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폭’(열등감 폭발)에 잠식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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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폭’(열등감 폭발)에 잠식된 사회
  • 안정환
  • 승인 2019.09.0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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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안정환 / 연세대 의공학부

 


 

 
‘금수저’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시대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를 가리키는 말로 내면에는 부러움을 숨긴 비아냥거림과 좌절,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데 사용되어진다. 이 낯선 단어는 익숙해지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일반인들 마음에 처절하게 감정이입 되었기에 ‘금수저’를 비롯한 ‘은수저’, ‘흙수저’ 등의 단어가 나왔으며 남녀노소를 불구한 한국인들의 마음에 자리한 것이 아닐까. 더불어 이와 같이 떠오른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열폭’이다.

‘열폭’은 ‘열등감 폭발’의 준말로 과도하게 흥분하여 비방이나 욕설하는 것을 말한다. 어쩌면 우리가 열나게 폭발하며 토해내는 감정의 기저에는 ‘금수저’에 대한 핑계와 혹은 자신의 어찌할 수 없는 처지와 환경, 어떤 것도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과 울분이 깔려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 각종 포털사이트와 방송사에서 게재되는 기사들이 뜨거운 논란거리를 품고 세상에 퍼지고 있다. 공교롭게 터지는 연예계 희소식과 가십거리, 고위공직자 자녀의 과거 행적에 대한 논란거리들까지 그야말로 떠들썩하다.

눈을 뗄 수 없는 이슈들의 향연에 우리의 생각회로는 바빠지고 눈코입은 하나로 모아진다. 더불어 우리의 손도 정신없이 움직인다. 자신들의 시신경으로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 과열된 정서를 손으로 푸는 것이 아닐까 싶을만치 온라인 커뮤니티의 분위기는 뜨겁고 거세다.

과거 국정논란과 비선실세의 거칠 것 없이 향유한 삶에 대해서도 이처럼 뜨겁지 않았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열폭’하는 감정의 빈도수와 강도는 늘어나고 세지고 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부분적인 정보로 이루어진 기사와 진위를 가릴 수 없는 정보를 스크립트한 ‘열폭’의 게시글들이 상당하다. 물론 지성과 이성으로 무장한 사람들에게 이런 정보는 적절하게 걸러지고 판단되어지고 평가되어지지만 우리가 사는 방식에는 반드시 획일적이지 않은 것 또한 존재하고 있다.

이 같은 감정의 기저엔 믿음에 대한 배신감인지, 현 상황과 정부에 비아냥거림으로 일관하던 사람들에게서 터져 나온 조롱의 감정인지 알 수 없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우리들은 너무 쉽게 분노하고 매도하고 조롱한다. 문제는, 이 지독한 조롱과 분노의 원인을 분석하고 평가하는데 인색하다는 데 있다. 되돌아보고 분석하고 합의점을 찾아내는 데 투자할 시간과 에너지가 고갈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 틈을 타고 이 비생산적인 감정들은 우리 삶 곳곳에 비집고 들어와 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잔인한 사건들에서도 쉽게 분노하고 폭발하는 정신적 문제들이 사이코패스니, 사회부적응자니 하는 단어들로 점철된 소식들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열폭의 원인을 찾아가는 대안을 국가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하지 않을까. ‘스트레스를 어떻게 슬기롭게 해소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의 심리치료 강연과 서적이 늘어나는 마당에 이 문제에 대한 답안을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에만 의존하는 것은 단기적 해결책일 뿐이다. 국가적 위기, 국민 정서적 위기로의 대응과 대책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초심(初心). 종교적으로도, 문학적으로도 혹은 자기 계발서에서도 찾을 수 있는, 쉽지만 행하기 어려운 단어다.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예수도 베드로의 눈물어린 간청에 초심이 흔들렸으며, 자수성가한 인물들에게 조언과 실언으로도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말이 ‘초심 잃지마’이다,

지금 각기 다른 이유로 열등감 폭발하여 타인에게나 스스로에게 자신의 괴로움을 토해내는 사람들에게 가장 적합한 말이 아닐까 싶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관심을 갖되 이것을 자신의 가능성으로 나아감에 있어서 핑계거리로 삼지 않는 것이다. 열등감 폭발로 흔들리는 스스로를 초심으로 잡아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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