇지요. ‘길을 내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다’.
 
스: 왜 그런 얘기나 나왔냐면 사람들이 올레길의 아름다운 풍경만 찾지 말고 진짜 사람, 사람이 다니는 골목,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소한 모습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것, 일상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체: 맞아요. 제가 요즘 읽는 책에서도 정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정치를 하라는 거예요. 실제로 체험하고 반영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그걸 외치는 사람도 없고, 발견하지도 않고, 발견해 주는 사람도 없구요.
 
스: 그러니 그게 ‘무지’아닐까요? 사람들이 발견한다고 하지만 진정한 발견을 하고 있지는 안잖아요.
 
트: 그렇지요. 그래서 진정한 깨달음이 없이는 발견할 수 없다고 하는 거 같아요.
 
베: 권투선수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이 하는 말이 맞기 전에는 알지 못한다는 거예요. 일이 어떻게 진행될까 알 수 없다는 거죠. 맞고 낫을 때 비로서 ‘아, 내가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을 이길것인가?’ 하고 깨닫게 된다는 거예요. 깨닫는 그 순간.

 

"Everyone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쳐 맞기 전까지는)"


트: 깨닫는 그 순간, 그 포인트가 필요한 거네요. 책을 통해 깨닫든지, 누군가의 말을 통해 깨닫든지, 그런 과정이 있어야 발견할 수 있는 건데 그 게 없다는 거지요. 일에 묻혀서 하루하루가 빠듯하다보니 그럴 여유조차 없는거지요. 그러니 당연히 무지해 질 수 밖에 없는 거구요.

스: 각주에 보면 <오디세이아>에서 ‘유모에 의한 발견’이라고 적혀 있는 부분이 있는데요. 오디세우스가 오랫동안 유랑 후 초라한 모습으로 변장하고 귀환하여 자신의 집에서 환대를 받는 장면인데요. 바로 발을 씻어주는 장면입니다. 그의 발을 주인집 사람 유모가 씻어 줄때 변장을 했지만 그의 발에 있는 흉터를 보고 유모가 그인줄 알아차리게 되지요.




Odyssey, "Eurykleia washing Odysseus' feet, Attic red figure cup(side A), c. 440 BCE.
오디세우스의 발을 씻기는 유모.
 

베: 그런 경우는 경험을 공유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거잖아요. 누군가가 내 발을 씻겨 주는 경험은 쉽지 않잖아요.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발견인 거지요.

체: 우리는 교회에서 발을 씻겨주기도 하고 손을 씻겨주는 행사를 할 때가 있는데요. 예수님이 돌아가시기 전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데서 유래했어요. 사실, 발을 내미는 사람도 되게 불편하고 발을 씻어주는 사람도 불편하지요.

 

베드로의 발을 씻기시는 예수님, 그림 : Ford Madox Brown포드마독스 브라운 (16 April 1821 – 6 October 1893)


트: 신체부위 중 가장 고생을 많이 하는 부위가 발인데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도 대접은 제대로 못 받는거 같아요.
 
체: 맞아요. 그래서 예수님도 제자들의 발을 닦아 주시면서 서로를 발견하는 그런 시간을 만드신게 아닐까요? 서로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발을 씻겨주고 나면 서로가 되게 고마운 느낌을 받게 되거든요. 서로가 용기를 낸 거지요. 대접받는 느낌, 누군가를 위해 헌신한 느낌. 이런게 서로에 대한 발견 아닐까요?
 
이: 남편이 있어 좋은 점 중 하나는 밤에 다리가 아플때 다리를 남편한데 올려놓고 발바닥부터 주물러 달라고 하는거죠.
 
체: 맨날 주물러 주죠. 하하하, 꽉꽉 주무르다 보면 손이 아프기도 한데요. 그래도 부부니까 감수하면서 해 주는 거지요. 사랑하니까요. 하하하.
 
트: 하하하, 다음으로 넘어가서요, 발견은 급전과 결합될 때 애련이나 공포를 일이킨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행운과 불운도 발견의 결과라고 얘기하고 있는데요. 가장 좋은 발견은 사건 자체로 부터 오는 발견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최근 알게 된 것은 몸에 생긴 점 하나도 예사롭게 보면 안되다는 거예요. 지인의 얘기인데요. 몸의 일부에 그냥 점이 생겼나보다 했는데 어느 순간 점이 점점 커졌다고 하네요. 병원에 가보니 큰 병원에 가 보라는 거예요. 큰 병원에 가보라는 소리를 들으면 의례 놀라고 걱정이 되잖아요. 그래서 조직검사도 했다고 하더라구요.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일주일이 매우 힘들었다고 해요. 다행히 아무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얘기를 들었을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답니다. 몸에 있는 점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자신의 몸에 대한 발견인거죠.
 
체: 최근에 제가 새롭게 하는 일에서 내건 슬로건이 ‘우리동네를 발견하라’하라는 거였어요. 우리동네에서 지나쳤던 것들,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들을 다시 보는 거죠. 그리고 얼마전 어떤 회의에서 누군가를 만났는데요. 사실 제가 생각하는 그분의 이미지가 개인적이고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일주일 후에 아주 크고 넓은 행사장에서 사람도 몇천명이 모인 행사에서 그분하고 눈이 마주친 거예요. 그러면서 ‘아, 저분도 어려운 공동체를 위해 일하는 분이었구나’하는 저의 고정된 생각을 벗게 되었습니다.
 
스: 요즘 저희 아들같은 경우는요, 자연 사물에 대해 무척 관심이 많아요. 어린이 집을 가다가 돌맹이 하나를 쳐다보고 이쪽저쪽 둘러보다 만져보고 한참을 그렇게 그 자리에서 즐기는것 같아요. 저는 대수롭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지요. 어떤 경우는 시간이 없어 그 돌맹이를 주머니에 집어 넣고 ‘집에 가서 다시 보자’고 설득시킨 후에 아이를 움직이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베: 아이들이 집중력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군요. 자기가 관심있는 거에는 정말 인내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능력이 어른들보다 훨씬 뛰어난 것 같아요.
 
스: 그게 아이 눈으로 보는 ‘세상의 발견’ 아닐까요?
 
트: 네 그러면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본 16장에서는 ‘발견'에 대해 매우 세세하게 정리해 놓았는데요. 우리도 발견의 종류를 세세하게 나누다 보니 시간이 흘렀습니다. 다음 17장에서 또다른 내용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리: 이
 
 
 
참고문헌:
아리스토텔레스, 손명현역(2009). 시학. 고려대학교출판부.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역(2017). 수사학/시학. 도서출판 숲.
 
Aristoteles, Manfred Fuhrmann(1982). Poetik, Griechisch/Deutsch, Philipp Recla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