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措辭)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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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措辭)에 관하여
  • 김현
  • 승인 2019.07.3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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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문법과 시간



〔인천in〕이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유당’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도전합니다. 고전을 읽고 함께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고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그 문턱을 넘습니다.
‘서유당’의 고전읽기모임인 ‘하이델베르크모임’에는 김경선(한국교육복지문화진흥재단인천지부장), 김일형(번역가), 김현(사회복지사), 최윤지(도서편집자), 서정혜(의류디자이너)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고전읽기 연재는 대화체로 서술하였는데요, ‘이스트체’ 효모의 일종으로 ‘고전을 대중에게 부풀린다’는 의미와 동시에 만나고 싶은 학자들의 이름을 따 왔습니다. 김현은 프로이드의 ‘이’, 최윤지는 마르크스의 ‘스’, 김일형은 칸트의 ‘트’, 김경선은 니체의 ‘체’라는 별칭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시학 20장
 
“ 조사는 전체적으로 볼 때 다음과 같은 여러 부분으로부터 구성된다. 자모, 음절, 접속적 소사, 분절적 소사, 명사, 동사, 어미변화, 문(文)이 그것이다.” 131쪽

 
체: 조사라는 말이 잘 와 닿지 않은데요. 조사는 어조나 문장술, 웅변술 같은 것을 말하는 것 같아요.
 
스: 조사를 구성하는 부분이 어미변화, 동사, 소사, 문 등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그러한 것들의 배열을 뜻하는 것 같기도 해요.
 
트: 이 부분이 단순히 문법적인 부분인 것 같은데 우리 국어문법처럼 들어가면 갈수록 복잡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베: 자모는 불가분의 음인데 유의미한 음이 그로부터 구성될 수 있어야 하며 불가분의 음은 다시 유성음과 무성음, 반유성음으로 구분된다고 하면서 점점 복잡해지고 있어요.
 
체: 앞장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작시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설명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어쩌면 학문의 형식을 보여주는 사례라서 그런 것 같아요. 우리 말도 학문적으로 접근하면 그 부분과 요소들의 관계와 용례들이 우리도 버겁게 느껴지거든요.
 
스: 공무원 시험에서 국어문법 파트에서 2~3문제 나오는데 그것을 맞추기 위해 어마한 양의 문법을 공부하는 것을 봤는데 문법의 세계는 우주의 세계처럼 무한해 보였어요.
 
트: 말과 언어에 관한 음성학, 음운학, 언어학 등 학문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문법문제 뿐만 아니라 언어란 무엇인지 좀 더 근본적인 물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체: 작시술에 관한 문법이라는 것도 하나의 질서, 구조, 이성, 규칙이 있다는 전제 하에서 논의되는 과정이라고 본다면 언어라는 것도 무엇인가를 담아내는 내적 규칙이 있어야만 개념이나 의미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인데 지금은 그 언어 자체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하는 시대라고들 분석학자들은 말하고 있는데요. 그 동안 언어로 쌓아올린 학문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죠.

 

출처: wikipedia “언어에는 차이만 존재한다”라고 말한 언어학의 창시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11.26-1913.2.22)


베: 여기서도 접속적 소사를 의미 없는 음으로서 한 개의 의미 있는 음이 몇 개의 음으로부터 합성될 수 있을 때 그 결합을 방해하지도 돕지도 않고 그리고 이와 같이 하여 형성된 문장이 독립하여 있을 때 그 첫머리에 놓음이 적당치 않는 것과 의미를 가지고 있는 몇 개의 음으로부터 하나의 의미 있는 음을 조성할 수 있는 의미 없는 음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언어로된 설명이 언어 밖으로 나간 느낌이 드네요.
 
스: ‘시학’의 책제목도 원래는 ‘만드는 것에 관하여’ 인데 번역과정에서 시학이라고 하는 것을 봐도 언어는 다양한 변수와 변화, 문맥 등의 요인 때문에 불완전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언어라는 틀 속에 우리가 갖혀 있어서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체: 명사와 동사에 관한 설명도 재미있어요. 명사는 시간의 관념을 포함하지 않는 의미 있는 합성음으로서 그 어떠한 부분도 단독적으로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고 동사는 시간의 관념을 포함하는 의미 있는 합성음으로서 명사의 경우와 같이 그 여러 부분은 어느 것도 단독으로는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어요.
 
스: 시간이라는 관념을 통해 명사와 동사를 설명하고 있는데 그 설명이 맞는 것인지는 의문이 드네요. 시간이라는 관념도 지금은 절대적 시간과 상대적 시간으로 물리학적으로 구분하며 인문학적으로는 크로노스의 시간과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구분하면서 고정불변의 시간은 이제는 불확실한 근거로 여겨지는 시대여서 말입니다.
 
트: 달리의 그림처럼 시간이 엿가락처럼 길게 느껴질 때도 있고 순식간에 사라질 때도 있는데 그것이 심리적 차이라고만 여겼던 것인데 아인슈타인이라는 천재로 인해서 이론적으로 규명된 점도 참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우나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이 재밌지 않나요.

 

출처: wikipedia, 첫 폭발 순간의 부드러운 시계(1954)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omingo Felipe Jacinto Dalí i Domènech, 1904.5.11-1989.1.23)
 

베: 시간은 묘한 대상인 것 같아요. 인간이 어찌 할 수 없는 영역같은 느낌이 들어요. 심리적으로, 인식론적으로만 접근 할 수 있는 대상이지 물리적으로는 인간의 늙음을 통해서나 확인되는 정말 묘한 대상인 것 같아요.
 
체: 작시술의 규칙들과 그 규칙을 이루는 요소들 속에 시간이라는 묘한 대상이 들어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 인간이라는 정말 끊임없이 사유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리스토텔레스는 <토피카>에서 인간을 ‘이성에 복종하는 동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이 정의가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다음에 또 다른 인간의 사유의 결과물들을 기대하며 여기서 마칩니다.

 
정리: 이
 
참고문헌:
아리스토텔레스, 손명현역(2009), 시학, 고려대학교출판부.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역(2017), 수사학/시학, 도서출판 숲.
Aristoteles, Manfred Fuhrmann(1982), Poetik, Griechisch/Deutsch, Philipp Recl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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