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건설이라니…기가 막혀!
상태바
골프장 건설이라니…기가 막혀!
  • 김도연
  • 승인 2009.12.22 18: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너지는 지역 환경]①계양산이 신음한다


인천지역 환경이 무너지고 있다. 온통 개발의 삽날에 찍혀 만신창이가 될 위험에 놓였다. 사업자들은 경제논리에 따라 지역 환경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행정기관에선 그들 입맛에 맞춰 춤을 춘다. 여기에 개발론자들까지 편승해 온갖 '장밋빛 미래'를 내세우며 개발을 부추긴다. 하지만 환경은 당대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후대에 물려줘야 할 귀중한 '유산'이다. 그런 가치를 무시하고 지금 개발에 '좋아라' 한다면, 나중에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후대에 남을 터이다. 계양산 골프장 개발, 검단~장수 도로 건설, 굴업도 관광리조트 사업, 송도 11공구 매립, 강화 조력발전소 건설 등이 그런 예다. <인천in>이 지역 환경을 무너뜨리는 현장들을 찾아 '왜 사업을 벌이지 말아야 하는지'를 짚어 보았다.

시민들의 숨통 틔워주는 '축복의 산'    

도읍지나 각 고을에서 난리를 진압하고 나라를 지키는 역할을 하는 주산을 일컬어 '진산(鎭山'으로 부른다. 계양산(桂陽山·395m)도 그런 곳이다.

그런 산답게 동쪽으로 뻗은 작은 봉우리에는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진 '계양산성'이 위치해 있고, 반대편 징매이고개 능선을 따라서는 조선 고종 20년(1883년)에 축조된 것으로 전해지는 '중심성'이 있다. 또 고려시대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유지됐던 역참인 '금륜역' 터가 남아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고려 수주 시절에는 '수주악', 안남도호부 시절에는 '안남산'으로 불리다가 고려 고종 2년 계양도호부 시절에 처음으로 '계양산'으로 불리게 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지역 사학자들은 계양산이 계수나무와 회양목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계수나무는 산에 두루 자생하는 생강나무를 지칭하는 것으로, 산 이름은 '생강나무가 많고 햇빛을 잘 받는 곳에 위치한 산'이란 뜻이라는 얘기도 있다.

계양산의 높이는 해발 395m이다. 강화도 마니산 등 도서지역을 제외하고 인천시내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그만큼 다른 산들보다 다양하고 풍부한 식물군이 자라고 있으며, 도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 주변의 산들이 그러하듯, 계양산은 시민들에게 '축복 같은' 산이다. 삭막한 도시에 살면서 찌든 때를 털어주는, 시민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산이다. 그러니 얼마나 시민들에게 소중한지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겠다.

이런 계양산이 개발의 바람에 훼손될 위기에 처한 것은 지난 2006년 롯데건설이 계양산 북사면 80여만 평에 골프장과 근린공원 등을 건설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관리계획을 계양구에 제출하면서부터다.

 

골프장 부지와 주변지역에 어떤 것들이 있나?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 부지와 그 주변의 계양산

 

롯데건설이 지으려고 하는 골프장은 계양산 북사면 상층부의 71만7천㎡이다.

'계양산 골프장 저지 및 인천시민공원 추진 시민위원회(위원장 노현기, 이하 시민위)'에 따르면 계양산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환경 파괴 및 변화로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될 동식물들이 모두 29종에 이른다.

늦털매미, 대모잠자리, 늦반딧불이, 큰주홍부전나비, 넓적사슴벌레, 통발, 버들치, 쌀미꾸리, 한국산개구리, 도롱뇽, 줄장지뱀, 오색딱다구리, 뻐구기, 곤줄박이, 멧밭쥐 등 인천시지정 보호야생동식물 15종, 멧토끼, 고라니 등 우리나라  고유 동물 2종, 소쩍새(천연기념물 184호), 검은등뻐꾸기, 꾀꼬리, 새매(천연기념물 323호), 두꺼비(채취금지종) 등 환경부 특정종 5종, 말똥가리, 맹꽁이, 물장군, 깽깽이풀 등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 종 4종 등이 있다. 산림청 보호대상종인 삼지구엽초와 희귀종인 애반딧불이도 있으며 물박달나무 군락지도 위협을 받게 된다.

 

다양한 식물의 서식 보고

골프장 예정 부지 안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환경부멸종위기종 깽깽이풀

 

민속식물연구소 송홍선 박사가 지난 2004년 계양산의 식생환경을 조사한 결과 계양산은 다른 인천지역 식물자원보다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계양산의 식물자원은 2004년 당시 540분류군이었고 이후 추가로 발견된 종을 포함해 현재는 약 560분류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관종, 당귀개, 이삭귀개, 통발, 애기골무꽃, 삼지구엽초, 두루미천남성, 버들잎엉겅퀴 등의 희귀식물과 깨묵, 개쓴풀, 숫잔대, 방울새란, 흰개수염, 까랑골 등의 수습식물이 다양하게 발견됐다.

특히 통발과의 통발, 아삭귀개, 땅귀개 등의 3종류는 희귀 식충식물로 우리나라 전체에 분포된 식충식물이 모두 10종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30%의 종이 계양산에서 자라고 있는 셈이다.

