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송림동 달동네서 시작한 빈민 선교
상태바
85년, 송림동 달동네서 시작한 빈민 선교
  • 윤성문 기자
  • 승인 2019.07.26 12: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 민주화운동가 토크쇼] ⑤박종렬 송림사랑방교회 목사





“사실, 제 아버님은 제게도 전설적인 분이셨어요. 지금까지도 아버님을 아버지나 아빠로 부른 적이 없을 정도였죠. 따로 존경할만한 분이 필요하지 않았어요. 바로 옆에 아버님이 계셨기 때문이죠.”

인천민주화운동센터와 인천바보주막협동조합, (사)인천민주화운동계상사업회가 주관하는 인천민주화운동가 토크쇼 ‘내가 살아온 이야기’ 다섯 번째 자리가 25일 부평구 십정동 인천시농협기술센터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이야기 손님으로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송림사랑방교회를 통해 오랫동안 빈민운동을 펼쳐왔던 박종렬 목사가 초대됐다. 진행과 사회는 이우재 온고재 대표(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부이사장)와 강병수 전 인천시의원이 맡았다.

최근 일을 그만두고 나니 얼굴이 더 좋아졌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는 박종렬 목사 말대로 얼굴은 더 맑았고, 만면에 웃음을 놓지 않았다. 토크쇼는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거목이자 아버지인 박형규 목사 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박종렬 목사는 4·19를 겪으면서 이 시대의 아픔을 끌어안았던 아버지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서울대에 들어가 고고인류학을 전공하면서 1969년 박정희 3선개헌 시도 반대 투쟁을 벌였고, KSCF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초대 학생회장에 당선되어 보수적인 기독학생들을 이 사회 현실에 눈뜨게 했다. 또한 1977년 4월 긴급조치 9호 위반 민주구국헌장 소지 전달 혐의로 구속되고, 1979년 11월 YWCA 위장결혼식 사건으로 연행되어 심한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목회를 결심한 박종렬은 국내에서는 사회적 여건으로 공부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82년 1월부터 84년 7월 까지 미국 버클러 태평양신학대학에서 신학 공부를 했다. 태평양종교학교는 타종교를 포용하는 초교파 신학교였다. 2년 반 만에 돌아온 박종렬 목사는 85년 12월 빈민 선교를 하려고 인천의 송림 6동 달동네에 집을 얻어 사랑방교회를 세웠다.

탁아소를 운영하고, 의사들의 도움을 받아 일요진료를 펼치기도 했다. 가난한 주민들이 스스로 협력하여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자립과 자조의 조직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생산자협동조합 운동을 지역에 펼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주민들 속으로 들어가 펼쳤다.

당시 사랑방교회는 빈민운동 뿐만 아니라 노동운동을 하려던 사람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노동운동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기독교민중교육연구소를 설립하여 운영했고 인천민중교회연합, 기독교빈민선교협의회, 기독교사회선교 운동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마음고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운동권의 노선 싸움으로 인천산업선교회하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사람을 위해서 빈민 선교하는 거지, 이념을 하는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념에 따라 노동운동이든 빈민운동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예요. 밖에서 볼 때는 어떨지 모르지만 저의 지금까지의 모든 활동은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며 살아온 신앙적인 삶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요.”

지금도 잊지 못하는 일로 송림6동 재개발 비대위 대표를 맡아 주민들의 이익을 위해 건설사와 조합 등을 상대로 싸워 조합원의 이익을 챙긴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반대편에 있던 사람들조차 품어낼 수 있었다.

학생운동에 입문해서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기독교사회운동, 빈민운동, 생명평화운동 등 한국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위한 노력에 50년이 넘도록 일해오고 있는 박종렬 목사는 지금도 남북평화재단 경인본부 공동대표와 인천주거복지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고, 부평구에서 갈등조정위원회 위원장 일도 하고 있다. 박 목사는 시민운동을 하는 후배들에게 마지막 당부도 잊지 않았다.

“우리의 운동이 자기중심적인 논리, 이념중심적인 논리에 흘러 고립적으로 흐르지 않았나 반성해봐야 합니다. 시민운동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민주화를 이룰 수 있는 것도 시민이기 때문에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고 바라봐야 합니다. 정치적인 이념을 앞세우기보다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시키기 위해 해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시민 모두가 정의롭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도록 해야 합니다.”

매회 선배운동가의 삶을 새롭게 조명해보는 <내가 살아 온 이야기> 5번째 순서는 박종렬 목사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6회 이야기는 오는 8월 29일 황영환 노동운동가를 초청해 진행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