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푼 가슴으로 오른 송도의 하늘
상태바
부푼 가슴으로 오른 송도의 하늘
  • 김성환
  • 승인 2019.08.19 06:3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피소드① 끝이 보이지 않는 미래



[인천in]이 송도의 매립에서부터 국제도시로 발돋움하기 까지의 변모를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의 글과 사진으로 연재합니다. 김성환 작가는 1998년 인천 사진가 최초로 초경량항공기를 타고 송도 매립현장을 촬영했으며 그 후로도 쉼 없이 대한민국 경제자유구역 1호 송도국제도시의 탄생을 카메라로 기록해왔습니다. 이제 그 송도국제도시 탄생과 변화의 과정들을 실감나는 에피소드와 생생한 사진기록으로 조망합니다.

 
 
송도 매립현장  ⓒ김성환, 1998년

 

칼럼을 시작하며 -


21년 전인 1998년, 초경량항공기를 타고 하늘에서 송도 매립현장을 촬영했다. 공식적으로 매체에 송도를 소개하는 첫 촬영이었다. 매립이 진행된 땅의 가장자리에는 가상의 조감도 하나만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매립을 위해 부단히 드나드는 대형 트럭과, 포크레인의 움직임은 결코 끝나지 않을 무의미한 작업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였다.
 
가상이지만 인천시민들은 그 조감도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도시가 송도에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원했다. 항구도시지만 해안철책과 가스인수기지, 수도권쓰레기매립지 등 ‘위험하고 닫혀있는’ 부정적 도시 이미지를 떨치고 일어설 수 있는 벅찬 희망이 송도인 듯 보였을 때였다.
 
긴 시간을 보내고 이제 돌이켜 보니 송도와 나는 어느덧 닮아있었다. 꿈이 현실이 되는 글로벌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닮았고, 송도의 긍정적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해서 알려야 하는 부담감이 닮았다. 그 부담감은 늘 강박관념처럼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마음을 잠시라도 평안하게 하는 방법은 쉼없이 움직이며 변화는 송도를 담아내는 방법 뿐이었다.
 
밤낮없이 촬영에 몰두했다. 그렇게 송도를 담아온 지 20년이 넘었다. 송도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대표 국제도시이자 동북아의 관문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 만큼 나의 자부심 또한 크다. 이번 연재는 인천의 자화상이자 나의 자화상인 송도의 기록사진을 스토리를 담은 리얼포토 형식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나로서는 미디어 영역에 최초로 연재를 하는 것이라 걱정이 되지만, [인천in] 독자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송도의 숨겨진 이미지와 변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를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설렘이 앞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송도정보화신도시 조감도 ⓒ김성환, 1998년
  

 에피소드 끝이 보이지 않는 미래
 
1998년 새해가 다가오고 있었다. 신년을 맞아 인천의 미래비전을 시각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사진가로서는 새로운 이미지에 목말라 하는 시즌이다. 당시 송도는 갯벌을 가로지르는 물막이 공사가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물을 막은 둑은 하나 둘씩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때였다. 그런 장면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촬영이 절실했다. 다행히도 옛 송도에는 초경량항공기 비행장이 마니아 층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비행장을 홍보하기 위한 취재를 진행하는 김에 항공기에 동승해 하늘에서 송도를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허락을 구했다.
 
흥분과 기대감에 탑승한 항공기는 말 그대로 초경량이라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벨트 외에는 촬영자를 배려하는 그 어떤 장치도 없었다. 한겨울의 추위는 매섭게 살을 파고들었다. 두터운 점퍼에 헬멧까지 쓰고 카메라를 두 대나 목에 걸었으니 자세는 불편을 넘어 불안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송도를 하늘에서 담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그런 것은 하나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매립 전 송도 아암도 ⓒ김성환, 1998년
 
 
기대감도 잠시, 하늘에서 내려다본 송도 매립현장의 트럭과 포크레인의 움직임은 마치 굼벵이들의 행렬처럼 더디고 느리게만 보였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그들에게서는 그 어떤 역동성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곳에 도대체 뭔 도시가 만들어 진다는 거지? 가당키나 한 얘긴가?”

매립작업은 무모하게만 보였다. 작업의 끝이 어디인지 앞을 볼 수 없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그런 시기였다. 어떻게든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나의 움직임에 항공기 앞 칸의 조종사는 널 띠기라도 하듯 항공기를 이리저리, 위에서 아래로 흔들어 댔다. 사전에 미리 충분한 예행연습도 없던 터라 두 대의 무거운 카메라는 목을 한 없이 아래로 끌어내렸다. 촬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설프고 힘들었다.
 
 
송도 매립지 ⓒ김성환, 1998년
 
 
사실 하늘로 올라가 송도를 조망하며 촬영을 한다는 기대감에 추위나 항공기의 퀄리티 정도는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막상 뼈 속까지 아려오는 한겨울의 바람은 바늘처럼 매서웠다. 쉼 없이 움직이는 항공기에서는 필름을 교체하는 건 물론이고, 렌즈를 교환하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했다. 촬영은 생각과 달리 주도면밀하게 이뤄지지 못한 채 끝이 났다. 갯벌을 매립하는 생생한 모습을 앵글에 담기에는 짧기 만한 시간이었다. 30여분의 짧은 활공을 마친 항공기가 땅으로 내려오고도 한참 동안 흥분한 마음과 추위에 떨리는 몸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몸이 지속적으로 떨렸다. 그날 밤 몸살기에 또 몸을 떨었다.
 


송도 매립지 ⓒ김성환, 1998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민성 2019-09-30 21:44:31
예전 송도 모습을 찾다가 발견한 기사인데 저에게 너무 도움이 되었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