송홍선 박사는 도심지역에서 희귀한 식충식물이 발견된 것은 분포생태학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주장한다.

또 계양산에는 일정기간 물이 흘러 축축한 상태를 유지하는 곳이 있고, 군부대 옆 등산로 초입에는 약 150㎡ 규모의 물웅덩이가 있다. 산 중턱에는 물기가 있는 작은 습지가 조성돼 있어 계양산 전체에만 수생식물 18분류군, 습생식물 51분류군 등 모두 69분류군의 수습생식물들이 풍부하게 자란다.

이 같은 수치는 다른 산의 식물자원조사에서 나타나는 비율보다 높은 것이어서 이례적이다.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인 부지 안에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의 깽깽이풀이 자라고 있다고 한다. 깽깽이풀은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본식물로 흔히 황련으로 불린다. 여러 개의 원심형 잎에 4~5월 홍자색의 꽃이 핀다.

 

물장군과 맹꽁이의 터전

환경부 멸종위기종 맹꽁이

 

다양한 식물 자원만큼이나 희귀 곤충과 동물들도 많은 곳이 계양산이다.

지난 2007년 늦은 봄, 시민위는 계양산에서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맹꽁이와 물장군을 발견했다. 활동 반경이 1km에 이르는 맹꽁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땅 속에서 생활하며, 야간에 땅 위로 올라와 포식활동을 하고 6월경 우기에 물웅덩이 등에 모여 산란한다. 산란은 수컷이 울음소리로 암컷을 유인해 이뤄지는데 이러한 습성으로 산란시기 외에는 좀처럼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노린재류 가운데 가장 큰 물장군은 늪이나 연못 또는 하천의 고인 물에서 작은 물고기나 올챙이 등을 잡아먹으며 산다. 전국적으로 수질 오염이 악화하며 그 수가 뚜렷하게 줄고 있는 곤충이다.

시민위는 또 그 해 여름 골프장 예정 부지인 다남동, 목상동 일대, 군부대 옆 등지에서 늦반딧불이를 발견했다. 인천시지정 보호야생동물인 늦반딧불이는 주로 산기슭의 깨끗한 개울가 또는 잡목림이 우거지고 그늘진 풀숲, 또는 논 등에서 관찰된다. 성충은 8월 중순부터 가을까지 볼 수 있고, 유충은 주로 습기가 많은 계곡에서 발견된다. 우리나라에 사는 반딧불이류 가운데 가장 큰 종으로, 수서환경이 나빠지면서 최근에는 그 수가 점차 감소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교적 물이 차고 깨끗하고 맑은 물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시지정 보호동물 도롱뇽도 발견됐다. 도롱뇽은 낙엽속이나 땅속에 살고 밤에 나와서는 곤충이나 지렁이 등을 잡아먹으며 생활한다.

이밖에도 다양한 종의 곤충과 동물들이 계양산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동식물들의 상당수는 계양산 정상에서 골프장 예정 부지를 가로질러 흐르는 3개의 큰 물길 주변에 서식한다.

 

모든 것이 다 사라질 수 있다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계양산


골프장이 들어서면 이러한 물길이 바뀔 수 있어 지금의 동식물 서식 환경은 파괴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농약이나 제초제 등의 유독물질이 지하수나 토양에 흡수될 경우 물가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이 파괴될 가능성이 높다.

골프장을 조성하려면 1m 이상의 표토층을 파헤쳐야 하고, 잡초 등을 없애며 양잔디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제초제 등을 사용해야 해 자연 생태 그대로의 환경은 기대할 수 없다.

계양산은 녹지자연도가 6~9등급에 해당하는 지역의 분포가 높다. 녹지자연도는 식물사회학적으로 식별된 군락에 대해 인간의 간섭 정도를 녹지성과 자연성을 고려, 11개 등급으로 나누어 군락의 중요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1등급은 녹지식생이 거의 없는 시가지와 같은 지역을 말하고 2등급은 논, 밭 등 경작지를 나타낸다. 상대적으로 8등급, 9등급은 원시성을 지닌 자연림에 가까운 지역이다.

계양산은 또 산·하천·습지·호소·농지·도시·해양 등에 대해 자연환경을 생태적 가치, 자연성, 경관적 가치 등에 따라 등급화해 조성된 생태자연도도 높다. 4등급으로 분류되는 생태자연도는 1등급이 가치가 높은 곳이고 4등급이 낮은 지역이다.

시민위에 따르면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인 부지 안에 생태자연도 2등급 지역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 하나가 들어서 식생환경이 변하게 되고, 곤충들의 서식 환경도 바뀌며, 양서류 등의 서식환경도 사라질 수 있다. 결국에는 지금의 높은 녹지자연도와 생태자연도도 함께 악화하는 것이다.

'계양산의 파괴'를 막으려고 애를 쓰는 시민위 노현기 위원장은 지금의 위기에 대해 "골프장을 보통 30년 정도 운영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30년이 지나면 지금의 계양산 모습을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자연은 있을 때 지켜야 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