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동 찜질방에 마련된 연평 피란민 임시진료소.
하루 평균 100여명의 주민이 이용하고 있는데, 그 중 대부분이 감기환자다.
취재: 이병기 기자
"추워지는 날씨도 날씨지만, 위생상태가 불량한 것도 감기환자가 많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감기를 예방하려면 속옷을 잘 갈아입고 따뜻한 물도 자주 마셔야 하는데, 환경이 열악하죠. 감염성 질환이 돌기 쉽습니다. 전염성이 높은 눈병이라도 돌면 큰 일 나죠. 이런 공간에 10일 이상 있으니 면역체계가 약해질 수밖에 없죠." - 가천의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연평도 주민들이 보름 넘게 머물고 있는 중구 신흥동 찜질방이 전염병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날이 추워지면서 감기환자가 점점 늘고 있으며, 주민들 중 많은 수를 차지하는 노인들의 경우 감기가 심해지면 폐렴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신흥동 찜질방의 경우 24시간 200명이 넘는 인원이 한 공간에 머물러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보온을 이유로 환기를 시키기란 요원한 일. 보건소에서 제공한 공기청정기 몇 대가 돌아가고 있지만, 넓은 공간을 정화시키기는 쉽지 않다. 또한 바닥을 쓸거나 걸레질을 하는 일도 전혀 이뤄지지 않아 호흡기 질환 감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7일 바닥 청소에 나선 적십자 봉사단 관계자는 "이제까지 한 번도 청소를 하지 않은 것처럼 먼지가 많이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가천의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감기환자들은 물을 많이 마시거나 가습기를 틀어놓는 게 좋은데, 수백명이 한 공간을 쓰고 있으니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면서 "이렇게 건조하고 답답한 곳에 많은 인원을 '가두는' 것처럼 방치하는게 아닌가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바닥 먼지를 청소중인 적십자 봉사단원들
찜질방에 마련된 옹진군 보건소의 경우 하루 평균 90~100명이 이용하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이 감기환자다.
50대 곽모씨는 "5일째 감기에 걸렸는데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다"면서 "작은 아들까지 감기가 옮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한 여성은 "감기환자가 점점 늘고 있는데, 방 바닥이 추워서 그런지도 모르겠다"면서 "실내 온도를 조금 더 높여줬으면 좋겠다"라고 부탁했다.
이상협 옹진군 보건소 전문의는 "찾아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감기환자고, 아직까지 눈병 환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노인들의 경우 심하면 폐렴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지만, 필요하면 X-ray도 찍고 병원도 바로 연결하기 때문에 큰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감기환자가 계속 늘어 문제"라면서 "하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예방 대책은 없다"라고 말했다.
옹진군 보건소는 이날 기침이 잦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폐렴이 의심되는지 X-ray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