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자들의 비난에 대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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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자들의 비난에 대한 대응
  • 이스트체
  • 승인 2019.09.2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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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완독의 기쁨에 취하다
 

〔인천in〕이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유당’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도전합니다. 고전을 읽고 함께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고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그 문턱을 넘습니다. ‘서유당’의 고전읽기모임인 ‘하이델베르크모임’에는 김경선(한국교육복지문화진흥재단인천지부장), 김일형(번역가), 김현(사회복지사), 최윤지(도서편집자), 서정혜(의류디자이너)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고전읽기 연재는 대화체로 서술하였는데요, ‘이스트체’ 효모의 일종으로 ‘고전을 대중에게 부풀린다’는 의미와 동시에 만나고 싶은 학자들의 이름을 따 왔습니다. 김현은 프로이드의 ‘이’, 최윤지는 마르크스의 ‘스’, 김일형은 칸트의 ‘트’, 김경선은 니체의 ‘체’, 서정혜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베’라는 별칭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제25장·26장
 
 
“ 시인은 모방자이므로 반드시 사물을 세 국면 사물의 과거나 현재의 상태이거나 혹은 사물이 과거나 현재에 있어서 이러저러하다고 말하여지거나 생각되는 상태이거나 혹은 사물이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할 상태인 것이다. 시인은 언어에 의하여 표현하는데 외래어나 은유 및 변용된 형태의 말을 혼용할 수 있는데 그들에게 허용되기 때문이다. 정당성의 규준이 작시술에 있어서와 정치술이나 혹은 기타의 기술에 있어서와는 동일하지 않다.” 169~170쪽

 
체: 사물을 모방할 때 과거와 현재, 진행상태, 당위적 상태라는 세 국면으로 모방해야만 한다고 하는데 무슨 의미일까요?
 
이: 제 생각에는 정지된 시간, 진행되고 있는 시간, 초월적 시간 속에 놓여있는 사물을 모방해야 한다는 의미 같아요.
 
스: 시간은 구별될 수 없는 연속적인 흐름인데 우리가 임의적으로, 의식적으로 나눌 뿐 아닌가요?
 
베: 시간은 시간대로 흘러가고 우리가 그것을 의식적으로 인식할 뿐이라는 건가요?
 
체: 시간성의 문제는 참으로 어려운 주제인데요. ‘거기 있음’이라는 현존재가 존재물음을 가능하게 하는 지평을 열어가는 작업의 중심축이 시간이라고 하이데거Martin Heideggeer는 「존재와 시간」이라는 책에서 더 어렵게 설명하고 있어요.

 

 하이데거Martin Heideggeer의 저서 「존재와 시간」


트: 사물의 국면을 결정하는 요소가 시간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게 모방하라는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은데 당위로써의 상태는 조금 이해가 안 가네요.
 
체: 당위적으로 있어야 하는 상태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머릿속에는 이미 규정되어 있나 봅니다. 초월적이며 불변한 진리의 상태가 있다고 전제하고 있는 것이죠.
 
이: 거기까지 사물의 국면을 볼 수 있어야 하다니 시인은 아무나 할 수 없음을 새삼 느낍니다.
 
체: 그러니 수사학이나 정치술과는 다른 정당성의 규준이 있다고 본 거죠. 결함 있는 주인공은 현실정치의 주인공은 될 수 없지만 시의 주인공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겁니다.
 
 
“ 작시술 자체에 대한 비난에 관하여 말하면 시인이 불가능한 일을 그렸다면 그는 과오를 범한 것이다. 그러나 그 과오도 시의 목적을 달성한다면 정당시 될 수 있다. 우리는 또 오류가 어떤 종류의 것인가, 즉 작시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사항에 관한 오류인가, 혹은 다른 부대적인 사항에 관한 오류인가를 물을 수 있다. 시인이 그린 바가 사실이 아니라는 비난을 받는다면 우리는 이에 대하여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이상 상태를 그린 것이다’라고 답변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이 그린 바가 그 어느 것도 아닐 경우에는 ‘사람들이 말하는 바가 그렇다’라고 답변할 수 있다. 시인이 어떤 사태를 그린 것은 그것을 이상적인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과거에 그런 관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시 속의 인물의 언어나 행동이 아름다운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관해서는 행동이나 언어의 내용만에 착목할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자나 말하는 자, 그 상대, 때, 수단, 동기도 고찰해야 한다. 다른 비난에 대해서는 용어의 고찰에 의하여 답변할 수 있다. 다른 표현은 은유적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악센트나 호흡의 변화에 의하여 해결할 수 있다. 구독법, 다의성, 용어상의 관습에 의하여 해결할 수 있다. 비평가들이 제기하는 비난은 불가능하거나 불합리하거나 유해하거나 모순적이거나 기술상의 정당성에 배치되는가이다.” 171~177쪽
 

체: 이제는 마지막으로 비평자들의 비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논하고 있네요.
 
