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휴학을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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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휴학을 선택한 이유
  • 안정환
  • 승인 2019.10.2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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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 연세대 의공학부

 


휴학을 했다.

14학번인 나는 군대와 복학이 어긋나 동기들보다 다소 늦은 아직 3학년이다. 뒤늦은 공부를 따라 잡아야 해서 스터디를 하고 조별 과제를 내고 리포터를 잠을 설쳐가며 작성하곤 했다. 이 모든 것들은 늦은 복학에 따른 미래에 대한 조바심에서 나온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발버둥이었다.

여자 동기들은 이미 사회로 나가 자기 자리를 잡아가고 있겠지만 그들에게는 이렇다 할 장밋빛 소식들은 들리지 않는다. 남자 동기들은 4학년이거나 휴학이거나 아직 군대에 있거나 현재 진행형이다. 어정쩡하게 그 틈에 끼어 있는 나는 3학년 한 기를 끝내고나서 여름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 문제는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똬리를 틀고 나를 괴롭혔다. 에어컨도 없는 더운 자취방에서 지난 시간들을 객관화 시켜 보았다.

수치로 나타내자면 최하위. 공부가 버거워 따라가기 벅찬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이래서는 아무것도 될 수 없겠다. 4학년이 되면 과연 어떤 진로를 선택할 것인가...’ 자신이 없는 것은 둘째 치고 어느 것 하나 선명한 로드맵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방학 끝 무렵, 과감히 휴학계를 던졌다.
새로운 도전을 꿈꾸기로 했다. 해외로 나가보자. 내가 걸어가고자 하는 길이 과연 무엇인지, 어떤 꿈을 꾸어야하는지 자신을 좀 더 객관화시켜보기로 했다. 새로운 곳에서의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무작정 떠나는 무모함을 덜기 위해 준비에 들어갔다.

학교 주변 자취집에 남아 아르바이트를 하며 영어공부에 들어갔다. 영어는 필수이기에 그동안 밀쳐뒀던 토익공부는 물론 운동과 이런저런 하고 싶었던 활동, 한편으로는 휴식을 취하며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고 있다.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나의 20대를 더욱 다양한 경험으로 채우고 싶은 욕망에 주변의 걱정에도 나는 꿋꿋이 버텨내고 있다. 학업에 정진하는 길로 들어선 청년들의 획일적인 진로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나의 능력을 키우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늘리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휴학은 내게 필수불가결이었다.

2학기가 시작되고 중간고사를 대비하여 도서관과 학교를 바삐 오가는 학생들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잠시 쉬었지만 저렇게 바쁘게 오가는 그들에게 딱딱해지는 발바닥만큼이나 굳센 무언가가 마음속에 자리하기를 바래본다. 후에 이들과 조우할 때 나만의 경험을 갖고 이곳으로 다시 돌아온다면 어쩌면 좀 더 물렁한 발바닥이 되어 있지 않을까. 물론 어떤 경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가늠도 할 수 없지만 일단은 부닥쳐 보는 것으로 결론짓는다.

새로운 곳에서의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은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이겨낼 수 있지만, 잠시 내 자리에서 벗어나 나를 바라보며 길을 찾는 것은 이때가 아니면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고인 물 같은 일상을 털고 더 큰 바다로 나아가는 것.

연어는 산란기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가기 위해 회귀한다고 한다. 가수 강산애의 노래로도 유명한 연어가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올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몇 가지 학설로만 추측될 뿐 정확한 사유는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연어들이 강물을 거스르며 튀어 오르는 모습을 보며 아름답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만약에 조물주가 있다면, 대한민국의 20대 청년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본다면 그는 우리의 삶을 보며 연어를 떠올리지 않을까. 크게는 성공, 행복, 부를 위해서 서로가 100% 이해 못할 각자의 이유를 가슴에 안고 걸어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그의 큰 눈에는 연어와 다를 바 없어 보일 것이다.

나는 잠시 그들의 행군 속에서 속도를 늦추고 잠시 숨을 고르며 멈추어 서있다. 후일 그들과 같이 그리고 더 높게 튀어 오르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고 맵시 있게 다듬어가고 있다. 내게 휴학은 그러한 과정이며 혹은 다른 무언가를 노릴 수 있는 기회이다.

다른 이에게는 휴학, 휴식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대학 역시 지나가는 과정이며 사회에 또래보다 빨리 선점을 취하는 것이 가치 있다 볼 수 있고, 나처럼 대학생의 신분을 오래 간직할 각오로 다양한 기회를 눈여겨보는 사람과 느지막한 나이에 새로운 출발을 꿈꾸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느 것이 좋은 지에 대해서 어디에도 명확한 답은 없다. 다만 우리에게 제각기 주어진 문제들을 풀어가며 답이 있을 곳을 향해 힘차게 거슬러 오르는 행동에는 이유는 달라도 크게 보면 동일할 것이다. 결국 행복과 안녕, 꿈을 위해 각자 모습과 방법이 달라도 답을 찾으려는 우리의 본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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