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쪼잔한 남동구청장과 남동구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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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쪼잔한 남동구청장과 남동구의원들
  • 송정로기자
  • 승인 2019.07.23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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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4억원이 부담돼 '남동e음' 발행을 전면 보류했다고?


<인천e음 카드>


요즘 인천 세간의 화제는 단연 ‘인천e음’ 카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서로e음’, ‘연수e음’, ‘미추홀e음’ 카드다. 사용액의 6%를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인천시 지역화폐 ‘인천e음’의 바람은 서구, 연수구, 미추홀구의 지역화폐가 발행되면서 한풀 꺽였다. 3개 구 지역화폐는 사용액의 8~10%를 캐시백으로 돌려주니 시민들의 관심이 구 화폐로 옮겨간 건 당연한 이치다.
 
3개 구의 지역화폐 바람은 뜨겁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다. 가장 먼저 발행된 서구의 ‘서로e음’은 70일 만에 20만3,000장이 발급돼 가구 당 0.95장이 보급됐다. 사용액이 1,000억원을 넘어서 사용 주민들에게 100억원의 캐시백이 돌아갔다. 연수구의 ‘연수e음’은 발행 5일 만에 6만5,000장이 발급되고 사용액이 70억원을 넘어 ‘서로e음’의 기록을 가볍게 넘어설 기세다.
 
카드를 발급받은 사람과 사용액이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쯤 되면 한마디로 대박이다. 인천시와 구 공무원들이 놀라고, 전국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인천 지역화폐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인천에 오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인천e음 플랫홈 운영사인 코나아이의 주가가 2배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그동안 전국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지역화폐가 발행됐지만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그만큼 지역화폐의 성공이 어렵다는 얘기다. 서울시가 야침차게 발행한 ‘제로페이’도 이런저런 장애에 부딪쳐 성공은 요원해 보인다. 지난해 12월 발행을 시작한 ‘제로페이’의 올 1분기 3개월 간 결제금액은 13억6,000만원이다. ‘서로e음’ 발행 70일 간 결제금액이 1,000억원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인천 지역화폐의 성공요인으로는 파격적인 캐시백 혜택이 꼽힌다. 사용 즉시 사용액의 8~10%가 캐시백으로 돌아온다는 사용자들의 경험담이 꼬리를 물고 퍼져 나가 순식간에 바람을 일으켰다. 그동안 발행된 전국의 지역화폐는 지역 중소상인의 카드수수료 부담 경감 등의 명분 만을 내세워 실사용자인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했다. 인천시와 3개 구는 파격적인 캐시백 혜택으로 단번에 지역화폐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연수e음 카드>

 
지역화폐가 대박을 쳐 인천시와 3개 구가 오히려 고민에 빠졌다. 8~10%의 캐시백은 정부가 4%, 시가 2%, 구가 2~4%를 각각 예산으로 부담하는 구조다. 사용액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으면 추가예산이 소요된다. 서구는 추경으로 캐시백 지원예산을 더 확보하고도 예산 부족을 우려해 고액 사용자에 대한 캐시백 혜택을 축소했다. 연수구도 부랴부랴 추가예산 확보에 나섰다. 예상을 뛰어넘은 성공에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이다.
 
시민들은 인천시가 뜻밖의 ‘사고’를 친 덕분에 요즘 즐겁다. 그동안 각종 비리와 사건·사고 등 안좋은 사고에만 익숙했던 시민들로서는 의외의 일이기도 하다. 지역화폐를 사용한 후 되돌려받는 캐시백의 혜택도 쏠쏠하지만, 외지에 있는 가족이나 친지들로 부터 인천 지역화폐 얘기를 듣기라도 하면 여간 뿌듯한 게 아니다.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는 3개 구의 예산부담이 커지면서 이를 우려하는 언론 보도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의 예산부담이 과도하다는 것과 2개월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발행을 추진했냐는 것이 지적의 골자다. 물론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제도라도 시행착오는 있기 마련이다. 시행착오라도 너무 잘돼서 빚어진 일이다. 잘못되고 개선할 부분이 있으면 고쳐나가면 된다.
 
서구의 캐시백 축소도 고액 사용자들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문제를 개선한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물론 2개월 만에 캐시백 혜택이 축소됐으니 사용자들은 서운한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예산부담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면 캐시백 혜택이 10%에서 1~2% 주는 것을 기꺼히 이해하리라 본다.
 
인천시는 올 인천지역의 지역화폐 사용액이 1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인천시가 부담해야 하는 캐시백 지원예산은 320억원이다. 물론 큰 금액이다. 그렇다고 인천시가 감당할 수 없는 규모는 아니다. 고치고 고쳐서 10년 만에 개통되는 월미바다열차에 그동안 1,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가고, 붉은 수돗물 사태로 최소 수백억원의 예산손실을 입게된 것을 굳이 꼬집지 않더라도 인천시 예산규모라면 320억원은 능히 감당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미추홀e음 카드>

 
더구나 시민들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가고 역내 소비를 촉진해 자영업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320억원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정부 예산 640억원까지 보너스로 얹혀진다. 320억원이면 큰 건물 하나 짓는데 들어가는 돈이다. 지역화폐 말고 320억원으로 300만 시민 모두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또 있을까?
 
구 소요예산은 구 별로 다르지만 모두 합해 320~5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구 별로 나눠서 따져보면 감당 가능한 구가 많으리라 생각되지만 감당이 어려운 경우 형편에 맞게 캐시백 비율을 조정하면 될 일이다.
 
오히려 ‘남동e음’ 발행을 전면 보류한 남동구를 이해하기 어렵다. 남동구는 ‘남동e음’ 발행을 위해 지원예산 4억원을 추경에 편성했다가 구의회의 부결로 발행계획을 아예 전면 보류했다. 구의원들은 예산 부담이 크고, 지역화폐의 캐시백 혜택이 현금 유동성이 많은 사람들에게 집중되는 문제가 있어 지원예산을 부결시켰다고 밝혔다.
 
캐시백 혜택의 편중성 문제라면 서구 같이 개선안을 마련하면 될 일이다. 지원예산 4억원이 남동구가 감당하기 버거운 규모라면 구민들이 웃을 일이다. ‘남동e음’ 지원에 구 예산 4억원이 들어가면 남동구 주민들에게는 4억원의 4배인 16억원이 캐시백으로 돌아온다. 서구, 연수구, 미추홀구에 이어 계양구와 부평구가 하반기에 지역화폐 발행을 준비하는 것도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이같은 혜택 때문이다.
 
계양구의 한 관계자는 인접해 있는 서구가 지역화폐를 발행한 후 계양구도 하루 속히 지역화폐를 발행하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남동구 주민들의 목소리가 다를 리 없다. 예산 부담이 버겁고, 형평성 문제도 있어 ‘남동e음’ 발행을 전면 보류했다는 남동구청장과 구의원들의 말을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남동구청장과 남동구의원들은 참 쪼잔하다. 기자가 하는 말이 아나라 남동구 주민들이 하는 말이다. 구 화폐를 사용하고 있는 다른 구 주민들의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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