이: 철저한 저자가 이것까지 염두에 두었다는 점이 새삼 놀랍지는 안네요.
 
스: 오류에 대한 지적을 목적이나 이상상태, 당위, 관습, 수단, 동기, 은유, 다의성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패들로 비평자들의 칼들을 막을 수 있다고 하고 있어요.
 
트: 천재적인 시인들은 언어적 순발력과 풍부한 논거로 마치 정치변론을 하듯 이리저리 피해갈 능력이 있으니 우리 같은 범인들은 따라 하기 힘든 대처법인 것 같아요.
 
베: 불가능하고 불합리하며 유해하거나 모순적인 것과 더불어 정당성까지 결여됨으로써 총체적으로 비난받을 때는 어떻게 대처할지 조금 궁금하기는 합니다.
 
체: 지금까지 시인들이 광기나 천재적 역량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의 오해에 대해 저자는 일정한 요소와 구성성분의 배치, 정의, 구분, 분류 등 질서있게 설명하며 논증하면서 자신의 통일적인 사상을 전개한 것을 보면 저자보다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가 아닌 비평자들은 쉽게 제압당했을 것 같아요.
 
스: 비난자들의 예상질문을 충분히 생각하고 있는 대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자문자답의 경지에 있는 분이라 큰 어려움 없이 그것도 당당히 대응했었을 모습이 그려지네요.
 
 
“ 서사시적 모방과 비극적 모방은 어느 것이 더 우수한 것인가 하는 문제가 일어날 것이다. 서사시는 제스처의 수반을 필요로 하지 않는 교양 있는 관객을 상대로 하고 비극은 교양 없는 관객을 상대로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극이 비속한 것이라면 그것은 확실히 서사시보다 저급한 것일 것이다. 이러한 견해에 대하여 두 측면으로 답변할 수 있다. 첫째 극시인의 작시술에 관한 것이 아니고 배우의 연기에 관한 것이며 모든 신체 운동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교양 없는 사람들의 그것만을 배척해야 한다. 비극은 서사시와 마찬가지로 운동 내지 행동을 동반하지 않더라도 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다음으로 비극은 서사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고 생동적인 인상을 주며 비극적 모방은 더 짧은 시간에 그 목적을 달성한다. 서사시인들의 모방에는 통일성이 적다.” 186~189쪽
 

체: 정말 힘들게 끝까지 달려왔습니다. 마지막에 서사시보다 우월한 비극을 변론하는 저자의 지속적이고 통일적인 철저함에 경의를 표하고 싶네요.
 
스: 오늘은 시학의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진지하면서도 가볍게 긴 시간을 보낸 제 자신이 자랑스럽네요.
 
트: 맞아요. 얇지만 어려운 시학을 도전해서 이 마지막을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뿌듯하고 스스로에게 대견함을 느끼게 되네요.
 
베: 시학의 구체적인 내용들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내용들을 인내한 제 자신을 다시 되돌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체: 1장부터 26장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었지만 우리의 능력안에서, 우리의 생활과 관련해서 소탈하게 접근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삶 자체가 비극이라고들 하지만 시학이 우리의 삶을 은유로 해석하게 하고 재배치함으로써 견디는 힘을 가르쳐 준 것 같아요. 지혜를 얻어가는 느낌이에요.
 
스: 시학을 읽고 나니 다른 어려운 고전에도 도전할 용기가 생기는데요.
 
트: 이번을 계기로 예전에 안했던 진짜 공부를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체: 모두들 뿌듯해 하니 정말 기분 좋네요. 이 좋은 감정들 잊지 마시고 다음 책모임에도 함께 해 주실 것을 믿고 시학 마지막 장을 덮겠습니다. 다함께 웃으면서 끝낼까요?

 

중국 현대미술 거장 웨민쥔(Yue Minjun), The escape into life
 

다음 연재는 알베르트 까뮈의 '이방인'입니다. 독자여러분들도 저희와 함께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정리: 이
 

참고문헌:
아리스토텔레스, 손명현역(2009), 시학, 고려대학교출판부.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역(2017), 수사학/시학, 도서출판 숲.
Aristoteles, Manfred Fuhrmann(1982), Poetik, Griechisch/Deutsch, Philipp Recl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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